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전날 - 애별리고(愛別離苦) (주)
정환웅
음식과 과일 몇 가지 사서
찾아뵐 어머니는 안 계신다.
용돈 봉투 담아
드릴 어머니는 안 계신다.
수화기 너머로
명절에 병실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어머니는 안 계신다.
납골당에 고이 모셔두고 왔는데,
어머니 체취가 묻어나는
어머니의 집에 더 이상 못 가겠다.
염천 (炎天) 의 계절 지나고
선선한 바람 부는 일상으로 돌아왔어도
당신의 부재를 인정할 수 없는
이 허전함...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전화번호는 있으나 통화할 수 없고
어머니 댁은 있으나 당신의 자취가 사라진 집
영정 사진에서는 웃고 계시나
불러도 대답이 없는 어머니...
죽음에 비견 (比肩) 할만한 말기암으로
고통 받던 어머니
불효자는 그렇게 라도
내곁에 머물러 주시기를
간절하게 소망했건만...
어머니는 가셨다.
어머니댁을 찾았으나
안 계실 때는
전화를 드리면 부리나케 돌아오시던
어머니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이 공허함...
이 허전함...
안타까운 어머니는
내 꿈에서조차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신다.
명절 전날
고요함과 쓸쓸함이 교차하는 오늘
한가해서 더욱 서럽다.
2023. 09. 28
(주) 불교의 여덟 가지 고통 중 하나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괴로움을 말한다.
불교용어로 팔고(八苦) 중 하나이다.
첫댓글 [동생 정현웅 원장의 의견을 위안 삼아,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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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으시며 오래 사시는 것과 고통없는 곳으로 빨리 가시는 것에서...
수많은 번뇌속에 마음속으로는 고통없는 곳으로 빨리 가시길 바랬던 것을 선택했던 나.
생각하기 나름인것 같네요.
아침인사를 가면 정원장 나좀 빨리 보내주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생한데.
덜 고통받으시고 좋은 곳으로 가셨으니 엄니도 자식들도 그 아픔에서 벗어나시길 바라실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