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인간에 대하여 -- 마광수 / 책 서평 / 책이야기
2016.05.29.
17:57
http://blog.naver.com/dearkyh/220722279524
인간에 대하여 / 작가 마광수 /출판
어문학사 / 발매 2016.04.29.
머리말을 대신한 서시(序詩)부터 대단히 파격적이었다. 소위 마광수 교수의 글발은 정말
알아줘야 할 것 같다. 은밀하고 가리고 싶은 성에 관한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글로 이렇게 리얼하게 파격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랍다. 이런 글쓰기는 마광수 교수가 아니고는 누구도 불가능할 것 같다.
몇 년 전인데, 교수님의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의 글발에 소위 깊은 매력을 느꼈었던 같다. 특정 작품을 읽고 이렇게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겠구나 하고 놀라운 경험을 한 순간이기도 했다. 일례로 마광수 교수는 “우리나라의 문학 교육은 엉터리”라고 하며 우리 민족 최고의
소설이라고 하는 자부하는 춘향전의 해석조차도 일반 학자들과는 전혀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석이 엉터리거나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며 납득이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을 계기로 마광수 교수의 다른 책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접하는 <인간에 대하여>도 무척이나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마광수 교수가 한국 최초로 시도하는 ‘몸 중심의
인간’ 에 대한 본격 담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에서부터 “여성이 주도하는 성과 죽음에 대하여”까지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공감을 하게
되고,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신선하고 놀라운 내용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 동물에게도 명예욕과 지배욕은 있다.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동물들은 무리 가운데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피나는 싸움을 벌이는데, 그 이유는 대개 많은 암컷들을 차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동물은 그런 점에서도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인간 역시 명예와 권력을 획득하여 성욕의 보다 원활한 충족을 도모하려 들기
때문이다.(29면)
★ 고통 끝에 오는 순간적 행복감이나마 어떻게 해서든지 맛보려고 아등바등 애를 쓴다. 그래서 일부러 고통을
만들어내는 짓도 서슴치 않는데, 그것이 바로 마조히즘의 심리다.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핍박이 없을 경우 일부러 핍박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그 좋은 예가 바로 수도원 제도의 고안이다.(129면)
★ 인간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갖가지 욕구들과 사회적 억압 사이에서
진저리나는 갈등을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톨스토이는 사람은 빵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다라고
말하면서, 사랑이야말로 행복한 인생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331면)
책을 읽는 중간중간 밑줄을 그었다. 저자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은 물론 동서양의 인문학, 문학, 과학 이론서에 이르기까지 그의 공부가 얼마나 많았는지, 그 지식의 깊이가 어느정도인지 그저
놀라울 정도였다. 동양의 주자학과 양명학을 이야기 하다가 양주와 장자가 나오고 이어 다시 서구의 에피쿠로스나 사드를 인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열자를 등장시켜 은나라의 폭군 주왕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어 백이 숙제, 소부와 허유의 은둔(隱遁)과 은일(隱逸)에 대해 그 개념의 차이를
명확하게 짚어주기까지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글의 내용이 전혀 어렵지가 않고 굉장히 흥미진진하며 재밌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책들이 곳곳에 인용되어 있었는데, 유토피아, 강유위의 대동서, 국가론, 성경, 맬서스의 인구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엘리아스
카네티의 군중과 권력, 박제가의 북학의, 정글북, 타잔, 맹자, 순자, 아이들의 시대 등등 지금 언뜻 떠오르는 책들이다. 이 중에는 직접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여러 권 있었다. 그리고 책 속에는 각 장마다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내 개인적으로 이 책은 성문화를
다룬 성문화 내지 성문학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용이 좋았다. 바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면, 다시 한번 꼼꼼하게 정독을
해 볼 생각이다.
[출처] [서평] 인간에 대하여 |작성자 지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