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제1독서
<온 세상의 창조주께서,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 마카베오기 하권의 말씀입니다.7,1.20-31
그 무렵 1 어떤 일곱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체포되어
채찍과 가죽끈으로 고초를 당하며,
법으로 금지된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를 임금에게서 받은 일이 있었다.
20 특별히 그 어머니는 오래 기억될 놀라운 사람이었다.
그는 일곱 아들이 단 하루에 죽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용감하게 견디어 냈다.
21 그는 조상들의 언어로 아들 하나하나를 격려하였다.
고결한 정신으로 가득 찬 그는
여자다운 생각을 남자다운 용기로 북돋우며 그들에게 말하였다.
22 “너희가 어떻게 내 배 속에 생기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준 것은 내가 아니며,
너희 몸의 각 부분을 제자리에 붙여 준 것도 내가 아니다.
23 그러므로 사람이 생겨날 때 그를 빚어내시고 만물이 생겨날 때
그것을 마련해 내신 온 세상의 창조주께서,
자비로이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너희가 지금 그분의 법을 위하여 너희 자신을 하찮게 여겼기 때문이다.”
24 안티오코스는 자기가 무시당하였다고 생각하며,
그 여자의 말투가 자기를 비난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스러워하였다.
막내아들은 아직 살아 있었다.
임금은 그에게 조상들의 관습에서 돌아서기만 하면
부자로 만들어 주고 행복하게 해 주며 벗으로 삼고 관직까지 주겠다고 하면서,
말로 타이를 뿐만 아니라 약속하며 맹세까지 하였다.
25 그러나 그 젊은이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임금은 그 어머니를 가까이 불러 소년에게 충고하여
목숨을 구하게 하라고 강권하였다.
26 임금이 줄기차게 강권하자 어머니는 아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하였다.
27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에게 몸을 기울이고
그 잔인한 폭군을 비웃으며 조상들의 언어로 이렇게 말하였다.
“아들아, 나를 불쌍히 여겨 다오.
나는 아홉 달 동안 너를 배 속에 품고 다녔고
너에게 세 해 동안 젖을 먹였으며,
네가 이 나이에 이르도록 기르고 키우고 보살펴 왔다.
28 얘야, 너에게 당부한다.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아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미 있는 것에서 그것들을 만들지 않으셨음을 깨달아라.
사람들이 생겨난 것도 마찬가지다.
29 이 박해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죽음을 받아들여라.
그래야 내가 그분의 자비로 네 형들과 함께 너를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
30 어머니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젊은이가 말하였다.
“당신들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이오?
나는 임금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겠소.
모세를 통하여 우리 조상들에게 주어진 법에만 순종할 뿐이오.
31 히브리인들을 거슬러 온갖 불행을 꾸며 낸 당신은
결코 하느님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9,11ㄴ-28
그때에 11 예수님께서는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신 데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2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13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열 미나를 나누어 주며,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하고 그들에게 일렀다.
14 그런데 그 나라 백성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사절을 뒤따라 보내어,
‘저희는 이 사람이 저희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게 하였다.
15 그러나 그는 왕권을 받고 돌아와,
자기가 돈을 준 종들이 벌이를 얼마나 하였는지 알아볼 생각으로
그들을 불러오라고 분부하였다.
16 첫째 종이 들어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7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18 그다음에 둘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만들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9 주인은 그에게도 일렀다. ‘너도 다섯 고을을 다스려라.’
20 그런데 다른 종은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21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22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내가 냉혹한 사람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23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되찾았을 것이다.’
24 그러고 나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일렀다.
‘저자에게서 그 한 미나를 빼앗아 열 미나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25 ─ 그러자 그들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이는 열 미나나 가지고 있습니다.’─
2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27 그리고 내가 저희들의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은 그 원수들을
이리 끌어다가, 내 앞에서 처형하여라.’”
28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가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다시 오실 주님과의 만남을 준비시키십니다.
"그는 왕권을 받고 돌아와, 자기가 돈을 준 종들이 벌이를 얼마나 하였는지 알아볼 생각으로 그들을 불러오라고 분부하였다."(루카 19,15)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오려고 먼길을 떠나기 전, 열 종에게 한 미나씩 나누어 주고 벌이를 하라고 일렀습니다. 그리고 이제 왕권을 받고 돌아와 종들과 셈을 하려는 참입니다.
이 장면은 사람의 아들의 날, 우리의 임금이신 주님께서 다시 오셔서 우리와 셈을 하시게 될 구원과 심판의 날을 보여줍니다. 그날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마련해 주셨던 영적 물적 자원들을 어떻게 성장시켜 열매를 맺었는지 그분과 함께 헤아리게 될 것입니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루카 19,22)
주인이 이른 대로 성실히 벌이를 해온 종들은 주인에게 착한 종이라 불리지만, 주인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종은 악하다는 호통을 듣습니다. 그들은 주인(하느님)에 대한 그릇된 시각과 왜곡된 자아상으로 은총과 선물을 허비한 이들입니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루카 19,26)
자신이 받은 여러 자원을 성실하게 돌보고 키워 주인께 되돌려 드리는 이에게는 더 큰 축복이 기다립니다. 순종과 헌신, 믿음과 사랑에 대한 보상입니다. 반면 받은 것조차 경시와 불평으로 묻어버리고 주인이 냉혹하다고 원망하기까지 한 이들은 자기가 가진 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을 정도로 모조리 다 잃게 될 것입니다.
제1독서는 일곱 형제의 순교 이야기입니다.
"주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용감하게 견디어 냈다."(2마카 7,20)
사랑하는 일곱 아들을 한 날에 다 잃은 어머니가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주님께 대한 희망"입니다. 그녀는 율법을 준수하는 것이 주님을 경외함이라 믿기에 아무리 처절한 상황이 닥쳐도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임금은 그에게 조상들의 관습에서 돌아서기만 하면 부자로 만들어 주고 행복하게 해 주며 벗으로 삼고 관직까지 주겠다고 하면서 ... 맹세까지 하였다."(2마카 7,24)
임금의 회유책에서 무엇이 느껴집니까? 예나 지금이나 하느님의 가치와 대립하라고 악이 내거는 유혹은 재물, 세속의 행복, 권력자의 측근이 갖는 잇권, 관직입니다. 시대와 장소, 문화가 달라도 어쩜 이리 복사판처럼 꼭 같은지요!
오늘의 주인공인 어머니와 일곱 아들은 임금의 회유를 비웃으며 극심한 고문과 잔인한 형벌을 견디어 내고 끝내 순교로써 하느님께 신의를 지킵니다. 하느님으로 부유하고 천지의 창조주를 벗으로 삼는 복락은 고작 세속의 부자가 되고 권력의 중심에 서는 일과 비교할 가치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 열정과 신의와 헌신은 하느님께서 맡기신 소중한 한 미나를 열 미나, 백 미나로 불려서 온 세상을 감싸안고도 남을 축복으로 확장시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불리운 우리는 그러라고 초대된 이들이지요.
사랑하는 벗님! 우리 손에 소중히 쥐어 주셨던 한 미나가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피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저마다 힘들고 버거운 인생길에서 힘껏 애쓰며 살아온 우리에게 주님께서 반드시 "잘 하였다, 착한 종아!" 하실 겁니다. 축복에 축복이 더하여 주님으로 부요하고 충만해진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 출처: 원글보기;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