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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바쁜 샐러리맨으로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니 해외 여행 한번 변변히 못해본 터라 큰맘 먹고 뉴질랜드·호주 쪽을 여행하기로 합의했다.
힘 있을 때 멀리 가야 한다는 아내의 말에 따라 신문의 여행 광고란을 뒤지다 보니 ‘특별 기획 상품’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9박 10일에 999,000원, 16명 선착순’
엄청나게 싼 편이어서 곧바로 예약하였다. 우리나라 비행기를 타고 직항로로 가면 항공료만 약 130만 원 들지만, 홍콩을 경유하여 싼 비행기로 가면 시간은 3시간 정도 더 걸리지만 항공료에서 많이 절감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국내 최저가로 아주 기분 좋은 여행을 하게 되었다.
9.11(토) 10:30_ 인천 국제 공항을 출발. 홍콩(3:40분 비행)에서 갈아타고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약 11시간 비행)한 것은 이튿날 아침 6:20분이었다. 뉴질랜드는 낙농과 목축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입국시 농축산물에 대한 검역이 세계에서 제일 까다로우며, 농림부 직원이 직접 나와서 짐 검사를 한다.
뉴질랜드는 면적이 남한의 약 2.7배이고 인구는 약 400만(부산이 420만)이며, 화산의 분출로 생긴 북섬과 바닷속의 지형이 융기하여 생긴 남섬으로 되어 있다. 계절은 우리와 정반대이고 습도가 낮아 쾌적하고 온난하며 서늘하다(겨울 : 평균 14℃).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로, 시간은 한국보다 3시간 빠르다.
뉴질랜드는 처음 독일의 아벨 타스만이 발견하여 자기 고향 이름 질랜드 앞에 뉴를 붙여 뉴질랜드가 되었다고 하며, 그로부터 70년 후 영국의 쿡 선장이 본격적으로 상륙하였다. 이곳에는 본래 식인종으로 알려진 마우리 족이 살고 있었으며, 지금은 영어와 마우리 어를 국가 공용어로 쓰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원주민의 전통 문화와 재산 및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주고 있다.
잔뜩 흐린 초봄 날씨, 이곳은 겨울부터 초봄까지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살기가 좋다는 오클랜드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한식으로 아침을 먹은 후 유황의 도시 로토루아로 이동하여 송어 양식장을 관람하였다.
물이 맑고 잡아가는 사람도 없어 개울가에 팔뚝만한 자연산 송어가 떼지어 다니고 있다. 낚시꾼들의 구미가 당기지만 라이센스가 있어야 낚시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어 TV에서 자주 보았던 양털깎기와 양몰이 쇼를 관람하고, 유황 온천에 가서 온천욕을 했다.
양은 영국에서 들여와 지금 19종, 7500만 마리가 방목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메리노 종은 추운 고산 지대에 방목하며, 1년에 한 번 고급 털(1마리 깎은 털 9만원)을 얻기 위해 기르고, 털과 고기, 고기만을 위해 기르는 종이 있다.
가축을 기르는 목장은 울타리가 쳐진 패덕이라 불리는 사각형 초지에서 기르는데, 한 패덕의 풀을 다 뜯어먹으면 다음 패덕으로 옮긴다. 소와 양 패덕의 울타리는 낮고 전류가 흐르고, 사슴 패덕의 울타리는 높다. 어느 목장에서도 암컷만 기르며, 수컷은 산악 지대에 따로 기른다.
초겨울이 되면 수컷을 경매로 사 와서 교미를 시키는데, 양의 경우 5살 이하 수컷 한 마리가 하루 50여 마리의 암컷과 교미를 한다. 5살 이상의 수컷은 교미 능력이 떨어지고(하루 30∼40마리) 살도 질겨서 식용으로 쓸 수 없어 뼈와 살을 갈아서 정원수의 비료로 쓴다고 한다. 교미 능력이 생사의 바로미터가 되다니 불쌍한 수컷들…….
교미할 때 수컷 배에 페인트가 묻은 패드를 입혀 놓는데, 암컷의 등에 페인트가 묻어 있으면 교미를 한 것이 된다. 페인트가 없는 암컷과 초음파 검사로 새끼를 배지 못한 암컷은 도살장으로 보낸다고 하니, 암컷의 존재 이유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곳은 모든 가축을 1년 내내 페덕에 그대로 방목하고 있으며 물론 축사도 없다. 축협 회원이 아니면 가축의 매매가 불가능하므로 도난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양치기 목동이 하는 일은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양 일으키기, 기생충 약 먹이기, 상한 발굽 치료하기, 항문 털 깎기 등이라고 하며, 매우 힘들다고 한다.
우리가 입는 양털 옷의 이름은 다음과 같이 부른다.
무스탕 … 1년 이상 된 양의 가죽으로 만든 옷 (방수 안됨)
토스카나… 7∼8개월 된 양의 가죽으로 만든 옷 (방수 안됨)
슬링크 … 동사, 사산한 어린 양의 가죽으로 만든 옷 (방수)
사슴 사육은 국책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수사슴의 뿔에서 얻는 녹용의 가치는 처음에는 이곳에서 몰랐으나, 내다버린 녹각을 한국인이 가져가서 귀하게 다루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과학적인 연구로 그 효력이 입증되어 녹용, 녹혈이 상품화되어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녹혈의 혈액 순환과 조혈 능력이 미역국의 55배에 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말 목장에서는 5∼10억 하는 혈통 좋은 말들이 사육되고 있다. 모든 말의 잔등에는 담요를 씌워 놓았는데, 강렬한 자외선에 의해 말 잔등의 피부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 한다. 혈통 좋은 종마의 씨받이 비용이 2천∼3천만 원이라고 하니 웬만한 샐러리맨의 1년 품삯에 해당한다.
이곳의 5대 축산은
말, 소, 양, 사슴, 알파카
이고, 고기값이 비싼 순서는
사슴 > 양 > 돼지 > 소
이니 쇠고기가 가장 싸다.
이 나라에서는 토끼가 제일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번식률이 높고, 가축이 먹을 풀을 먹어치울 뿐더러, 토끼가 파놓은 구덩이에 걸려 값비싼 말의 발목이 다치거나 양이 걸려 넘어지면 스스로는 일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천적인 매를 호주에서 들여왔으나, 요즈음은 토끼 사냥은 하지 않고 자동차에 치어 죽은 짐승만 뜯어먹고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공해가 전혀 없고 자연 보호는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땅은 넓고 인구는 적어 어디를 가나 널찍한 단층집이고, 담장이 없거나 있어도 높이가 1m 정도이다. 아파트는 단 한 동도 보지 못했고, 이층집도 매우 드물었다. 전력도 수력 80%, 풍력,화력이 20%이고 원자력은 아예 없다. 공해 물질 배출 때문에 수력 발전만 고집하고, 심지어 장작도 규정 습도 이상인 것을 팔면 처벌받는다나, 연기가 많이 난다고.
논이 없어 쌀은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고, 밭농사와 목축, 어업 등 1차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모든 작물과 초지에는 비료와 농약을 쓰지 못하고 배합 사료는 절대로 못 먹이게 되어 있다. 그러니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이 있을 수 없다. 모든 가축에게 목장에서 풀만 먹이고 정기적으로 순무를 먹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100% 유기농이라 고기든 야채나 과일이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이 나라에서는 모든 구조물을 되도록이면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참고 견딜 만하면 손을 대지 않는다. 어떤 구조물을 개축하거나 변경하려면 계획에만 1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어떤 건물을 짓다가 박쥐집이 발견되자 박쥐가 스스로 이사갈 때까지 8개월이나 기다렸다고 한다. 박쥐를 강제로 쫓아버리면 생태계에 미미하나마 혼란이 일어날까봐 그런다나. 애그린 계곡에 차 한대만 겨우 지나가는 터널 1270m 뚫는 데 34년이나 걸렸다. 이것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곳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배려한 탓이다.
또한 남섬에는 만년설이 녹은 물이 괸 거대한 호수에서 떨어지는 물의 낙차를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데, 호수 사이를 잇는 수로 103.9 km를 만드는 데 19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시멘트를 전혀 쓰지 않고 돌로만 축조했는데, 시멘트 독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생각한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한강변은 어떠한가? 시멘트로 무지막지하게 밀어버렸으니.
이곳에는 가축을 해치는 맹수와 뱀이 없다. 그래서 연중 방목해도 된다. 뱀이 없는 이유는 아직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다. 16세가 되면 성인 대접을 받아 결혼도 할 수 있다. 집을 나오면 자립 수당을 받고, 시골에서 도시로 공부하러 가면 유학 수당을 받는다. 초등학교는 만 5세가 되는 생일날에 입학하여 교과서 없이 인성 교육을 6년간 받고, 중학교 2년, 고교는 5년이다. 고교 졸업생 중 17%가 대학에 진학하며, 주로 생명공학, 유전공학, 낙농공학 등이 인기 있으며 그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한다.
고교까지는 무상 교육이며, 술·담배는 19세부터 허용된다. 이 나라는 세금을 많이 내는 대신 복지 혜택도 크다고 한다. 연봉 6,000만원 이상은 39%가 세금이며, 세금 낸 비율에 따라 65세부터 받는 연금이 정해진다. 탈세는 꿈도 못꿀 정도로 철저하며, 한번 발각되면 맨 처음 세금낸 것부터 모조리 뒤진다.
이곳 대졸 초봉은 주급 800달러(약 60만원) 정도이고, 정년은 58∼62세이나 경찰관은 정년이 없다고 한다. 인기 있는 직업순은 다음과 같다.
1위 간호사
2∼3위 경찰, 교사
4∼5위 의사, 변호사
6위 정치인, 매춘부
이 나라는 여성의 천국이라 부를 정도로 여권이 신장되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여자에게 선거권이 주어졌다(영국보다 5년 빠름). 또 이혼할 경우 남자는 가방 한 개만 달랑 들고 나간다고 한다. 남자는 재산의 반은 받되, 자녀 양육권은 부인에게 있고, 생활비 꼬박꼬박 대주어야 하지, 집수리는 물론이고 전부인이 취업하려는데 자녀가 지장이 되면 그에 대한 보상도 해주어야 하고, 그야말로 알거지가 된다고 한다.
또한 남자는 개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만약 배가 난파했을 경우 구조되는 순서가
1. 어린이
2. 여자
3. 노인
4. 개, 고양이
5. 남자
라고 한다. 남자는 강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으니까 이런 순서라니, 이에 비하면 우리 나라 남자는 천국에 사는 거나 다름없다.
북섬은 화산섬이라 우리가 묵는 호텔 바로 앞에 수많은 간헐천에서 계속 화산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진흙 열탕에서는 쉴새없이 커다란 거품을 뽀글뽀글 내고 있었다. 마치 지옥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그런 지역에 제법 큰 마을이 들어서 있으니, 이곳 사람들은 유황 냄새와 화산 증기가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다.
호텔 투숙 첫날, 가벼운 조깅 1시간 40분, 가늘게 뿌리는 빗속을 뚫고 무인지경의 새벽 대로를 전세 내어 달리는 기분이 너무나 상쾌하다. 간간히 커다란 덮개가 있는 낙농 제품을 실은 대형차만 달릴 뿐 너무 조용하다. 이곳 도시 근처의 고속도로에는 반드시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고, 도심의 도로 양 옆에는 잔디 가운데로 좁은 인도가 있다. 어디를 보아도 조깅, 싸이클 타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또 4가구에 요트 1척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싸이클, 조정, 철인3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고, 마라톤 강국이기도 하다.
2일간의 북섬 관광을 마치고 아침 일찍 비행기로 남섬의 크라이스처치로 떠났다. 크라이스처치의 킹스타 호텔에서 자고 아침에 약 50분간 조깅하였다. 이 도시의 새벽 불빛이 너무나 아름다워 넋을 잃을 정도다. 공해가 없어 불빛 하나하나가 찬란한 보석 같이 반짝인다. 빨강,파랑,노랑,초록 등 선명한 원색의 불빛이 기막히게 조화를 이룬다.
아침 일찍 2박3일의 1,700km 버스 여행길에 올랐다. 남단의 밀포드사운드 바닷가의 장관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이 세계에서 빙하 지형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 노르웨이와 서든알프스로부터 밀포드 사이라고 한다. 서든알프스 산맥은 남쪽의 알프스 산맥이란 뜻이며, 유럽의 알프스 산맥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나라의 태백산맥같이 아래로 길게 뻗어 있는데, 해발 3,000m 이상인 산이 수십 개나 되고 가장 높은 산은 마운트쿡 산(3,754m)이다. 해발 2,000m 이상의 산 정상 부근에는 모두 만년설이 하얗게 쌓여 있고, 맑은 햇빛에 반사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서든알프스 산맥은 서쪽으로 치우쳐 길고 높게 자리잡고 있다. 구름이 이 산맥을 넘지 못하고 걸려서 산맥의 서쪽에는 비가 연중 200일 이상 오고 강수량이 6,000mm 이상이어서 울창한 삼림지대를 이루나, 동쪽은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한 사막처럼 되어 있었다. 이 사막 같은 평원이 켄트베리 대평원이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대평원이 펼쳐져 있고, 길가에는 목장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몇 시간을 가는 동안에 양은 수백만 마리나 보았고, 사슴이며 소도 한없이 보았다. 양떼는 멀리서 보면 하얀 구더기가 꼬물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초봄이라 초겨울에 교미하여 낳은 어린 새끼들을 한두 마리씩 데리고 있는 양 가족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도중에 버스를 가로막는 거대한 양떼를 두 번이나 만나는 행운을 맛봤다. 초지를 이동하는 중이었고 양의 등에는 모두 푸른 페인트가 묻어 있었다. 크랙슨을 울리거나 소리를 지르면 양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조용히 구경만 했다.
야산에도 양이며 사슴을 방목하고 있었고, 초지는 인공으로 물을 뿌려 조성하고 있었다. 켄터베리 대평원을 지나 마운트쿡 국립 공원으로 접어들었다. 가는 도중에 널리 알려진 착한 목동의 교회와 개 동상을 보았다. 개 동상은 수고하는 목동과 개를 위해서 세워졌다. 저 멀리 서던알프스 산맥이 만년설을 하얗게 이고 병풍처럼 들러서 있는 것이 보인다. 마운트쿡 산은 처음 상륙한 쿡 선장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이 산의 산허리에는 다른 산에 없는 커다란 구름이 한가롭게 걸려 있다. 이 산은 히말라야 산과 너무나 흡사하여 히말라야 등정 영화는 대부분 이 산에서 찍는다고 한다.
산에서 좀 떨어진 곳에 만년설이 녹아 이루어진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다. 원주민어로 ‘별들의 잠자리’라는 데카포 호수이다. 이 호수로부터 시작하여 6개의 호수가 연이어 있고, 모두 수로로 연결하여 100만 kW의 수력 발전을 하고 있다. 물이 어찌나 맑고 차가운지 이 물만 수출해도 인구 400만의 이 나라 국민이 천년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 11개의 호수가 밀포드 사운드까지 띄엄띄엄 있는데, 이들 호수는 모두 빙하가 산과 산 사이의 계곡을 흘러내리면서 바닥을 심하게 깎아 이루어졌고, 약하고 편평하게 깎인 곳은 길고 넓은 평지를 이루고 있었다. 호수의 가장 깊은 곳은 378m나 된다고 한다.
드디어 서든알프스 산맥을 넘기 시작했다. 세계 포도주 컨테스트에서 1등한 원료를 제공한 포도밭을 지나 한참을 가니 급류타기로 널리 알려진 카와라우 강의 물줄기가 꼬불꼬불 흰 물보라를 튀기며 흘러내리고 있다. 이 강 위의 높은 계곡에 설치한 유명한 번지 점프장이 나타났다. 이병헌이 다섯 번 뛰어내렸던 번지 점프장의 높이는 43m, 요금은 12만원이다.
드디어 건조 지대를 넘어 우림 지대로 접어들었다. 여기서부터는 비가 많이 와서 삼림이 울창하다. 마운트쿡 국립 공원은 이 나라에서 가장 큰 국립 공원이며, 고속도로, 고궁과 함께 입장료가 없다. 이 일대에서 반지의 제왕, 쥬라기 공원, 실미도, 남극일기 등을 촬영했다고 한다. 와카디프 호수를 따라 한참을 가니 퀸즈타운의 불빛이 보인다.
퀸즈타운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여생을 보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동네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며, 국민들이 정년 퇴직 후 살고 싶은 1순위 도시이다. 야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필설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이곳은 유명한 관광지로 집값이 매우 비싸며, 산 위로 갈수록 전망이 좋아 더 비싸다고 한다. 이튿날 새벽 호수를 끼고 50분 달렸다. 산악 훈련 같았으나 전혀 힘들지 않았고, 러닝하이 현상이 나타나 고함을 한없이 질러댔다.
아침을 먹고 뉴질랜드 관광의 하일라이트인 밀포드 사운드 바닷가를 보기 위해 출발하였다. 좁은 산길을 꼬불꼬불 나아가는 중에 눈사태 난 것을 수없이 보았고, 군데군데 산사태와 나무사태가 난 곳이 보였다. 나무사태는, 바위산이라 포토가 얇아 수백년에 걸쳐 산림이 우거져도 맨 위의 나무 한 그루가 넘어지면 그 아래 나무가 줄줄이 넘어져 사태가 나는 것을 말한다.
드디어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하여 유람선을 타고 선상 식사를 하고 나서 약 1시간 반 동안 주변 경치를 샅샅이 들러보고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바다는 완전히 진한 녹색으로 거의 검은빛에 가깝다. 비가 연중 200일 이상 오니 나뭇잎의 엽록소가 빗물에 녹아내려 물빛이 검게 보인다고 한다. 기암 괴석이 즐비한 웅장한 산 계곡으로 하얀 우유빛 폭포수가 여기저기 흘러내린다. 현재 160개 정도의 폭포가 활동중이라고 한다. 반지의 제왕에서 많이 본 듯한 기분이 드는 장관의 연속이었다. 이것을 보기 위해 850km를 달려왔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물개의 보금자리도 인상적이었다.
이곳 관광을 끝내고 다시 퀸즈타운으로 돌아가 산 정상의 스키장 근처 호텔에서 잤다. 아침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우산을 받쳐들고 50분 정도 조깅했다. 아무도 없는 산길, 군데군데 토끼 시체가 널려 있다. 이스팔트에 열이 남아 있어 따뜻하니까 내려왔다가 지나는 차에 치여 죽은 것이다. 완전한 산악 마라톤이었다.
우리 일행은 호주로 가기 위해 크라이스처치로 출발하였다. 가는 도중 클린턴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는 밀부룩리조트 골프장을 지났다. 2박3일 동안의 경호 예산이 무려 250억원이고, 부근 수심 378m의 호수 밑바닥까지 뒤졌다니 미국 대통령이 얼마나 귀하신 몸인지 실감이 났다. 도중에 연어 양식장 근처의 식당에서 사먹은 연어회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이 나라의 나라새는 키위이다. 야행성이며 알이 타조알만하여 자기 몸뚱이의 절반이 넘는다. 그러니 알을 낳다가 많이 죽어 거의 멸종 직전이어서 국가에서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나라 과일도 키위이고, 뉴질랜드인을 키위라고 부르고 있다.
내가 본 뉴질랜드는 지구상에서 자연이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기후와 지정학적인 조건이 가장 양호한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였다. 태풍도 없고, 맹수도 뱀도 없고, 공해도 흉악범도 없고, 거짓말과 질병이 없고,……
이 나라는 이민을 받아들이는데, 전에는 150점 이상 받아야 했으나 지금은 100점 이상이면 된다고 하니 많이 완화된 셈이다. 기술 이민, 전문 직종 이민, 투자 이민(100만불 이상; 7억5천만 원)의 형태로 들어오고, 유학왔다가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유학을 이곳으로 가면 학비 벌기도 영주권 따기도 쉽다고 하니 권할 만하다. 이 좁은 땅덩이에서 아둥바둥하기보다는 물 좋고 공기와 햇빛 좋은 곳에서 마라톤이나 맘껏 하고, 사실은 금쪽 같은 2세,3세,4세,....를 위해서, 우리 부부가 조금만 젊다면 정말 들어가서 살고 싶은 나라라는 생각이 똑같이 들었다.
……… 호주편은 준비중임.
첫댓글 잘 돌아오셨어여 여기 하늘과놀 회원들이 기다리구 함께뛸수있는 난지천이 있는 은평구가 지상에 낙원 천국이랍니다..
회장님! 오랜 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훌륭하신 결정과 탁월하신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이 기대 됩니다. Coming Soon.....
회장님! 요거이 스리살짝 카피해서리 우리 딸래미 사회공부하는데 교재로 쓰겠습니다. 나중에 뭐 '지적재산권'이니 '판권'이니 요런 요상한 문제로 이 '물적'한테 전화하고 소송을 걸거나 하면 골치 아픈데유. ^ ^*
긴 기행문 잘 읽고 갑니다. 여행길에 참고해야지 고맙습니다.
아빠, 우리 뉴질랜드로 이민갈까요? 천국같네요. 호주편도 빨리 올려주세요!
추석 쇠고 들어와보니 멋진기행문 올리셨네요. 따님의 이민얘기도 나올만 하겠습니다. 우리 2세들은 부담없이 자유롭게 나다닐수 있을라나요? 여행기만 읽어도 공부가 쑥쑥 되는것을...다음편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추석 잘 지내셨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