‘김삼순 바람’이 거세다.
그리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그렇다고 젊지도 않은 30세의 노처녀 삼순이가 시청자들에게 엔도르핀을 팍팍 선사하고 있다. ‘유효기간이 지난 호빵’으로 불리는 파티쉐(제과기술자) 김삼순의 좌충우돌 사랑을 다룬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극본 김도우ㆍ연출 김윤철)이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30%를 넘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키스 실패한후 "너무 굶었어…죽어야해"
30대 싱글의 스킨십 욕망 재치있게 풀어
"진정한 사랑 찾았으면" 삼순이 파이팅!
‘삼순이 마니아’를 자청하는 스포츠한국의 ‘호빵’ 30대 싱글 여기자 조재원 서은정 이재원 기자가 동병상련(?)의 삼순이를 놓고 유쾌한 수다 한판을 벌였다.
조재원(이하 조)=얼마 전 밤늦게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어머니께서 ‘유통기간 지난 호빵, 빨리빨리 다녀라’고 하시더라. 드라마를 본 뒤 구박이 한층 늘었다.
이재원(이하 이)=흔히 30대 여자 싱글을 ‘늙은(老) 처녀’라고들 하지만, 마음은 10대나 20대처럼 철없고 순수하지 않은가. 극중 삼순이도 현실의 30대 여성과 많이 닮아 귀엽다.
조=늘 남자품에 폭 안기는 가녀린 여자주인공만 보다가 덩치 큰 여자가 화면을 누비는 것도 신선하다. 드라마를 위해 6kg을 찌웠다는 김선아가 대단하다 싶다.
서은정(이하 서)=무엇보다 대사가 현실적이라 마음에 든다. 4회에서 삼순이가 진헌(현빈)과 키스에 실패하고서는 “너무 굶었어. 너무 오래 살았어, 죽어야 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100 % 아니, 1,000% 공감했다.
조=30대 싱글의 스킨십 욕망을 재치있게 그려줘 고맙다.(웃음) 그런데 이 드라마가 진짜 현실적인가?
서=글쎄, 호텔 집 아들, 계약연애와 같은 설정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로 보인다.
이=5,000만원 준다고 계약 연애를 하는 일이 현실에서 있겠나.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당장 연애할 텐데 말이다.(웃음)
서=나는 결혼도 할 것 같은데?(웃음)
조=일단 둘의 관계를 시작하면서 ‘돈 거래’라는 설정을 삽입한 것은 좀 불만이다.
이=맞다. 전체적인 틀로는 비현실적인 구도를 갖추고 있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현실적으로 풀어 공감하게 한다.
조=달리 말하면 매우 영리한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대사 중 “드라마 많이 봤구나” “남의 대사 훔치지마” 등을 활용해 마치 이 드라마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처럼 느껴지게 만들곤 한다. 귀엽다.
서=삼순이가 옷에 신경을 안 쓰는 것도 마음에 든다. 그만큼 김선아의 힘이 크다. 김선아는 영화 ‘잠복근무’ 끝내고 바로 드라마 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대본을 보고 다른 연기자가 배역을 맡는 것을 보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수락했다 하더라.
조=그동안 드라마는 남자의 매력에 빠져 봤는데 이번에는 삼순이 보는 맛에 본다.
서=남자의 매력도 있다. 진헌은 못된 남자, 상처를 지닌 남자다. 여자들은 그런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가.
이=아무래도 ‘힘든 사랑’을 즐기는 ‘과’ 같다(웃음). 나는 그런 남자 싫은데….
조=여자들이 무뚝뚝한 남자,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남자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두고 ‘파리의 연인’을 닮았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동거커플 얘기인 ‘옥탑방 고양이’와 더 비슷해 보인다. 남녀가 상대에게 스며들 듯, 정이 들어가며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 말이다. 한눈에 반하는 것 보다 그런 과정이 더 진짜 사랑에 가깝다고 믿나?
이=그렇다. 한 번에 불타는 사랑은 오래 가지 못한다.
조=그래도 나한테는 진헌보다는 ‘파리의 연인’의 기주(박신양)가 더 환상을 채워주는 남성인 것 같다.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은 남자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쪽이 더 멋지지 않나. 진헌처럼 완벽한 옛 연인의 흔적이 깊이 남아있는 남자는, 좀 찜찜하다.
이=나는 반대다. 기주의 사랑도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시들해질텐데. 그리고 그는 너무 비현실적인 남자다.
서=나도 동감. 차근차근 쌓아가는 사랑이 진짜인 것 같다.
이=어? 좀 전에는 못된 남자가 좋다고 했는데, 그건 어떤 운명적인 끌림을 믿는다는 말 아니었나?
서=친구처럼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운명의 상대로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친구로 지낸 시간은 사랑보다 더 큰 ‘의리’를 만들어준다. 헤어진 후 친구로 지내는 사람도 있다.
이=이해할 수 없다. 처음부터 친구였다면 모르지만, 사랑으로 관계의 질이 변했다면 우정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옛사랑이 어려운 문제 같다. 진헌도 여전히 희진(려원)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희진은 예쁘고 착하고 보호본능도 자극하는, 한 마디로 남자들의 꿈에 자리잡는 첫사랑의 원형 같은 인물이다. 솔직히 너무 완벽해서 악녀보다 오히려 더 얄밉다.(웃음) 그건 그렇고, 현실에서 30대 여자는 일에 지치고 자신의 한계를 알면서 기운 빠져있는 경우가 많은데, 삼순이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하고 꿈을 이뤄나가는 지점에 있다. 그 점이 ‘드라마니까 그렇지’ 하면서도 은근히 힘이 솟게 만든다.
서=그나저나 이 드라마가 계속 재미있을까?
조=삼순이가 옛애인 현우(이규한)의 방해 공작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30대라면 연애의 시행착오는 그만해도 될 때가 아닌가.
이=아무래도 흔들릴 것 같은데…. 삼순이도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주인공처럼 진정한 사랑을 찾았으면 좋겠다. 삼순이 파이팅이다!
/정리=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사진=김지곤 · 홍기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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