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연 신부님 / KBS 아침마당]
저는 30대에 신부가 되었는데 실수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때는 강의하다가 누구 핸드폰이 울리면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아주 지나칠 정도로 원칙을 철저하게 따졌습니다.
핸드폰이 울리면.. 무식하게.. 남들 방해되게 핸드폰도 안 꺼놨다고..
거양성체라고.. 미사때 예수님 성체를 들어올리는 의식이 있는데
그때 핸드폰이 울리면 딱 내려놓고 한바탕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 기도하러 와서 핸드폰도 안 꺼놨다고..
그런데 미사가 끝났는데 어떤 자매님이 와서
죄송하다고.. 우리 남편 핸드폰이라고 그러는 거예요.
"아니, 남편 핸드폰인데 왜 당신이 왔냐? 남편은 발이 없냐? 입이 없냐?
남편이 와서 사과해야 할 것 아니냐?" 그랬더니 그 부인이 하는 말이
"신부님, 우리 남편은 청각장애인입니다."
진동으로 해놓은 게 풀렸던 겁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고, 부인도 모르고..
그래서 "신부님,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제 강의에 핸드폰 울려도
한 번도 신경질 부린 적이 없어요. ㅎㅎ
제가 아는 신부님도, 핸드폰 울려도 신경질 안 부린대요.
왜냐 하면 신학생 때, 아버지하고 무릎 꿇고 미사참여를 하는데
신부님이 성체를 막 들어올리는데 아버지 핸드폰이 울렸답니다.
그것도 핸드폰 소리가 보통 소리가 아니고..
딱 울리는데 '뱀이다~~♬' ㅎㅎ
내 아버지도 이런 실수를 하는데 내가 누구한테 신경질을 내겠나~~
그리고 이제 이 나이 되고 보니까
내 바지에서 핸드폰 울리는지 안 울리는지도 몰라요.
할머니들 핸드폰 안 꺼놨다고 신경질 부릴 게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30대에는 안 됐어요 ㅎㅎ
- 남을 함부로 바난하지 마라, 그는 내가 모르는
어떤 어려움과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 들을 때는 핸드폰을 꺼놔야 하는 이유:
그 소리 때문에 사람들이 잠깐 주의가 흐트러져서
앞에서 말하는 사람의 소리를 몇 단어 놓칠 수가 있기 때문에.
☞ 야박한 버스, 그러나 오늘은 화가 안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