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내렸다 올랐다 하면서 불규칙합니다. 밤과 낮의 기온차도 크기 때문에 감기하기 딱 좋은 때입니다. 콧물 감기라 할지라도 혹시 코로나는 아닌가 지레 겁을 먹게 하는 때인지라 실제로 아니라 하더라도 기침하며 콧물이라도 흘리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지 않을 리 없는지라 공연히 주눅까지 들게 마련입니다. 무슨 죄인이라도 된듯이 말이지요. 그러니까 감기라 할지라도 들지 말아야 합니다. 각별이 조심해서 나다니도록 신경을 쓰셔야 할 때입니다.
수목소설 "전설3 [일루전ILLUSION]제3부 건국과 단정 반대"는 매리가 대구로 숨어들었으나 일정한 거처를 마련하지도 못하고 벌이도 없으니까 일상이 난감한 처지가 됩니다. 교회 반주자 응모도 떨어지고 할일이 없는데 방을 구하러 나섰다가 심문모와 마주치는 일까지 있게 되니까 어마 뜨거라하고 그곳을 벗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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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고요 최지훈 작
왜옥동네의 전설•3
일루전ILLUSION
제3부 건국과 단정 반대 (제5회)
1. 심문모와 전매리-5
나는 심문모가 눈치 채지 못할 곳에 거처를 마련했었습니다. 그리고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다녔습니다. 물론 곽 선생과도 은밀히 접촉할 방책을 정해서 거의 매일 만났습니다. 만나서도 우리는 피차에 호구지책에 대해서 걱정하면서 지냈습니다. 곽 선생은 비밀 아지트(우리는 이를 그냥 ‘트’라고 말했습니다만)에 거주하면서 피아노 교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권오익 변호사의 집에서 국민학교에 다니는 그의 딸을 그집 피아노로써 개인교습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학원에 강사 자리가 없을까 하고 학원을 찾아다녔습니다. 당시 대구에는 중학생을 상대로 한 입시 전문 학원으로 소문난 곳이 서넛 정도 되었습니다. 그 첫째가 YMCA에서 운영하는 학원으로 여러 과목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었고, 영어와 수학만 전문으로 하는 학원이 부청(나중에 시청이 된) 부근에 있었고, 덕산국민학교 부근에 수학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이 둘이나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원장이 당시에 경구중학교 수학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이었는데 마침 사업을 확장해서 영어와 독일어 그리고 국어 과목을 담당할 강사를 물색 중에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찾아가 다행스럽게도 채용이 되었었습니다.
원장과 면접하는 과정에서 왜 중학교에서 교직을 그만두게 되었는지 말해달라고 해서 그대로 말할 수가 없어서 거짓말로 둘러댔습니다. 학교에서 도서실을 맡아 책 읽으러 오는 학생들 중에서 자주 드나드는 아이들을 상대로 독서회를 꾸렸더니 빨갱이 조직을 만들어 학생들을 오도하고 있다고 의심을 해서 부당하게 자기를 해고했다는 것이었다. 마침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이 도서실에 있는 책 중에 일본어로 된 막심고리키의 장편소설 [어머니]를 읽게 했다는 것이 혐의의 원천이었다고 했지요. 더구나 국어 선생이 일본어로 된 책을 읽게 했다는 것도 흉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아직 우리말로 번역된 것이 없으니까 읽을 수 있는 글이니까 비록 일본어로 썼어도 명저를 읽게 하는 것이 독서지도의 근본인만큼 당연한 것이 아니었겠습니까 하고 그 원장에게 억울했다는 식으로 변명을 했지요.
그러니까 그 원장이 이해가 된다는 식으로 반응을 보이면서 강사로 채용되었습니다. 학생을 모집해보니까 영어나 수학의 경우는 강의 과목마다 강의실이 넘쳐나는데 국어를 수강하는 학생은 교실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으나 비록 수입은 입에 풀칠하기 바쁠 정도였지만 오히려 지도하기는 좋았습니다. 우선 그렇게 학원에 나가서 강의를 시작하니까 마음에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곽 선생과 함께 도당에서 부여하는 사업을 하기보다 마음에 부담도 없는데다가 당국의 눈총을 벗어날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런데 심문모와 다시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봄이 되면서 신학기가 되었습니다. 학년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학기가 바뀌니까 진도를 쫓아 신학기에 맞는 참고서를 채택했습니다.
-----9월 15일(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