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봉선화가 고운 가평 용추계곡
23, 09, 11
가평 용추계곡을 다녀왔다.
가평역에서 71-4번 공영버스를 타고 들어가
용추계곡 버스 종점에서 걷기 시작한다.
공식 명칭은 '연인산 도립공원 용추구곡'이다.
입구부터 정겹게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매미 소리 그리고 귀뚜라미 등 풀벌레
우는 소리까지 어울려 즐겁게 해주었다.
산길에서 좋은 이들과 같이 얘기 나누며
걷는 것도 즐겁지만 일행과 떨어져
조용히 풀벌래 소리에 귀기울이며
걷는 것 또한 얼마나 좋던지.
그 소리에 취하면서 걸어가다 보니
길가에는 물봉선화 천지였다.
여기처럼 물봉선화가 많은 곳은 처음 보았다.
어디 한 군데서만 모여 핀 것이 아니라
계곡 입구에서 9곡까지 걷는 동안 시종
물봉선화 꽃밭이었다. 대게 진한 분홍색이지만
때로는 노란색 물봉선화도 눈길을 끌었다.
공영주차장에서 계곡을 걸어가는데
1, 2곡은 어디서 통과했는지...
처음 보이는 안내판이 용추 9곡 중 제3곡 탁영뢰,
이어서 4곡 고슬탄이다.
한자를 덧붙여 뭐라 설명이 했지만
요즘 세대가 그런 용어를 이해할지 싶었다.
아쉬운 것은 이처럼 걷기 좋은 계곡 길,
이름 그대로 '연인산 명품 계곡길'을
시종 시멘트로 포장해 놓은 것이다.
이렇게 해놓으면 공무원들이 관리하기는 편하겠지만
트래킹하는 이들에게는 영 빵점이다.
9곡까지 올라가서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쉬다가
다시 하산했는데 왕복 8.6km 시멘트길을
부지런히 걸었더니 다리와 발에 통증이 왔다.
그렇게 걷기 좋은 산길인데
그처럼 물봉선화가 고운 계곡인데
시멘트로 포장한 도로는 삭막했다.
경북의 문경새재는 더 높은 산길이지만
마사토로 깔아서 걷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공무원들의 작은 일 처리 하나가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데......
3시쯤 가평읍내 음식점에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고 경춘선 열차로 귀경했다.
내 몸에서 진동했을 땀 냄새,
주변 승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열차 안 구석 자리에서 숨을 죽이 듯 앉아 왔다.
그렇다고 땀 냄새가 덜 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끝까지 눈살을 찌푸리거나 눈으로 총을 쏘지 않았던
지하철의 주변 승객들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