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에 부쳐-함께하면 멀리 간다

[남기창]

함께하면 멀리 간다

50년전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3월
그대들을 만났습니다
교실 두개를 터서 만든 강당에서
설레이는 입학식을 치뤘지요
아직 추위가 덜 가신 날씨는

처음 입어보는 교복의 소매를 움추리게 했지요
까까머리 소년들과 단발머리 소녀들의 어색한 만남
탄천국민학교
이인국민학교
덕지국민학교
복룡국민학교
견동국민학교
대학국민학교
그리고 멀리 강건너
청남국민학교
걷거나 버스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배를타는...
나름대로의 통학방법들이 다양했지요

아침밥도 거르고 떠난 중2때 속리산 수학여행,
버스를 타고 공주의 극장으로
단체영화 관람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영화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자다
벤허
십계
신상
에어포트7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를 보러 가기전에

이병도 선생님께서 칠판에 주인공과 주인공역의 배우에 대한

대략의 소개를 해주셨던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 있습니다
3년동안 기억에 남는 일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중학생이 되어서 배운 "매기의추억"은
지금도 최애의 노래랍니다
입시준비에 바쁘던 중3때는 "합격생"이란 잡지에

글도 투고했었고 여름방학 보충수업시즌엔

여자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쭐거리며 야구도 했었지요

연탄집게,보름달,팅클....이런 친구들의 별명도 생각납니다.

밤새워 가며 쓴 편지를 건내주지도 못하고 졸업을 하고

세심하고 가슴 설레이던 그날들이 어제와 같습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벌써 50년이 되어버린 지금
김국환 박만서 이해연 김성배 황원석
먼저간 친구들도 여럿이 되었습니다
이번 만남은 그동안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채울수 있는

축복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남의 자리를 준비해 주시고 성원해 주시고

전국 각지에서 함께해 주신 모든 친구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