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지망 학과를 지원한 동기는? ... 저는 소싯적부터 그림 그리는 환경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부모님께서 특별히 저를 위한 작업 공간을 마련해 주셨고 그림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풍족하게 경험하게 해 주셔서 쉽고 재미있게 ‘미술 활동 놀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 하얀 도화지 자체가 설렘이었고, 그 하얀 스케치북에 무엇을 그릴지 생각하고 ,떠올려 그려 낸다는 것은 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였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을 그릴 때면 꼭 잘 그리거나 완성 되지 않아도 그 과정 자체가 행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 과정만으로도 행복 했던 것은 만들기도 그랬습니다. 스케치북 위에 그려진 누워있는 예쁜 공주를 이제는 진짜처럼 세우고, 문이 닫혀있던 집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집으로 만들어 내면서 그저 단순한 평면위에 그림보다 현실의 공간을 포함하는, 그래서 더 진짜 같은 입체에 끌리게 된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 입문하기도 전에 가족여행을 야외 스케치 형식으로 다녔고 고교 입시생들이 다니는 전문 미술학원을 초등6년, 중등3년 동안 영문도 모르고 다니면서 왜 아리아스 같은 지겹고 어려운 댓생을 시키는 지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 그때마다 저의 맨토 이신 아버지께서 회화는 댓생이 기본이기 때문에 무조건 댓생이 재밌어질 때까지 하라고 권면해 주셔서 당시엔 솔직히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하였습니다. 인문계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고 입시를 치르던 날 소품이 아무 것도 없는 고사장에서 예문이 주어지고 시제에 대한 형태를 잡으면서 왜 아버지가 댓생을 그렇게 강조했는지 처음 깨닫게 되었습니다. - 예고 진학 후에도 동양화, 디자인, 그리고 서양화를 접목 시키는 작업들이 너무나 흥미로워서 예고 3년 동안 열정을 쏟아 부었는데 공간에 대한 배움의 기회는 많지 않았고, 늘 갈증이 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졸업 후 갈 수 있는 학교 보다, 가고 싶은 학교를 알아보다가, 한예종 무대미술과를 알게 되었고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평소 단순한 회화 작업보다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연출이나 무대에 관심이 있던 저에게 맞는 학교라고 판단했습니다. 평면에만 편협 되지 않고 모든 공간에 대한 종합미술과 연극 영화 전반을 폭넓게 아우르는 예술 자체를 배우는 학교라는 생각에 꼭. 입학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과 관련하여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라든지, 공연 · 전시 · 영화 등을 관람한 적 있다면 그를 소개하라. ... 가장 좋아하는 것은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입니다. 먼저 유쾌하고 코믹해서 재미가 있을 뿐더러 깊은 속 내용도 있어서 항상 또 보고 싶은 연극입니다. 벌써 네 번이나 보았지만 <지하철1호선>은 볼 때마다 발전하였고 느낌들이 색달랐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하철1호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일 처음 봤을 때는 7살 때 이었습니다. 내용은 잘 몰랐지만 그때 느낀 색감이나 움직임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반짝이던 별이 떠있던 배경과 선녀를 둘러싼 조명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그렇게 <지하철 1호선은> 빛으로 먼저 제게 다가왔습니다. 두 번째 봤을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었는데 그때가 1500회 공연이라는 것을 듣고 조사해보았더니 독일의 원작 <Line 1>에서 <지하철1호선>으로 다시 탄생되었다는 것을 듣고 어떻게 가능할까 궁금증을 가져보기도 하고 결국 독일과 우리나라는 냉전시대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분단된 국가라는 비슷한 국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 그것들은 의심할 바 없이 연민의 정서에 기초가 된다는 사실까지 도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 그렇게 하나하나 의문을 가져 보고 알아가면서 이 연극은 제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깨닫는 데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을 보면서는 선녀가 알게 되는 친구들이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빈민가 사람들이다보니 공감하기보다는 비하해서 생각했었는데 결국<지하철 1호선>은 대도시의 빈민굴 속에서 삶을 지속시켜 나가는 그 하층부사람을 모두 “아름다운사람”이라고 표현하려는 것도 나중엔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 연극은 직접적이지 않게 많은 것을 말해왔던 것 같습니다. - 저에게 있어 “연극”이라는 것은 마음에 감동을 담아가고 머릿속에 오래남아 계속 기억하고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마음을 전하고 싶어 꼭 연극을 하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극에 대해 배우고 싶게끔 만든 공연 이였습니다. 저는 사회풍자나 해학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느낌의 극을 좋아하는데 이 연극은 독자적인 한국작품 같을 정도로 한국 상황과 정서에 맞게 잘 변형 된 것 같아 우리의 연극문화에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잊을 수 없는 공연일 것 같습니다.
자신의 멘토가 있다면 그를 소개하라. ... 멘토는 저희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제게 문학과 미술을 늘 한 묶음으로 강조하시면서 당신이 문학 미술을 사랑하는 소시민의 삶을 사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함께 뮤지컬이나 연극뿐 아니라 영화, 음악회들을 수 없이 보고, 듣고, 감상하고 작품들을 함께 쉐어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작가는 수많은 것들을 직 간접으로 경험 할 때 그 분야의 든든한 인프라를 갖출 수 있듯이 이제는 단순히 회화 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를 이해하고 포용할 때 독자나 관객에게 공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훗날 제가 예술가라 이름불리는 사람이 된다면 사회적,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고 평생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거나 놓치지 않고 늘 배워가는 마음으로 발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그를 기술하라. ... 아직은 좋아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연극,영화의 미술 감독이나 뮤지컬 세트를 기획하고 설치하는 대중성 있는 분야에서 활동 하고 싶기도 하지만 설사 작은 소극장에서라도 제가 연출한 무대를 선보이고 한 명의 관객이라도 감동하고 기억할 수 있다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아, 정말 상상만으로도 벅찬 일 인 것 같습니다. 무대미술과에 들어가서 제 성향이나 관심분야를 확실히 배우고 , 선생님들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무대 미술 발전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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