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섬문우들의 오월 詩 향연

[김진원]

♧ 시섬문우들의 오월 詩 향연


♤ 오월엔
/최미정


오월의 푸르름 한창이다
하늘도 푸르고
꽃잎새도 푸르고
솔 향기도 푸르고
내 마음도 푸르다.

오월은 향기롭다
라일락 보랏빛 향기
아카시아 희고 맑은 향기
붉은 장미의 달콤한 향기
봄빛에 꽃들이 가슴을 열어
향기를 뿜으니
그립고 보고픈이와
정겨워던 사람들이
아지랑이 처럼
물 밀듯이 밀려온다.

풀빛 바람 타고 가보자
오월의 햇살 속으로
사랑의 콧노래 흥얼거리며
토끼풀 사이로 걸어보자
숲속엔 새들이 노래하고
들가엔 꽃들이 손짓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월 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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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의  제주          
/김소희

 

아침 햇살은 구름 너울쓰고
신록에 취했는데

바람의 손이 구름 장막 헤치니
순하고 따스한 들판에 빛줄기 쏟아진다

봄볕이 나무를 쫒아다니며
꽃을 피게하는 들녘

찔레꽃,
오렌지꽃 향기는바람에 날리고
곱게 달려드는 싱그러운 바람
오월의 제주는 향기로와라

태고의 신비 주상절리, 외돌개
보멍, 가멍, 쉬멍, 먹으멍
올레길 걸으멍
돌하르방 끌어안고 사진 찍으멍

갈래 또 갈래
올레 또 올레
살래 제주에서
돌들도 정겨운 제주에서.

*보멍 - 보며, 가멍 - 가며, 쉬멍 -쉬며, 먹으멍 -먹으며, 걸으멍 - 걸으며, 찍으멍 - 찍으며 ( 제주방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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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장미
/이형순


무덤덤한 생은 싫어요
불같은 정열로 타오르겠어요

오월 그 태양아래
몸 불살라 피어 오르겠어요

백합같은 순결한 마음 누군들 없으리오만
차라리 불꽃으로 타오르고 말겠어요

정열의 훌라밍고를 추는 집시 여인처럼
한 순간이라도 붉게 살겠어요

흘린 눈물조차 붉고
향기 또한 붉게 당신을 유혹할래요

이만이천 볼트 전류로 흘러
차라리 타는 한 순간을
영원으로 살고 말겠어요

한 송이 흑장미로 살다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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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당신
/김숙경

 

감미로운 체온에 기대어 빰 비비고
도심 나뭇잎 사이 장밋빛 햇살 무늬
빌딩 문 
활짝 열고서
사르르 안기는 당신

하늬바람 하늘하늘 목덜미 감싸고
고운 선율로 풀피리 부는 버들강아지
꿈꾸듯
천상 소나타
오선지에 앉은 당신

안개밸트 속으로 꽃과 나비 하나 되어 
사랑과 꿈에 취해 가네가네 저 산 너머
새벽녘
는개 맞으며
아지랑이로 오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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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에는
/김종웅



부르지 못한 이름 있으면
그대
오월이 다 가기 전에
목청을 돋와도 좋으리
연초록 잎새 더욱 짙어져
그 이름 더 지우기 전에

사랑을 놓친 사랑 있으면
그대
오월이 다 가기 전에
불을 살라도 좋으리
태양빛 붉은 입술에 젖어
꽃들마져 숨져 눕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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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안성수



5월 하늘엔 종달새 온종일 노래 부르고
청 보리 밭 마다 푸르디푸른 물결치며
아카시아 숲엔 뻐꾸기 울어대는
오월 숲엔 물빛 미소가 번진다.

연둣빛 이파리가 초록으로 물들어
가슴 가슴마다 한들한들 춤을 추고
싱그러움 하나 가슴에 가득 담으면
기쁨이 솟는 내 마음속에서도 사랑 꽃이 피었다.

예쁜 봄날 라일락 향기 묻어 있는 발걸음마다
분홍빛 연정 같은 설렘과 그리움으로
물든 오월은 사랑스러워라
아! 5월은 아름다운 유혹의 계절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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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아가씨

/ 김진원


한줄기 종 하나 피어내기 위해
그 어둠 속 알뿌리 키우며 보낸 다섯 해
이른 봄 튤립밭은
완연한 초록색 옷을 입은 군인처럼
나란히 늘어서고
해님 향해 부픈 꽃봉오리 살짝 열리면
안데르센 엄지아가씨가 태어난다

비가 오는 날
꽃잎을 접어 버린다
그러나 걱정없다
따뜻한 햇빛이 비치면 내일도 모래도
꽃잎을 피울 터이니
비바람으로부터 암술과 수술을 지키려
꽃잎은 오므렸다 폈다 한다

오월이 되면 튤립밭은 눈부시고
산들바람이 꽃잎을 살짝 건드릴 때마다
여러가지 색깔의 종들이 울려펴지고
길섶지나던 풀벌레를 부른다

튤립밭에 꽃이 만개하면
그 많은 꽃을 따내어 논에 뿌리면
오월아가씨를 태운 튤립꽃이
오월의 논에서 뱃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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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노래와 장미를 사랑한 사람들 [수필]
/최길호



오월이다. 오월이 계절의 여왕이란 표현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오월엔 모든 생명이 가장 푸른 생기를 토해낸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부드럽고 온화한 날이 펼쳐진다. 새들의 노랫소리도 어느 때보다 청명하고 즐겁다.

오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많은 꽃들이 있지만 화려하고 아름답기로 치면 역시 장미만 한 꽃이 없다.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소박하고 청초한 꽃들에 끌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꽃의 여왕은 역시 장미이다. 장미가 오월에 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계절의 여왕인 오월에 꽃의 여왕 장미가 격에 제대로 어울린다.

많은 사람들이 장미를 좋아했지만 그 중에 최고의 인물로 역시 클레오 파트라를 빠뜨릴 수 없다.
나일강 가의 항구에서 사람들은 클레오 파트라가 탄 선박이 곧 도착할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몸뿐 아니라 돛에 다마쿠스의 장미 향을 듬뿍 발라 놓았다. 산들바람이 그녀로부터 장미 향기를 실어 보냈다. 사람들은 그것이 그녀의 몸에서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에서 근원 되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여왕 클레오 파트라가 장미꽃을 좋아한 것도 어쩌면 자신의 격과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라이너 마리어 릴케의 장미 사랑은 그 누구보다도 특별했다. 그는 장미를 사랑하다가 죽을 때도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 그는 죽기 전에 장미로 시작하는 싯구로 묘비명을 써두었다. ​그의 장미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는 붉은 장미처럼 정열적인 사랑을 했다. 그가 24살 때 첫사랑을 향하여 지은 사랑의 시를 보면 그의 사랑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내 눈빛을 지우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십시오/ 나는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팔이 꺾여도 나는 당신을/ 내 심장으로 붙잡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멈춘다면/ 나의 뇌수가 맥박칠 것입니다/ 나의 뇌수를 불태운다면/ 나는 당신을 피 속에 싣고 갈 것입니다” (살로메에게 바치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 즐겨 들었던 노래 중에 "장미"가 있다. "당신에게선 꽃 내음이 나네요"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푸르고 푸르던 그 시절을 한없이 아름답고 설레게 했다.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40년이 넘도록 이 노래 가사를 그대로 생생히 기억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그 여리고 푸른 시절, 모든 감상이 천 갈래 만 갈래로 깊어지고 확장되며 풍부했던 시절이라서 그럴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오월에 담장을 타고 오르며 피어 나는 장미의 향기에 취할 수 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무엇보다 장미와 함께 감수성이 풍부하게 물결치던 그 시절의 기억이 다시 다가와 주니 기쁜 일이다. 클레오 파트라의 몸에서 풍겼을 장미 향기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사랑의 열정도 세월 속에서 바래지 않고 여전히 향기롭고 진하다.

오월의 노래 ‘장미’를 흥얼거리며 세라복 교복과 양갈래로 땋은 머리가 예뻤던 여학생을 생각해 본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꽃은 지고 앙상한 가시만 뾰쪽거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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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tIPoBkN5Is?si=6WI6b5tfg7TTrV1Y

아버지의 의자/ 박건호- 정수라 노래

『아버지의 의자』(작사 박건호, 작곡 김희갑)는 1985년 7월 발매된
「정수라」4집 앨범에 수록된 명곡으로 매년 5월 가정의 달이면
'KBS 가요 무대'에서 흘러나오던 발표된 지 어느덧 40년이 된 노래입니다.



♤ 아버지의 의자
/박건호
(정수라 노래)



그 옛날 아버지가 앉아있던 의자에
이렇게 석고(石膏)처럼 앉아있으니
즐거웠던 지난 날의 모든 추억이
내 가슴 깊이 밀려 들어요

언제였나요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아버지는 여기 앉아서
사랑스런 손길로 나를 어루만지며
정답게 말하셨죠

그리울 때 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그때 그 말씀이 들릴 듯 해요
이렇게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시며
어머니 눈시울은 젖어있어요

아버지는 의자 하나 남겨 놓은채
지금 그 어디로 떠나셨나요
여기 앉아서 나는 꿈을 키워왔어요

아버지의 체온 속에서
따스했던 말씀과 인자하신 미소를
언제나 생각했죠

그리울 때 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그 때 그 모습이 보일 듯 해요.

[김진원]

https://youtu.be/ktIPoBkN5Is?si=6WI6b5tfg7TTrV1Y

아버지의 의자/ 박건호- 정수라 노래

『아버지의 의자』(작사 박건호, 작곡 김희갑)는 1985년 7월 발매된
「정수라」4집 앨범에 수록된 명곡으로 매년 5월 가정의 달이면
'KBS 가요 무대'에서 흘러나오던 발표된 지 어느덧 40년이 된 노래입니다

[이창선]

5월의 행복으로 동행
아자아자

[김진원]

매봉님, 시섬동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