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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삶을 나누고 회색도시를 녹이는 복수초로 피어라복수초라는 꽃이 있지요. 그건 초봄에 처음 얼음 사이에 피는 꽃인데, 그 기운으로 주위의 얼음을 녹여요. 그처럼 각자 떨어져 있지만 자기 주변을 조금씩 녹여가자는 겁니다. 대개 회원들의 생각은 '복수초'처럼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자는 것이죠. 거대한 인공구조물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서울, 삼백예순 날 중에 삼백 날은 하늘이 잿빛일 이 저주받은 도시에서도 천 몇 백만의 사람들은 닭장 같은 아파트에 깃들어 아이들을 기르고 생업에 종사하며 입에 풀칠하고 살아간다. 생기나 인간미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서도 이웃과 온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그 온기 속에서 아련하게나마 생명의 숨결을 느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자신이 스스로 생명의 숨결이 되어 삭막한 이 도시의 이웃들에게 온기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 도시 속에서 생명의 농사를 짓는 이들이 바로 한살림 사람들이다.
생명의 쌀가게로부터벌써 이십년 가까운 일이다. 가톨릭농민회와 가톨릭 원주교구의 지역사회개발 운동을 펼치던 박재일 회장 등이 서울 한복판 제기동에 쌀가게를 열었다. 농약 안 치고 화학비료 안 쓰고 생산한 쌀 몇 가마와 살아 있는 달걀 유정란 몇 판을 갖다 놓고 누군가 찾아주기를 온종일 기다렸다. 계란 열 알도 좋고, 쌀 반말도 좋았다. 가져다 달라면 서울 어느 곳이든 달려갔다. 서울만 회원이 4만 가까워지고 물품을 이용하는 몇 가지 원칙이 생긴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시내 열 다섯 곳에 흩어져 있는 한살림 매장, 이제는 물품의 종류가 4백여 가지로 늘었지만 겉모습만 보기에는 확실히 농산물직판장이다. 다른 곳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 안 쓴 특별한 농산물을 판다는 것이다. 이 쌀가게에 현재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물질 중심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바꾸자는 뜻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명이 살아 숨쉬어야 할 땅이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농약과 제초제, 화학비료 등 온갖 화학물질로 죽어가고, 거기에 건강한 모습으로 생명의 농사를 지어야 할 사람들이 오로지 돈만을 좇아 도시로, 대도시로만 떠나버리던 현실에 대한 자각에서 한살림은 시작되었다. 1960년대부터 가톨릭 원주교구의 민주화운동과 협동조합운동, 부락개발사업을 전개하던 일군의 운동가들이 1970년대 후반 지금까지의 운동에 대한 뼈저린 성찰을 통하여 생명의 터전인 땅이 죽으면 사람도 살 수 없고 농촌은 도시 소비지와 떨어질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도시의 소비자들은 농업과 농촌과 농민이 없다면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모든 사물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운동이 추구해 왔던 행복이 물질 중심이었고, 소유의 확대에 있었다는 반성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가난하지만 서로 나누는 공동체적 삶이고, 소박하지만 풀, 벌레, 나무까지도 신명나는 대동(大同)의 세상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그래서 농촌의 생산자는 땅을 살리는 유기농업, 협동 생산의 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땀을 흘리고, 도시 소비자는 이웃과 삶을 나누는 생활공동체를 통해 이기적이고 물질 만능의 현대적 삶에서 생명의 세계관을 깨닫고 이에 입각한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 둘 사이를 쌀장사, 이른바 유기농산물 직거래로 매개하는 한살림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지킨다는 기치를 내걸고…
삶의 나눔터, 지역의 생활공동체동대문구 전농동의 한살림 사람들은 매달 한번 지역모임을 갖는다. 한살림 이름 아래 모이는 것이 한 달에 한번이지, 사실 품앗이 공동육아 <띠앗(우리 옛말로 '형제간의 우애'를 뜻하다고 함)>이나 어린이 도서관인 <꿈틀도서관>의 일, 그밖의 지역 일로 만나는 것까지 치면 가까운 친척보다 훨씬 잦은 셈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주문한 각종 농산물과 생활용품들을 공급받으며 한살림을 통해 만난 열 일곱 가구의 사람들이 가꾸어 가는 이곳 지역모임에서는 생활에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함께 공부하고 생산지를 방문하고 한살림 물품으로 함께 요리도 해먹고 아이들과 함께 봄여름가을겨울 철마다 인근 배봉산 생태기행·탐사도 하고, 지역 사람들에게 한살림을 알리는 강좌도 열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동 심리에 대한 강좌를 열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지역 모임을 통해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삶을 나눈다. 보통 주부의 눈으로, '생활인'의 눈으로 본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를 기르고 교육시키며 먹고사는 일들을 나누며 새로운 지역과 세상을 가꾸어나가는 것이다.
2001년 4명으로 시작된 이곳 지역모임에서는 작년까지 식품첨가물, 바른 식생활에 대해 공부도 하고 현경 님의 {미래에서 온 편지}를 읽고 여성성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밥과 명상}이라는 책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 당뇨, 비만, 암 질환 등 성인병이 아이들에게 낯설지 않고, 보통 아이들도 대개가 천식과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등 면역결핍성 질환에 노출된 현실이 엄마들은 두렵기만 하다. 더 이상 남의 일처럼 방관할 수 없게 된 이런 일들이 바로, 가까이는 서구에서조차 정크 푸드, 즉 쓰레기음식이라고 하는 패스트푸드와 육식의 만연, 서구화된 식생활, 우리들의 식생활 습관 때문일 것이고, 더 근원적으로 따져들어 간다면 우리에게 잘못된 식생활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와 시장, 화학물질로 농사짓게 한 공업화된 농업, 더 나아가서는 현대의 생활양식, 산업사회의 모순이 집적된 것이라는 것을 책읽기를 통해 익히는 것이다.
사료라는 원료를 넣으면 달걀이라는 제품이 나오는 케이지식 닭 공장, 닭은 더 이상 동구 안팎을 뛰놀며 살아 숨쉬는 생명이 아니다. 이들은, 우리의 아이들도 같은 환경 속에서 그저 이 사회의 생산의 도구로 닭처럼 길러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면서, 닭을 공장이 아닌 살아 있는 생명으로 여기며 유기농사를 짓는 괴산의 눈·비·산 마을 공동체를 방문하여 오늘 우리의 삶을 되새기기도 하였다. 자식 키우듯 공들여 농산물을 가꾸는 이들 농민들과 교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바로 한살림의 오늘을 있게 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해마다 단오날이면 주요 생산지에서 생산자 분들과 함께 한해 농사를 기원하는 단오 잔치를 열고, 가을에는 한해의 농사를 지켜준 하늘의 은혜에 감사하는 가을걷이 한마당을 열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한 가족, 한 살림임을 확인한다.
밥상 살림, 농업 살림, 생명 살림이란 기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살림이 유난히 농업, 농촌과 농민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인공의 도시에서 살더라도 우리의 삶은 자연과 생태, 먹을 것을 생산하는 농촌과 농민의 뒷받침 속에 있다는 기본적인 삶의 태도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도시 한살림의 생활공동체가 진정한 생명의 공생체(共生體)를 꿈꾸고 있음을 깨닫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환경 살림에서 지역 살림으로한살림에서 쌀이나 배추는 그저 먹어버리고 소비하는 상품이 아니라 우리들 삶을 돌아보게 하는 소재이다. 내가 밥을 먹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볍씨와 흙, 따가운 여름 햇볕, 맑은 공기, 적당한 비와 서늘한 바람, 흙 속의 온갖 미생물과 벌레들의 꿈틀거림, 심지어는 교교한 달빛과 별빛, 농민들의 땀방울과 어머니의 정성이 모여야 한다. 즉,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연과 인간, 온 우주의 상호 작용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의 삶도 결국 협동적 삶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살림은 '하나의 살림', '함께 살림', 세상의 뭇 생명들을 내 생명처럼 살리며, 함께 살아가는 일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집, 입을거리, 이웃·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 각종 삶의 소재들도 마찬가지로 여긴다. 이 모든 것이 온 우주의 협동이 빚어낸 예술품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쌀 한 톨조차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살림 사람들에게 각종 삶의 소재들은 그저 쓰고 버리는 물건을 넘어서 저마다 새로운 의미와 생명을 지닌 매개로 전환된다. 밥이며 각종 삶의 소재들은, 농약과 화학비료뿐만 아니라 각종 환경호르몬,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환경 파괴와 전쟁의 위협까지 '죽음과 죽임'의 현대 사회에서 진정 생명을 생명답게 살리자는 '한살림'의 매개, 살림을 위한 협동의 매개가 된다.
따라서 한살림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철 따라 이루어지고 생활환경운동으로 이어지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지역모임이 바로 이런 삶의 지혜와 환경운동의 주춧돌이 되는 것이다. 석유로 농사짓는 제철 아닌 농산물을 먹지 않기 위해 여름 김장은 물론이고 똑같은 야채로 갖가지 요리를 하는 법을 익히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갈무리 법, 수박껍질로 장아찌를 만드는 등 알뜰 살림의 방법까지 요리교실을 통해 나누고 있다. 지역모임에 익숙해지면서 회원들이 직접 천연염색을 해보고, 물을 오염시킨다는 합성세제며 치약을 안 쓰는 것은 물론이고 일회용품을 안 쓰고, 안 쓰는 물건은 바꿔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는 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달에 한번 한살림 환경위원회에서는 '생각을 행동으로'라는 환경 생활수칙을 만들어 이들 지역모임의 활동을 돕고 있다. 아직 일부에 불과하지만 지역모임, 생활공동체 활동을 통해 한살림 사람들은 이제 생활 주변의 환경운동을 넘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쓰고 버리는 시대를 극복할 근본적인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공부에서부터 살림살이의 변화까지 하나하나 따지자면 귀찮지 않은 일은 하나도 없다. 사실 이기적인 현대 사회에 길들여진 이웃들과 생활을 협동하고 삶을 나누는 일이 쉬운 것도 아니다. 속상하고 상실감을 느낄 때도 많지만 우리가 손수 만든 지역모임 소식지를 보고 전화를 걸어오는 분들, 느리기는 하지만 이웃들이 조금씩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을 느낍니다. 회원끼리 좋은 음악이 있다고 복사해서 나누고, 또 친정에서 가져온 맛난 음식을 이웃과 나누면서 우리의 활동이 사라져버린 전통적 마을공동체에 대한 작은 대안이 아닐까 생각하고는 해요. 한살림의 생활협동은 지역에서 관계를 확산해 가는 일, 살림의 그물을 짜나가는 일이에요. 전농동 지역모임의 살림꾼 박혜영 씨는 말한다.
한살림 사람들이 번거럽지만 생활의 지혜을 나누며 새로운 삶을 가꾸는 것은 전적으로 아이들의 미래 때문이다. 아이들이 좀더 건강하고 신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먹을거리의 나눔과 생활환경운동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이어진다. 전농동의 한살림 사람들이 <띠앗>이라는 품앗이 공동육아에 참여하는 것도 아이들의 본성,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온 자연 그대로의 품성을 살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역모임 사람들이 함께 하는 열린 사회 시민회의 꿈틀도서관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삶의 나눔은 한살림 사람들의 것만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지고, 바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우리의 지역을 가꾸는 일이 된다. 사실 이쯤 되면 한살림의 활동도 지역을 생각하는 각종 움직임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겹쳐지게 된다. 품앗이 공동육아와 함께 생태기행을 기획하고, 꿈틀 어린이도서관에서 기획한 지역의 작은 음악회에 한살림 회원들이 참여하는 것은 이제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회원집을 돌아가면서 하던 지역모임이 구성원이 늘어 어렵게 되자 도서관이 휴관하는 목요일 오전을 이용하게 된 것도 다 지역과 호흡을 함께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연유로 한살림의 지역모임에 도서관 회원이 참여하게도 되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도 자연스러워wu 지역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공부방에 한살림 회원도 함께 한다. 생활공동체를 통해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우리가 사는 회색 도시를 생명이 살아 숨쉬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율과 자치의 대안적 공동체첫 출발지인 원주를 비롯하여 서울, 부산, 대구, 강릉, 대전, 청주, 경남 등 전국 15곳 6만 여 세대의 도시 소비자, 그리고 6백 여 농가가 현재 한살림에 참여하고 있다. 한살림은 전적으로 이들이 낸 출자금으로 운영된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4백 여 가지에 이르는 농산물, 가공식품, 일부의 환경 생활용품을 1주일에 1회 공급하기도 하고, 수도권에만 15곳, 다른 지역까지 포함하자면 25군데 정도의 매장이 있어 회원에 가입하고 직접 방문하면 언제든 한살림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살림은 물품을 구입하는 곳이 아니라 물품을 매개로 새로운 가치관과 삶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에서는 지역모임, 지부활동 등을 통해 생활공동체를 일군다. 또한 생산지에서는, 충남 아산, 강원도 홍천과 공근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마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유기농업 공동체를 형성하여 지역 내 물질 순환과 삶의 협동을 지향하는 지역농업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몇해 전에 강원도 홍천의 명동리는 한 지역 전체가 '농약 없는 마을'을 선포하기도 했었다. 또 며칠 있으면 아산의 생산자들은 소비자들과 힘을 모아 두부공장을 세울 것이다.
한살림의 생활공동체운동은 정치와 시장이란 중앙화된 제도에 의해 조정되는 농산물의 생산-유통-소비-폐기라는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생활경제 과정을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의 시스템을 통해 재창조해 나간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 각종 첨가물 등의 식품오염에 대한 문제의식, 즉 자신의 생활이 국가와 시장에 의해 주변화되고 있다고 자각한 생활인들이 이웃과 함께 구매력을 결집하여 유기농업 생산자와 연대함으로써 새로운 대안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나간다. 다시 말해,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생활의 문제를 '생활공동체'라는 대화의 광장을 통해 공공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살림은 먹을거리에서부터 출발하여 회색도시의 아파트 또는 동 단위의 마을 등 삶의 장을 터전 삼아, 정치와 시장에 의해 틀이 갖춰지고 거기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된 식생활에서부터 출발하여 옷과 집, 교육과 문화, 쓰레기 처리 등 생활의 다양한 영역의 과제 해결을 통해 새로운 지역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이웃간의 생활공동체 형성을 통해 주민들의 자치 능력을 고양하고 개인의 주체성·자율성을 형성해 나가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따지고 보면, 한살림의 생활공동체운동은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한편에서는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산업사회의 물질적 가치관과 사회 시스템에 대항하여 자율성에 바탕을 둔 새로운 결속원리인 대안적인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면서, 동시에 더 많은 참여를 통해 기존의 지역사회를 비판적으로 다시 만들어나가려는 시민운동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이상사회'를 현실로 살아보고 확대해 나가는 것을 지향한다고나 할까? 한살림의 생활공동체운동은 철저하게 대면적 접촉이 가능한 지역, 삶의 나눔이 가능한 생활의 현장을 기반으로 한다. 그것은 중앙집중화의 과정이 가져온 삶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거점으로 분권화 및 자립과 자치가 가능한 생활과 지역을 복권시킨다. 즉, 중앙집중화의 과정에서 해체된 전통적 공동체와는 또 다른 대안적 결속원리를 생활 현장, 지역 현장 속에 마련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일부의 사람들은 도시의 생활공동체라는 한살림을 과연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여기의 삶 속에서 자율과 자치를 바탕으로 협동과 나눔을 실천하는 생활공동체의 밑거름 위에서야 비로소 인류의 새로운 미래들에 대한 더 다양한 실험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농산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누구나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생활 현장 속의 무수한 한살림 생활공동체들이 회색도시의 얼음을 제 온기로 녹이는 복수초 아닐까. 제 몸으로 봄이 오는 길목을 여는 꽃이 아닐까. -말: 윤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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