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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학산 오르면서 바라본) 멀리 가운데는 매화산
攀蘿蹋危石 넝쿨을 부여잡고 높은 바위 타고
手足勞俯仰 굽어보고 쳐다보아 손발이 피곤하여라
同遊三四人 함께 노닌 사람이 서너 명
兩人不敢上 두 사람은 감히 오르지도 못했어라
上到峯之頂 위로 향로봉 정상에 올라보니
目眩心怳怳 눈은 어지럽고 마음은 두려웠어라
高低有萬尋 높고 낮은 높이는 만 길인데
濶狹無數丈 넓고 좁은 폭은 몇 길도 안 되어라
―― 백거이(白居易, 772~846), 「향로봉 정상을 오르며(登香爐峰頂)」
▶ 산행일시 : 2021년 8월 7일(토), 맑음, 더운 날
▶ 산행인원 : 4명
▶ 산행시간 : 7시간
▶ 산행거리 : 오룩스 맵 12.5km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타고 홍천으로 가서(요금 7,400원), 택시 타고 남노일리 고드래미로
감(요금 22,290원)
▶ 올 때 : 남노일리 고드래미에서 택시 타고 홍천으로 와서(요금 21,800원), 시외버스 타고 춘천터미널로
와서(요금 3,000원), 남춘천역에서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옴(홍천에서 동서울로 가기에는 버스시
간이 많이 남았고, 혹시 고속도로가 아침보다 더 막힐지도 몰라 춘천으로 돌아왔음).
▶ 구간별 시간
06 : 40 - 동서울터미널, 홍천 가는 시외버스 출발
08 : 10 - 홍천
08 : 40 ~ 09 : 00 - 남노일리 고드래미(고주암, 高頭岩), 고주암교, 산행시작
09 : 18 - 위안터교(慰安-橋)
09 : 38 - 능선 진입
10 : 54 - 금학산(金鶴山, △654.1m)
11 : 33 - 안부
11 : 40 - 513.8m봉
11 : 58 ~ 12 : 29 - 510.1m봉, 점심
12 : 47 - 517.8m봉, Y자 갈림길, 오른쪽으로 감
13 : 00 - 용삼고개, 471.1m봉, ╋자 갈림길, 오른쪽으로 감
13 : 50 - 393.8m봉
14 : 00 - △347.9m봉
14 : 32 - 절골 입구, 절골교
16 : 00 - 고드래미 고주암교, 산행종료
18 : 38 - 홍천터미널(18 : 55 춘천 가는 시외버스 출발)
19 : 35 - 춘천터미널
19 : 54 - 남춘천역
21 : 12 - 상봉역
2-1. 산행지도(금학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용두, 홍천 1/25,000)
2-2. 산행지도(금학산, 용삼고개,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홍천 1/25,000)
▶ 금학산(金鶴山, △654.1m)
그래도 피서시즌이다. 홍천 가는 시외버스는 만원이고, 서울홍천고속도로는 만차다. 평소에는 동서울에서 1시
간 걸리는 홍천이 오늘은 반복되는 가다서다로 1시간 30분이나 걸린다. 홍천 인근의 산을 가려면 홍천에서 현
리 등지로 0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되는데 피서시즌에는 그 시간에 맞추기가 어렵다. 금학산 들머리인 고
드래미 가는 버스는 08시 50분에 있고, 1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시간은 곧 돈이라고 했다. 택시 탄다. 고드래미가 금방이다. 홍천강 수태극 강변 고주암교 아래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금학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자갈밭인 강변에는 이미 많은 피서객들이 텐트 치고, 물놀이 기구를 늘어놓고
하루를 즐겁게 보낼 채비를 하고 있다. 대부분 자가용 타고 온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다. 보기 좋다. 지난주 말
로만의 가평 용추계곡 산행에 더워서 혼쭐이 났던 터라 자연 님과 하운 님은 강변에서 놀기로 하고, 메아리 님
과 나 둘이서 산행한다.
가급적 산행코스를 길게 잡는다. 고주암교를 건너고 물도리동 위안터 마을을 웃돌아 위안터교를 건넌다. 당초
에는 금학산 들머리를 고려하여 위안터교 아래(오후 한때 소낙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도 있고, 비가 오지 않더
라도 햇볕을 피하기로는 다리 아래가 적지다)에다 베이스캠프를 치려고 했으나 내려다보니 풀숲이 우거져 놀
만한 데가 전혀 아니다. 국토정보플랫폼의 지명사전에 따르면 위안터(慰安垈)는 금학산에 가을 경치가 좋아 옛
날 어떤 사람이 심정을 위안 차 마을에 있었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언제 우리가 선답의 인적에 연연했던가. 위안터교를 건너자마자 산속에 든다. 얕은 골짜기로 아무 인적이 없는
덩굴 숲이다. 엎드려 뚫는다. 덩굴 숲 못지않게 성가신 게 거미줄이다. 꼭 얼굴에 걸린다. 일단 거미줄이 찰싹
달라붙으면 끈적끈적하여 뜯어내기가 여간한 고역이 아니다. 눈 뜨기가 거북하다. 잡목 성긴 생사면을 골라 오
른다. 엷은 능선을 잡는다. 되게 가파르다. 낙엽이 푹신하여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다. 금세 비지땀을 오지게
쏟는다.
여기는 간밤에 비가 왔다. 풀숲은 젖었고 낙엽은 축축하다. 팍팍한 오름길이지만 가을 냄새를 풍기는 영지버섯
의 앙증한 모습에 파적한다. 능선의 잘 난 주등로와 만난다. 남노일리에서 오는 등로다. 첫 휴식한다. 입산주 탁
주 분음한다. 당분간은 평온한 숲속 길이다. 이런 길은 미음완보가 마땅한데 버릇으로 줄달음한다. 340.9m봉을
넘고 등로 사정이 급변한다.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밧줄 매달린 바위지대도 오른다.
겨우 몇 걸음 오르고 가쁜 숨을 돌리곤 한다. 고개 뒤로 젖혀 바라보는 공제선은 가깝지만 다가가면 또 뒤로 물
러난다. 수렴 걷힌 조망을 핑계하여 가던 걸음 멈춘다. 저기가 매화산이고 갈기산이렷다. 거기 두 번의 힘들게
오른 추억이 곱지만 않다. 괜히 숨이 더 찬다. 바윗길 등로는 갈지자를 어지럽게 그리며 오른다. 또 다른 주등로
와 만난다. 북노일리에서 오는 등로다. 금학산 정상 0.1km. 오른쪽으로 등로를 약간 비켜 가면 조망이 트일 것
같아 들른다. 매화산은 구름에 싸였다.
큰 한숨 들이 쉬고 금학산을 향한다. 날등의 암봉을 돌아 오르면 장의자 두 개 놓인 파고라가 있고, 그 위가 땡
볕이 가득한 금학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일등이다. 11 건설부, 1976 복구. 금학산의 표고가 비록 654.1m에 불과
하지만(이만한 높이의 산을 오르느라 진땀 쏟은 것이 한편 우세스럽다)에 노일리 뭇 산들의 맹주이거니와 홍천
9경 중 제4경으로 대접받는다. 사방 거침없는 조망이 일품이고, 특히, 홍천강이 금학산 남단을 휘돌며 홍천강변
최고의 절경이라는 수태극(水太極) 형상을 내려다보는 풍광이 숱하게 세인의 입에 오르내린다.
홍천 9경은 팔봉산, 가리산, 미약골, 금학산, 가령폭포, 공작산 수타사, 가칠봉 삼봉약수, 용소계곡, 살둔계곡이다.
태극(太極)이 무슨 뜻인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나는 암만해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설명을 들으면 오히려
더 모르겠다.
“동양철학에서 우주만물의 근원인 궁극적 실체(實體)를 표현하며 사전적 의미로는 태(太)는 크다는 뜻으로 크
고 지극함, 극(極)은 매우 높고 요원함을 의미한다. 곧 태극은 만물의 근원 근본 등을 나타내는 것으로 천지생성
이전의 궁극적 본원을 말하며 우주 만물이 생성 변화하는 원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원불교대사전).
3. 무궁화(Hibiscus syriacus L.), 위안터 가는 도로변에서
종소명 시리아쿠스(syriacus)는 무궁화의 원산지가 ‘시리아’라는 뜻이다.
4. 영지버섯
5. 영지버섯
6. 멀리 가운데는 매화산, 그 앞 오른쪽은 갈기산
7. (금학산 정상에서 바라본) 중간 왼쪽은 좌방산
8. 멀리 가운데는 매화산
9. 중간 동네는 양덕원, 그 뒤 왼쪽은 갈기산
10. 멀리 왼쪽은 오음산
11. 노일리 홍천강 수태극
12. 멀리 가운데는 널미재, 그 오른쪽은 장락산
13. 멀리 가운데는 장락산
▶ 용삼고개, 고드래미
금학산 정상의 동쪽으로 바위를 돌아 몇 걸음 더 가면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노일리 고드래미로 직행
하고, 왼쪽은 금학산 북동릉을 크게 돌아 금학산관광농원 또는 굴지리로 간다. 우리는 왼쪽 길로 가되 용삼고개
위 471.1m봉에서 그 남릉을 타고 절골로 가서 강변대로 따라 고드래미로 가려고 한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고드래미로 직행한다. 그쪽 내림 길의 슬랩에서 바라보는 가리산을 위시한 첩첩 산은 드문 가경이다.
우리는 먼 길인 왼쪽으로 간다. 뚝뚝 떨어져 내린다. 이렇게 내리는 산길이 그만큼 다시 오를 것이기에 불안하
다. 낮은 산이지만 심산유곡처럼 간다. 적막한 산중이다. 간혹 하늘이 트여 숲 그늘을 벗어나면 햇볕이 무척 따
갑다. 긴 내리막 막바지에 가파른 절벽을 비스듬히 돌아내린다. 안부. 좌우의 골짜기는 깊은 협곡이다. 513.8m
봉 오름길도 땀 뺀다. 오늘은 봉봉이 무시하기 어려운 준봉이다. 이다음 510.1m봉은 등로 따라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큰 부조다.
510.1m봉 넘고 숲 그늘 공터가 나오자 휴식 겸해 점심자리 편다. 오늘은 작정하고 바르는 모기 기피제를 가져
와 온몸에 발랐다. 그 덕분인지 아직까지 모기에 한 방도 물리지 않았다. 모처럼 점심시간이 여유롭다. 이따금
솔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불현듯 오늘이 입추임을 느낀다. 숲길 평탄하게 진행하여 Y자 갈림길인 517.8m봉이
다. 왼쪽은 영춘기맥의 (춘천) 모래재로 가고, 오른쪽이 용삼고개 지나 우리가 갈 길이다.
수렴을 조금만 걷으면 구절산과 연엽산, 대룡산 등이 훤히 보일 듯 한데 가도 가도 보일 듯 말 듯 감질만 난다.
몇 번이나 생사면을 치고 내려가 기웃거려도 마찬가지다. 517.8m봉에서 느긋하니 잠시 내리면 야트막한 안부
인 용삼고개다. 옛날에 이 고개 너머에 용삼이라는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고개 좌우의 골짜기에
는 아무런 인적이 보이지 않는다. 용삼고개에서 한 피치 오르면 471.1m봉이다. ╋자 갈림길이 있는 금학산 산
행교통의 요충지다.
왼쪽은 금학산관광농원이 가깝고, 직진은 굴지리로 가고, 오른쪽은 절골로 가는 우리의 길이다. 처음에는 제법
튼튼한 등로였지만 봉마다에서 인적을 나누어 주다보니 나중에는 보잘 것 없는 쭉정이만 남았다. 하산하는 것
처럼 길게 내리다 산을 다시 가는 것처럼 393.8m봉을 오른다. △347.9m봉 삼각점을 쌓인 부토 쓸어내어 어렵
게 판독한다. 홍천 402, 1988 복구. △347.9m봉을 넘고부터는 지도에 눈 박고 간다. 왼쪽 사면은 고도를 낮출수
록 경사가 가팔라진다.
수시로 진행방향을 수정한다. 절골교가 가까워서는 오른쪽으로 크게 방향 튼다. 자일 대신 잡목 붙들어 하강한
다. 마침내 덤불숲 헤치고 머리 내밀자 절골 임도다. 임도 아래 계류는 보잘 것 없으나 우리 둘이 알탕하기에는
충분하다. 들락날락하기 여러 번이다. 여름 산행은 바로 이 맛을 즐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쾌함도
잠깐이다. 절골교에서 고주암교까지 대로 3.2km다. 따가운 햇볕을 안고 가야 하니 대단한 험로다.
그중 남노일대교 근처의 ┳자 갈림길에서 막판에 오른쪽의 높이 150m인 고개(준령이다)를 넘느라 지친다. 홍
천은 어디를 가나 대로변에 무궁화를 심었다. 홍천이 무궁화의 고장이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일제 강점기 때 독
립 운동가이자 교육자, 언론인이었던 한서 남궁억(翰西 南宮檍, 1863~1939)이 1918년 향리인 홍천 서면 모곡
리 보리울 마을로 낙향해 모곡교회와 모곡학교를 짓고 교육에 힘쓰는 한편 무궁화를 전국적으로 퍼뜨리는 데
힘썼다.
그는 일제의 갖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뽕나무를 보급한다는 구실 아래 전국에 무궁화를 퍼트리고 무궁화를
주제로 한 노래를 지어 가르치며 널리 부르게 하였다. 그가 지은 노래의 일부다.
특별하다 무궁화는 자랑할 말 하도 많다
여름 가을 지나도록 무궁무진 꽃이 핀다
그 씨 번식하는 것 씨 심어서 될뿐더러
접부쳐도 살 수 있고 꺾꽂이도 성하도다
오늘 한국 삼천리에 이 꽃 희소 탄식말세
영원 번창 우리 꽃은 삼천리에 무궁화라
한편, 중국에서는 무궁화(無窮花)를 근화(槿花)라고 한다. 송나라 전유연(錢惟演, 977~1034)이 그의 시
「근화(槿花)」에서 찬미한 무궁화가 가장 그럴 듯하다. 다음은 「근화(槿花)」의 일부다.
綺霞初結處 떠오르는 태양의 아름답고 붉은 빛이 막 모이는 곳
珠露未晞時 이슬방울 아직 남아 있을 때
寶樹寧三尺 그 모습 귀한 나무의 삼척 높이를 넘어서고
華燈更九枝 많은 가지들 화려한 등불처럼 찬란했지
(강판권, 『나무사전』에서)
고주암교 아래는 피서객들로 더 이상 차를 댈 수 없도록 꽉 찼다. 강에는 아이들 첨벙첨벙 물놀이가 한창이다.
그들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강물에 발을 담그니 뜨뜻하다. 우리도 불판 꺼내 고기 굽는다.
아예 저녁까지 해결한다. 그리고 홍천 택시 부른다.
14. 등로 숲속의 원추리
15. 구절산, 그 오른쪽 뒤로 가리산 기상관측소가 흐릿하게 보인다
16. 구절산, 그 오른쪽 뒤로 가리산 암봉이 살짝 보인다
17. 연엽산
18. 절골 계류
19. 절골 계류
20. 칡꽃(Pueraria lobata (Willd.) Ohwi)
칡은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츩’으로 기재되어 있다. 칭칭 감는다는 칠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등나무는 오른쪽
으로 감아 올라가지만, 칡은 왼쪽으로 감고 올라간다. 칡(葛)과 등(藤)나무가 얽힌 것이 갈등(葛藤)이다.
속명 푸에라리아(Pueraria)는 스위스 식물학자 이름(Marc Nicolas Puerari, 1765~1845)에서 유래하며, 종소명
로바타(lobata)는 잎이 넓으면서 얕게 갈라진 형태를 의미한다.
21. 고르래미 마을에서 바라본 금학산
22. 무궁화, 고드래미 마을 도로변에서
23. 무궁화, 고드래미 마을 도로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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