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교회 역사는 1533년 포르투갈 선교사들과 함께 시작됩니다. 베트남은 한국보다 200년가량 일찍 신앙을 접하였는데, 오랜 교회 역사를 가진 만큼 고통과 아픔도 깊습니다. 베트남 왕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거부할 것을 강요하며 신자들에게 십자고상을 밟고 지나가게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침묵하고 계신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한 고통과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인간은 그분의 존재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당신 정의는 어디에 있으며 당신 사랑은 왜 침묵뿐이냐며 울부짖기도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내가 바라는 사랑과, 내 기도가 실현되지 않는 어둠의 심연에서 믿음은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비록 지금은 하느님께서 침묵하시며 나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지 않으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저주받은 자의 모습으로 죽음을 받아들이셨음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그저 이천여 년 전 과거의 일회적 사건이나 나의 오늘과 아무 상관 없는 사건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사건은 모든 미사 가운데, 그리고 우리의 현재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습니다.
하느님께서 침묵하시고 내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는 어떻게 믿음을 간직합니까? 고통받는 나에게, 무의미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방황하는 나에게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어떤 의미입니까?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미사에 참례하면서 나와 하느님과 맺는 관계, 나와 예수님과 맺는 관계에 대하여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김상우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