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보드라운 까마중 잎이나 뽕잎이 벌레에게 집중공략을 받아 살아도 산 것이 아닌 듯 몰골이 사납다.
하나의 대상 앞에서 먹힌 쪽과 먹은 쪽 중 어느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우는지를 알아가며 묵상하게 된다. 숨탄 것들의 목숨이 먹이 사슬의 윗 것들에게 수시로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은 뭔가 불합리해 보이기도 한다.
일부는 종자 번식용으로 남고 일부는 먹이 사슬 윗 단계에 먹혀 마치 장기 이식하듯 윗 단계 생명체의 일부가 된다고 이해한다.
갉아 먹힌 저 잎이 나의 정신세계라면 신은 나를 먹고 나는 신의 극 일부로 살면서 비움에 깃든 성령의 맛을 누리리라. 그리고 긍정한다. 먹힌다는 건 뜻에 따른다는 것. 헐벗고 굶주린 자에게 한 것이 신에게 한 것이라 이해되어 자유의지로 내어주었다면 그건 신에게 먹힌 것이리라. 진리의 말씀을 먹고 살다가 정화를 마치고 온전히 하나 되고 싶다는 열망을 하게 된다. 갉아 먹힌 잎이 가볍고 성스러워 보인다.
디카시 한 편에 우산살처럼 펴지는 생각들, 우리의 생각과 모두를 섭리로 다스리는 신의 뜻이 계실 것이므로 되레 마음이 편해진다.
첫댓글 신이 있나 없나, 신을 믿나 안 믿나를 떠나서
생명이 있게 하고 키우는 자연의 섭리가 놀랍기만 합니다.
한 편의 디카시가 주는 감동과 함께 신의 뜻을 거슬리는 않는
맛깔스러운 감상 감사히 봅니다.
신은 사람 안에도 있고 밖에서 섭리하시기도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다만 그리 하실 뿐...어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의 몫이겠습니다. 먹힌듯한 구름...과 수필 함께 읽으니 좋습니다^^
오래 생각하던 내용이라 수필로 한번 쓰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었지요.
무신론자나 유신론자나 구분지을 필요 없이 공감하거나
아니거나 피력할 수 있는 게 좋습니다
저는 인간이 창조한 신은 믿지 않지만
스스로 그러한 것들의 신은 믿습니다.
어찌 되었든,
오만한 인간 위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이
고개를 들어 높은 곳을 우러르게도 하고
고개 숙여 발 아래를 굽어보게도 합니다.
물론, 신의 뜻은 늘 알 수 없고
다만 양심을 좇아 그것이 신의 뜻이려니 합니다.
작품을 읽고 소개해 주신 오정순 선생님과
함께 읽고 댓글 주신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신이라는 한 글자가 일파만파 어디까지 펼쳐질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서 감상이나 해설이 아니라 쪽 수필이라 정하고 글을 씁니다.
글을 세상에 내보내셨으니 저에게 와서 이렇게 무늬 지어진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두 분의 글로 자연의 겸허함과 인간의 선택적 겸허함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자연을 관찰할 때마다 느끼는 바,
자유의지와 선택기능을 가진 인간에게는
어떻게 적용하고 살아볼까 짧게 정리해 보고 싶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