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독서
<요엘 예언서의 말씀 2,12-18>
12 주님의 말씀이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13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
그는 너그럽고 자비로운 이,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큰 이 재앙을 내리다가도 후회하는 이다.
14 그가 다시 후회하여 그 뒤에 복을 남겨 줄지 주 너희 하느님에게 바칠 곡식 제물과 제주를 남겨 줄지 누가 아느냐?
15 너희는 시온에서 뿔 나팔을 불어 단식을 선포하고 거룩한 집회를 소집하여라.
16 백성을 모으고 회중을 거룩하게 하여라.
원로들을 불러 모으고 아이들과 젖먹이들까지 모아라.
신랑은 신방에서 나오고 신부도 그 방에서 나오게 하여라.
17 주님을 섬기는 사제들은 성전 현관과 제단 사이에서 울며 아뢰어라.
“주님, 당신 백성에게 동정을 베풀어 주십시오.
당신의 소유를 우셋거리로, 민족들에게 이야깃거리로 넘기지 마십시오.
민족들이 서로 ‘저들의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 하고 말해서야 어찌 되겠습니까?”
18 주님께서는 당신 땅에 열정을 품으시고 당신 백성을 불쌍히 여기셨다.
▥ 제2독서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 5,20─6,2>
형제 여러분,
20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권고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21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하여 죄로 만드시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이 되게 하셨습니다.
6,1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2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 복음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6,1-6.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2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3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4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5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17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18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오늘 말씀전례는 우리를 ‘회개’로 초대합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주 너희 하느님께로 돌아오너라.”(요엘 2,13)는 말씀으로 요약됩니다.
제1독서에서 예언자 요엘은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고 단식하고 울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라.’고,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과 화해하고 은혜로운 구원의 날을 맞이하라.’고,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위선자들처럼 자신의 의로움을 보이려고 자선과 기도와 단식하지 말고 숨어계신 하느님의 의로움으로 돌아오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회개는 몸과 옷을 찢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찢는 뉘우침이며, 자신을 드러내는 의로움이 아니라 하느님에게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회칙 <신앙의 빛>에서는 ‘회개’를 “주님을 향해 거듭 되돌아가는”(13항) 것으로,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에 우리 자신을 맡기며 ~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거듭해서 기꺼이 변모되려”(13항) 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회개가 지속적이어야 함을 말합니다.
수도승들은 이 지속적인 회개의 삶을 생활방식으로 채택하고 ‘제2서원’으로 삼아 살아갑니다.
이처럼 ‘회개’는 ‘뉘우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옴’이라는 실행을 요청합니다.
곧 마음만 찢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로 돌아오는 행동을 요청합니다.
여기에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요청되고, “용기를 요구”(14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마태 6,1)
이는 의로움의 본질이 하느님 앞에 놓인 처지, 곧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임을 말해줍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사람들 앞에 드러난 행동이나 결과를 보시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 생각을 보십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의로운 생활의 중심은 ‘자선’과 ‘기도’와 ‘단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의로움을 통하여 하느님과의 올바로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의로움을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인정받고 칭찬받고 보상 받고자 했습니다.
혹 우리도 그러고 있지는 않는지 보아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기도나 봉사나 사랑을 통해서도 그럴 수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나의 경건함을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도구가 되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자신을 하느님께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자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러니 늘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마태 6,6)의 현전을 마주하고 있어야 할 일입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이라 함은 단순히 숨기라는 말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게 행하라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행하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드러나거나 말거나에 여의치 않는 자유로운 마음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하느님 앞에 있는지라, 사람들이나 자신 앞에서 자유로운 것을 말합니다.
곧 ‘진실한 마음’을 말합니다.
아멘.
<오늘의 말 · 샘 기도>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마태 6,1)
주님!
선을 과시하지 않고 악을 거짓으로 치장하지 않게 하소서!
제 마음이 당신 사랑에 씻기어지고 마음의 단식으로 당신을 섬기게 하소서!
의로움을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지 않게 하시고, 마음이 기도로 순결하게 하소서!
오늘도 당신의 영으로 차오르고 당신 앞에 머무르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