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9월 16일 토요일
괴산 마분봉, 악휘봉
(小題 : 어쩌다 알바를~!! 뜻밖에 계속??)
[산행코스]
은티마을주차장~마법의성~우주선바위~마분봉~입석바위(선바위)
~악휘봉~ 알바~ 악휘봉~삼거리~은티마을(10.5km)
오랜만에 암벽이 멋진 구간을 오르게 되었다.
이곳은 예전 십여년전.
문경 마패봉, 부봉 올랐을때 참 이뻤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있고,
여기서 암벽줄기따라 저쪽 칠보산까지도 연결되는 암벽 맛집 구간이다.
근데... 이런 바위타는 날에
누가 일부러 괴롭히려 악을 쓰는지,
이번에도 저번 신선봉 암릉 구간처럼 비가 쏟아진다.
(비는 좋아하지만 바위탈 때는 쫌 . . . ㅎㅎ)
일기예보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은티마을 들머리에 막상 도착해보니
비가 미친게이처럼 마구 쏟아지네?
하필 차에 내려 등산 준비하려 할 때에 말이다.
와도 이렇게까지 올 줄이야... 심술이 상당하다.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구 아닐까?)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상황을 즐기듯 씩씩하게 올라간다.
야아~ 너무 좋은거 있지? ㅎㅎ
비 내리는 숲의 정경은 동화속 장면 같다.
포근하게 비에 젖은 수풀을 발로 헤치며,
튀어나온 가지 위 푸른 이파리 물방울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
계곡의 청량한 물소리 들으며 그 맑고 시원한 공기를 음미하며
음이온까지 느껴보는... 모든 것이 행복이다.
거기에 환상적으로 깔린 운무는
속세를 떠나 숲속 요정이나 산신령 한번 쯤은 튀어나올듯한데...
물론 ~!
습기에 온몸이 축축하게 잠긴 것을 참아내고, 발 디디는 바닥이
흙탕물로 질퍽거리거나 진흙에 푹푹 빠지는 일도 견뎌내야지만 다 좋다~
모든게 즐겁기만 하다.
단, 미끄러지는건 조심해야 한다.
마법의 성은 릿지로 올라야 재미있는데
비로 인해 슬쩍 우회하고, 바로 마분봉으로 치고 오른다.
모든게 즐거운 방굿돌 타임.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바윗속을 요리조리 기어오르다보면
짜릿한 도파민이라는 오르가즘이 마구 생성된다.
다들 탄성을 지르며 즐기는 와중에 모두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예전 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든 코스가 새롭게 와닿는다.
참 이쁜 길.
예전에도 참 좋았었던 희미한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너무 오랜만에 왔구나~
비는 저절로 멈춘다.
햇볕까지 났다가~ 다시 운무에 잠기는 등 지혼자 왔다갔다 변해대고 있더라.
오히려 내겐 이런 날씨가 산행하기에는 좋다.
더 느긋하고 여유로워서~
단, 조망 없는 것이 속상한거쥐 뭐~!
마분봉까진 그렇게 바위오르며~ 그저 순조롭게 즐겼고,
다행히 비가 딱 멈춘 때에 명품바위에서 즐거운 점심시간을 가진다.
다시 산행을 재개~
악휘봉 가는 길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다~
(이상하지?)
너무도 길이 좋아 앱을 보니까
아뿔사~!
대간길로 빠져 버렸네? 어쩐지 길이 너무너무 좋더라.ㅎㅎ
그래도 그림같이 이쁜 그늘사초 숲길이라 알바를 해도 참 기분 좋았다고 할까? ㅎㅎ
즐겁게 되돌아 등로를 잘 찾아 오른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뒤에 오던 몇몇은 이길로 쭈우욱~ 알바를 쎄게 했다하네? ㅋㅋ
길이 좋으니 뭐, 돌아올때에도 즐거웠으리라~~
악휘봉 정상 찍고,
느긋한 마음에 결정적인 실수를 한다.
비가 조금씩 쏟아지니 다들 정상에서 내려보내고, 머시마끼리 쉬~한번하고
올라온 쪽 옆으로 빠져 더 쉽게 바위군들을 비켜가자 싶어~ 거기로 갔는데
고마 옆으로 빠지는 길을 놓쳐버렸다. ㅠㅠ
이번에는 생각은 했는데도 불구~ 감이 잘 안오더라.
순식간에 나락에 빠진다. ㅠㅠ
지도 앱을 보니 잘 나오지도 않고, 느낌이 좀 그렇지만
일단 나아가 보기로 한다.
직각으로 뚝 떨어지는 내리막. 급경사다. 이 길이 맞나?
이 방향이 아닌거 같은데..
찝찝한 기분으로 앱 확인해보니...
아니나다를까 내가 걸은 트랙은 저 깊은 산 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네?
총알 피하다 대포 맞는 격이랄까?
조져놨다. ㅠㅠ
아, 심각한 방향 착오. 이 모든게 내 잘못이다.
아까 꼭대기에서는 네비 앱에 표가 잘 안나서 일단 어느정도
내려가 움직인 후에 방향을 확인해 보려 했는데
덴장~ 내려와도 너무 내려왔다. ㅠㅠ
악휘봉 봉우리가 깎아지르게 거칠어 옆으로 우회할 길도 없고.
까마득하게 다시 내려온 만큼 급경사를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게...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처한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의 답이고...
친구한테 미안키도 하고, 쪽팔릴 정도로 부끄럽기도 하지만
사실을 알려야했다.
그러나~! 역시 든든한 내 친구.
힘들고 어려울수록 감정이 예민해 신경질이 날만도 한데~
"그럴수도 있지" 라며,
괜찮으니 힘내라고 오히려 웃으며~ 내게 힘을 북돋워준다.
아....
뭉클한 것이 갑자기 힘이 솟아난다.
진짜 기운이 쭈욱~ 다 빠졌었거든... 생각해봐봐.
날은 깊어가고 비는 내리고 산속에 내버려진체 다시 산 하나를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체력은 고갈되고 산속에서 어쩌겠어. 힘들겠지?
마음 저 깊은 곳에선 힘찬 음악이 흘러나오며~~
영화속 주인공처럼 서로 격려하며 다시 치고 오른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말이 쉽지, 다시 되올라가봐라~
올라도 올라도 정상은 퍼뜩 나오지 않고, 대신
우리가 꽤 엄청 많이 내려갔구나 라는 팩트만 몸으로 확인될 뿐이다.
솔직히 갔던길 다시 되돌아 올라가는 것만큼 큰 고통은 없다.
시지프스의 벌처럼 ~
그렇지만 정신은 맑아져 오더라. 진짜다.
세상살이도 이런거 아니겠어?
가다 아니면 돌아오면 되는거자나. 뭐그리 힘들어할 필요 있나.
중요한 것은 방향인데... 방향~!
결국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원래길 찾아 복귀한다.
말은 안해도
소중한 존재에 대해 얼마나 든든했던지.... 뿌듯하고~♡
그렇게 개고생한 악휘봉 산행은 오래오래 내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잊히지 못할 이 감정들을 소중히 꼬옥 기억해두자.
사랑한다. 내 친구여~♡
그냥 좋다. 저 운무에 가린 바위산들 모두가~~
아침 비가 마구 쏟아질때 산행을 시작한다. ㅎㅎ
나무 둥치에 물이 고여있는게 예술같다~ ^^
내 친구의 뒷모습~
웃을때가 좋았다 설마 여기서 알바할 생각이라도 했겠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