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독서
“땅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이사야서의 말씀 52,7-10>
7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구나.
“너의 하느님은 임금님이시다.” 하고 시온에게 말하는구나.
8 들어 보아라.
너의 파수꾼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다 함께 환성을 올린다.
주님께서 시온으로 돌아오심을 그들은 직접 눈으로 본다.
9 예루살렘의 폐허들아, 다 함께 기뻐하며 환성을 올려라.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예루살렘을 구원하셨다.
10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이 보는 앞에서 당신의 거룩한 팔을 걷어붙이시니
땅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히브리서의 말씀 1,1-6>
1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2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셨습니다.
3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
그분께서 죄를 깨끗이 없애신 다음, 하늘 높은 곳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4 그분께서는 천사들보다 뛰어난 이름을 상속받으시어, 그만큼 그들보다 위대하게 되셨습니다.
5 하느님께서 천사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또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되리라.”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6 또 맏아드님을 저세상에 데리고 들어가실 때에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천사들은 모두 그에게 경배하여라.”
✠ 복음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 1,1-18>
1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2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4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6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7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8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9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10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1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12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13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
1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15 요한은 그분을 증언하여 외쳤다.
“그분은 내가 이렇게 말한 분이시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16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17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18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코로나19 팬더믹’의 위협을 뚫고, 그 두려움을 넘어, 우리의 참 생명이요 주님이신 아기 예수님은 우리의 비참함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슬픔과 무능에 짓눌려 있는 우리를 사랑하신 까닭입니다.
사실 오늘은 기쁜 날이라고 말들 하지만, 겉보기에는 참으로 경악스럽고 놀라운 사건, 역사 안에서 둘도 없는 당혹스럽고 황당한, 신비롭고 믿기지 않는 대체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날입니다.
이 무시무시한 일을 살펴보기에 앞서 퀴즈를 하나를 내겠습니다.
1세기에 ‘신의 아들’, ‘신이 보낸 신’, 곧 ‘신’이라고 불리던 아주 특별한 인간이 살았습니다.
그에게는 주님, 구세주, 해방자, 구원자 등의 어마어마한 직함이 붙여졌습니다.
그는 누구일까요?
그는 로마의 첫 황제(기원전 27년~기원후 14년 재위) 옥타비아누스입니다.
로마 원로원은 그를 아우구스투스(숭배를 드려야 할 분, 위대한 자, 존엄자)라 불렀습니다.
로마 원로회의에서는 그를 신으로 승격하였고, 황제 숭배 사상을 세상에 퍼뜨렸습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복음’(에우앙겔리온)이란 말은 바로 황제의 탄생이나 등극 등의 소식을 가리키던 용어였다고 합니다.
그 후 티베리우스 황제를 승계한 그의 아들 칼리굴라 황제 때는 황제 숭배 사상이 더욱 본격화되었고, 그는 스스로 신이라 자처하였으며, 그의 아들 폭군 네로 황제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기 아내와 딸에게도 신적인 영예를 돌릴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당시의 유대인들은 정치적 메시아에 대한 대망 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기에 메시아가 왕으로 온다는 것은 바로 반역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태어났을 때에 베들레헴 주변에서 태어난 어린애들이 모두 살육당해야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봅니다.
‘성탄’은 한 마디로 뭐라 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보이는 하느님으로 오신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곧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보이는 예수님으로 강생하신 사건입니다.
이를 성 히뽈리투스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안에 당신의 말씀을 지니고 계셨는데, 그 말씀은 창조물에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볼 수 있게 하셨습니다.
~ 이전에 당신께만 보여지고 피조물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그분을 보이게 하시어, 이제 세상이 그분을 보고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계시해 주셨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일을 오늘 복음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요한 1,14)
이는 단지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탄생하셨다’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신 하느님이 육을 지닌 사람의 약함 안으로 들어온 것을 말합니다.
나아가서, 오시어 ‘바로 여기 우리 가운데 계신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는 유대 랍비 아브라함 여호수아 헤셀의 표현을 빌린다면, 마치 ‘성막’이 공간 속의 성소이듯이, ‘안식일’이 시간 속의 성소이듯이, 이제 ‘사람’이 하느님의 성소가 된 것을 뜻합니다.
곧 사람이 하느님이 사시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당신을 맞아들이는 이들 가운데서 하느님이 사신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곧 그분을 맞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줍니다.
그러면 성막과 성전에 하느님의 영광이 머물렀듯이, 이제는 말씀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분께서는 우리 안에 거처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함께 구원의 공동작업을 하십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오늘 복음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요한 1,12)
그것은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과 함께 벌이는 ‘사랑’입니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이 사랑의 행위가 바로 강생의 신비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의 신비입니다.
오늘 이 극진한 사랑이 우리에게 오셨으니, 그 사랑이 우리에게서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당신께서 내려오시니, 우리도 따라 내려가야 할 일입니다.
당신께서 비우시니, 우리도 비워야 할 일입니다.
당신께서 가난해지셨으니, 우리도 가난해져야 할 일입니다.
참 생명을 받았으니, 새 인간이 되어야 할 일입니다.
하느님이 사랑으로 사람이 되셨으니, 사람이 하느님의 사랑이 되어야 할 일입니다.
이 기쁜 날, 주님의 사랑을 찬양하며, 다시 한번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다.”
(요한 1,9)
주님!
오늘 제가 빛을 입었으니 일어나 빛을 비추게 하소서.
자비를 입었으니 자비를 베풀게 하소서.
생명을 얻었으니 생명을 꽃피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려오시니 저도 따라 내려가게 하소서.
당신께서 비우시니 저도 비우게 하소서.
당신께서 가난해지셨으니 저도 가난해지게 하소서.
참 생명을 받았으니 새 인간이 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토 수도회
첫댓글 감사합니다!
아멘~🙏
메리 크리스마스
아멘.
메리 크리스마스! ^^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