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트래킹 (2023년 11월 12일~13일)
11월 그 멀기만 했던 대마도 트래킹
결국 이렇게 떠나게 된다.
8848여행사를 통해 진행,
1인당 회비 27만원으로 28명이 비교적 최고 저렴한 실속가로 가는거다.
말 그대로 파격 그 자체다.
나는 2018년도 11월.
대산형님 따라 아리아께(유명봉) 갔다왔었기에 별 생각을 못했는데 (어쩌다보니)
나를 좋아하는 형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그 가고싶어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승락, 슬그머니 따라 붙었는데
막상 보니~
에궁, 우리 딸 수능시험 사흘전이네. ㅠㅠ
내 아무리 눈치없고 무심한 아빠라 해도 이건 좀 그랬다.
가까운 주변인들에게 핑계가 통할리 있겠는가
거기에
회사분위기 또한 너무 무겁고 심각한 사안이 떡하니 버티고있어
이래저래 마음 고생을 좀 쎄게 해야했다.
(이런거 보면 세월이 이리 흘러도 달라진건 하나도 없네.ㅠㅠ)
그러다보니
이번처럼 무겁고 조용하게~ 표 안내고 떠나는건 또 처음이다.
그래도 이럴때보면
내가 철 안든게 참 다행이다 싶다. ㅋㅋ
기왕지사 떠나는거 기분좋게 갔다오자규~!
생각보다 판스타링크 쾌속선이 빨라서 쓰시마에 제때 도착,
가볍게 점심먹고 바로 시라다께로 오른다.
편백나무 숲이 촘촘하게 늘어선 오솔길이 좋았으나
겨울철엔 해가 빨리 떨어지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빠르게 오른다.
중간쯔음 지나 나타나는 도라이부터 시작된 가파른 경사구간.
땀흘리며 올라가보니 시라타케 정상이 쨘하며 보인다.
빨리 올라온 셈.
바위 정상에 올랴 쭈욱 펼쳐진 사방팔방의 조망을 감상하고
시라타케를 온몸으로 느껴본다.
세찬 바람에도 우뚝 버텨선 이 바위처럼
우리 딸도 삶의 난관에 잘 견뎌내주길 바래보며 아빠의 조그마한 도리를 해본다.
솔직히~ 시험잘치고 못치고를 떠나 중요한건 사람 됨됨이다.
내 보니 대부분 "자기 주어진 복에 따라 살더라."
공부잘하고 못하고 뭐 그리 중요하더냐?
그렇게 정상 찍고, 느긋하이 감상하며 내려오니
그제야 편백나무의 향도 느껴지고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희안하지? 그래, 이게 내 스타일이지.
한번뿐인 삶도.. 이렇게 살고픈데
지금껏 우린 너무 살기에 급급하게 살아왔던 게 아닐까?
일출전망이 제일 좋다는 대아호텔에 숙박을 하기전
슈퍼에서 장을 봐서 저녁 겸 술잔치를 벌였다.
이 모두를 기획한 여회원 덕분인데 모두들 하나같이 고마워했다.
충분히 이해한다.
예전 홍도를 기획하며 약 3개월간에 걸쳐 인원모으고 준비한다고
피가 바짝바짝 말랐었는데... 쉽게 해내는거 보면 대단한 능력자다.
해보면 안다.
기획하고 많은 인원을 이끌고 통솔, 진행하는게 얼마나 많은 힘이 드는지를.
덕분에 모든것 잊고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이쁜 첫날밤 보내고, 이틀째 여행은, 음...
일본에서 주는 밥의 양이 턱없이 적다는 것과
미우라해변 사진 찍은거 말고는 특별히 기억나는게 없다. ㅋㅋ
그만큼 쓰시마는 시라타께를 제외하고는 관광자원이 별게 없다.
다만 한국으로 돌아올때
먼바다 상황이 좋지않아 회항할 수 있다는게 심적부담이 컸다.
파도가 쎄서 못가는 상황이란다.
ㅠㅠ
회사 전화가 자꾸 오는데 로밍도 안해놓은체
일본왔다는 거 들키기도 싫어서 비행기모드로 돌려놓고
안받고 버티고 있었는데 ~ 나홀로 난감모드였다.
등신같은기 왜 로밍을 미리 안해서 이리 힘들어하냐... -_-';;
불안감, 초조감이 치솟는 이 상황에
만약 파도때문에 못가게 되는 일이 진짜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진짜 큰일나는거다.
뭐든 마음이 편해야하는데
하늘이 도우사~ 출발은 했는데 초반부터 짜릿한 롤링이 강력하게 시작된다.
소리지르고 비명 울리고 난리가 났다.
처절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것 같은데?
바이킹이 고장난 것처럼 올랐다내렸다 불규칙적으로 흔들리는데
그 와중에 좌우로도 마구 흔들렸다.
위장에 뭐든 다 튀어나오지 않고선 되겠는가?
이건 뭐 누가 통안에 사람들을 넣어놓고 토하도록 애써서 마구 흔들고있다는 느낌?
아무튼 지옥의 서막이었다.
초반부터 이러면 진짜 중앙 큰바다 나가면 어떡하겠냐는 걱정에 다들 침몰하고 있었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겁이 났다. 두려움이 지 세상을 만난것처럼 모든 것들을 휘어잡는다.
우리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
위기앞에선 모두가 약자가 된다.
내가 뭘 잘못했는가? 이러다 전복되면 어떡하나?
아직까지 하지못한게 왜이리 많은거야?
오만 생각이 마구마구 솟구치며 어지러움을 가중시킨다.
비교적 배멀미에 강한 나도 머쓱머쓱 거려지며 한계상황에 이르더라.
절체절명의 순간.
더 큰 고난을 예상하며 꾸욱 참고 있는데...
오잉?
한참을 가도~ 더 쎄지진 않고, 오히려 조용해지는거 같네?
심각했던 예상을 깨고, 흔들림이 자꾸 줄어드는거같다.
환상인가?
아니, 실제였다.
큰 바다는 오히려 조용해서 나아졌는거 있지?
희안하지, 예외라는게 이런건가, 부처님이 도우셨다.ㅎㅎ
그렇게 힘들게 1시간40분만에 부산항 도착.
참 고맙고 행복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ㅎㅎ
세상 모든 일엔 양면이 있다.
좋은것만 있는게 아니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듯 좋을땐 더 조심하고,
나쁜 상황에도 희망을 버려선 안된다는 거.
대마도여행 이렇게 다시한번 뭔가를 깨달으며 마무리 짓는다.
늘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
살아 있을때 , 네 능력이 조금이나마 있을때 베풀어라~!
부산 국제 터미널
시라타께 들머리~
도라이 여기부터 조금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ㅎㅎ
시라타케 정상~
미우라해변 일본100대 이쁜 바닷가로 선정된 곳이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