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바울과 함께 배에 탔던 자들과 함께 한 육지에 가까스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서 보니 그곳은 멜리데(Μελίτη, Melita)라는 섬, 즉 현재의 몰타(Malta)였습니다(1절). 날씨는 계속 궂어서 비가 오고 추운 기온이었기에 멜리데에 사는 원주민들이 불을 피워 바울과 그 일행을 친절하게 대접하였습니다. 이 와중에 바울은 나뭇가지를 한 아름 모아다가 불에 넣습니다. 다른 이들이 더 따뜻하게 있도록 섬긴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나뭇가지에서 독사가 튀어나와 바울의 손을 물고는 떨어지지 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3절). 이런 상황을 목격한 원주민들은 바울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바다의 조난(遭難)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는데, 이렇게 독사에 물려 죽게 되었느냐고 수군댔습니다(4절). 바울은 아마 살인과 같은 큰 죄를 범했기에 하늘이 벌을 내린 것일 것이라고 수군거립니다. 그런데 바울이 그 독사를 불에 떨어 버렸고, 원주민들은 독사에 물린 바울에게 붓는 증상이 나타나고 쓰러져 죽을 줄로 알고 기다렸는데, 바울은 아무런 문제가 없이 건장하였습니다. 그러자 이제 원주민들은 바울을 신(神)이라고 하였습니다(5절, 6절).
이런 소동이 일어난 후에 멜리데 섬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보블리오(Πόπλιος, Publius)라는 사람이 바울과 그 일행을 영접하여 사흘이나 대접하며 머물게 합니다(7절). 그런데 그 집에 열병(아마 말라리아로 추정)과 이질에 걸린 보블리오의 아버지가 있었고, 바울이 그에게 기도하고 안수하여 그 질병들이 낫는 일이 일어났습니다(8절). 이 소식을 들은 섬에 있는 다른 병든 사람들도 와서 고침을 받는 역사(役事)가 일어났고(9절), 바울과 그 일행은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지낼 수 있었고, 필요한 양식과 물품들을 배에 실어주기까지 하였습니다(9절, 10절). 하나님께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바울을 통해 멜리데 섬에 역사(役事)하셨고, 아마 멜리데 섬에도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해졌을 것입니다. 지금도 몰타공화국(Republic of Malta)은 카톨릭을 중심으로한 기독교인이 약 90%일 정도입니다.
멜리데 섬에 3개월 정도 머물면서 겨울을 보낸 바울과 그 일행은 알렉산드리아의 배이긴 하지만, 또 다른 배를 타고 떠나게 되는데 그 배의 머리장식은 디오스구로(Διόσκουροι, Dioscuri)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11절). 디오스구로는 제우스(Zeus) 신과 달의 신 레다(Leda)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아들인 카스토르(Κάστωρ, Castor)와 폴리데우케스(Πολυδεύκης, Pollux)를 말합니다. 그 당시에는 배마다 자기의 배를 보호하는 신(神)들의 모형을 장식하였는데 디오스구로를 장식한 배에 승선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수라구사에 사흘 동안 정박하였다가 레기온에 들러 하루를 지내고, 항해하기 좋은 남풍이 불자 그 다음날 보디올에 도착합니다. 수라구사(Συράκουσαι, Syracuse)는 시칠리아 섬 동쪽 해안으로 현재는 시라쿠사(Syracusa)이며, 레기온(Ῥήγιον, Rhegium)은 현재 시칠리아(Sicilia) 섬과 인접한 이탈리아 남쪽 레조 칼라브리아(Reggio Calabria)입니다. 그리고 보디올(Ποτίολοι, Poteoli)은 이탈리아 중간의 서쪽 해안의 나폴리(Napoli)에 있는 포추올리(Pozzuoli)로 로마(Ῥώμη, Rome)에서 남쪽으로 약 215km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하나님은 바다에서 조난당한 바울의 일행을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남부 멜리데 섬에 도착하게 하셨고, 시칠리아 섬의 몇 군데를 거쳐 로마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보디올에서 형제들을 만나 이레를 지내면서 교제를 한 바울과 그 일행은 로마로 향합니다(14절). 그리고 바울이 로마를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로마에 있는 형제들은 압비오 광장과 트레이스 타메르네까지 마중 나와 주었습니다(15절). 압비오(Ἄππιος, Appii) 광장은 로마로부터 65km 떨어진 곳으로 압비우스 광장(Forum Appii)을 말합니다. 그리고 트레이스 타베르네(τρεῖς ταβέρναι, the Three Taverns)는 세 개의 숙소라는 의미로 삼관(三館)이라고도 번역된 적이 있는데, 로마에서 5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현재의 위치로는 치스테르나 디 라티나(Cisterna di Latina) 부근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보디올이나 로마에 있는 형제들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그들은 바울이 왔다는 소식에 반갑게 맞아주었고, 이들과의 만남은 바울에게 큰 힘과 격려가 되어 담대한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15절). 어디에 가든 같은 믿음을 가진 그리스도인들과의 만남과 교제는 늘 힘이 됩니다.
바울과 그 일행은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었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원래 가고자 했던 로마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백부장을 비롯한 배의 선장이나 선주가 바울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잘 들었더라면 아마 이렇게 큰 풍랑 속에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바울을 통해서 주셨던 말씀을 무시하여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디에 있든 겨울에는 항해하기가 어려워 과동(過冬)을 위해 머물렀어야 하기에 기간적(期間的)으로 본다면 거의 같은 기간을 거쳐 이탈리아에 도착한 셈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붙들고 살아간다면, 하나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선하게 인도하셔서 하나님의 일을 이루실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견고하게 붙들고 하나님만 의지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잘 붙들고 승리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