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 박옥태래진
꽃잎에 떨어지는 비는 꽃송이 될지니,
그는 부끄러움을 간직할 것이요.
풀잎에 떨어지는 비는 이슬이 될지니,
그는 바람의 목을 축이리라.
사슴눈동자에 떨어진 비는 별이 될지니
그는 별들의 노래를 배우리요.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비는 농부가 될지니
그는 풍년을 영글게 하리라.
바스락댄다 싶었던 창밖의 밤비 소리가 토닥토닥 더욱 정겹게 들린다. 멀리 계곡물 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3월 봄비는 생명들을 생동케 하고 산과 숲을 새롭게 하리라. 어떤 이는 비를 하늘의 눈물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하늘이 내린 은혜라고도 한다. 천지자연의 고통과 인간의 시련이 있어서 눈물이라 표현할 수도 있고, 메마른 산천을 적셔주고 먼지 뭍은 도시를 씻어 내리고, 초목과 동물들의 갈증을 해소 해주니, 하늘의 은혜라고도 한다. 그리고 우울하고 외로운 가슴을 지닌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기도 하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비가 저리 내 가슴과 영혼으로 내리니, 내 세포들도 모두 화장을 하고 일어선다. 만약 비가 세상에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은 바다에만 존재하고 생명은 바다 생명만 있었을 것이다. 지구육지는 메마른 사막뿐으로 생명이 존재하지 못했으리라. 비가 있어 땅이 기름지고, 생명도 태어나 살면서 진화를 이끌어 가고 있으니, 비는 세상 만물의 생명수인 것이다. 비라는 정제(淨財)와 정화(淨化)의 회귀기능이 없었다면, 지구에는 정체된 바다의 짜디짠 염분 수만 있었을 것이다. 비는 인간의 몸속을 맴도는 피와 같이, 지구의 정맥이 되었다 동맥이 되었다 하면서, 지구의 세포를 성장시키고 유지시키면서 끝없는 정화를 해 나아간다. 시냇물이 되어 강이 되고 바닷물이 되어서, 염분은 남기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서 맑은 빗물이 되어 내려온다. 그렇게 비는 윤회하며 지구의 심장과 핏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빗물을 자연의 사랑이요 정화기능으로서, 잘 못 된 것들에는 화를 내며 씻어내 버리고, 아름다운 것들에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