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불암산 둘레길을 걸었다.
우리들의 삶이 때론 마음먹은 대로 안되듯이 오늘의 트레킹은 최초 계획이 아닌 의외의 코스로 가게 되었다. 최초의 계획이란 철마산(709.5m) 산행이었다. 4호선 당고개역까지 운행하던 전철이 진접까지 연장 개통('22.3.20) 됨에 따라 철마산을 좋아하는 산행 마니아 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노원역에서 만나 9시 2분행 전철을 타고 진접역으로 갈려고 계획하였는데 늦게 도착한 친구들로 인해 다음 전철은 53분 뒤인 9:55분 전철이라고 하니 코스를 바꿀 수 밖에(휴일은 배차 간격이 드문드문)...
수정된 계획은 일단 당고개역에서 내려 수락산, 불암산, 불암산 둘레길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하였다. 수락산과 불암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버스로 환승하여 출발지(덕릉고개)로 이동해야 하는데 자주 다니지 않는 버스가 30분 후에 온다고 한다. 우린 빨리 빨리에 익숙한 한국인이다. 버스로 이동함이 없이 바로 걸음을 시작할 수 있는 불암산 둘레길을 선택하여 힘차고, 즐겁게 걷기 시작하였다. 오늘의 코스는 당고개역 - 상계 나들이철쭉동산 - 불암산둘레길 - 화랑대역 - 중랑장미공원까지 약 10km를 걷는다.
상계동(나들이) 철쭉동산 전망대
당고개역에서 나와 불암산 둘레길의 들머리인 상계 나들이철쭉동산으로 접어들어 도착한 장소다. 2021년 철쭉 사이로 산책로를 내고 전망대, 휴게쉼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설치하여 산책을 하다가 잠시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노원구에서 조성한 힐링공간이다.
남근석이라 한다. 근데 웬지 미완성 작품같네. 잘렸나...?
어럿이서 담소하며 걷기 좋은 비교적 평탄한 둘레길이다.
전망대
전망대에 오르는 계단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부근에 무장애 데크길이 설치되어 있던 걸로 보아 아마 장애인을 위한 배려 시설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한민국 좋은 나라다. 올라보니 360도 전 방향 조망권이 참 좋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주요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한산 - 도봉산 - 수락산 - 불암산이 시원하게 보인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걷다가 일행 중 한 친구가 농담을 한다. 불암산의 명예산주가 누군지 아느냐고? 답하기에 주저하고 있는데, 정답은 최불암이란다...ㅋㅋ 그리고 조금 지나니 정말 대리석의 시 비가 나온다. 그것을 아래에 옮겨 본다.
불암산이여!
(불암산 명예산주 방송인 최불암)
이름이 너무 커서 어머니도 한번 불러보지 못한 채
내가 광대의 길을 들어서서 염치없이 사용한
죄스러움의 세월, 영욕의 세월
그 웅장함과 은둔을 감히 모른 채
그 그늘에 몸을 붙여 살아왔습니다.
수천만대를 거쳐 노원을 안고 지켜온
큰 웅지의 품을 넘보아가며
터무니 없이 불암산을 빌려 살았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공룡바위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육식공룡의 머리 부분과 흡사한 느낌을 준다. 불암산의 화강암층은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공룡바위는 공룡시대에 탄생한 불암산의 까마득한 역사를 생각하게 한다.
불암산 둘레길에서 남근석과 한 쌍을 이루는 여근석이라 한다. 상상력이 풍부하다.
소나무 숲속의 휴식공간이다. 군데 군데 데크 침상이 설치되어 있고, 소나무숲 속 독서인들을 위해 도서도 비치되어 있다.
원두막 같은 휴식공간도 있다.
공릉산만세문
저 문을 지나면 산길을 모두 벗어나 화랑대역과 중랑장미공원에 이르는 시내길을 걷게 된다. 출발지에서 현 위치까지의 구간은 서울둘레길의 일부이기도 하다. 서울둘레길은 서울의 외곽 156.5km를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생태를 배우고, 느끼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자연 생태탐방로이다. 그 중 수락산 및 불암산 코스(도봉산역~화랑대역) 18.6km의 구간 일부를 불암산둘레길로 걸어 온 것이다. 산 정상을 통과하는 길이 아니라 산 자락을 둘러 통과하기 때문에 노선이 완만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재미있게 걸었다.
시내길엔 아직도 붉은 단풍이 절정이다. 낙엽길을 걸으며 가을의 끝자락을 즐긴다.
화랑대 경춘선숲길에 연결되는 옛 경춘선 철로길
공릉동 근린공원
공릉동 근린공원을 지나 '묵동천'변을 걷는다. 목적지는 화랑대역과 태릉입구역을 지나 중랑장미공원이다.
중랑장미공원(입구)
작품명 : 사랑의 온도(2018.5월, 작가 김항진)
반지를 모티브로 하여 사랑의 빛이 장미를 통해 세상에 퍼져 나가기 바라는 마음을 조형물에 담았다고 한다. '사랑의 온도'를 통해 밝아지는 장미는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랑의 온도'를 바라보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소중한 순간이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 작품 앞에 있는 아름다운 '장미 여인 조각상'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장미 품종이 아니다. 하지만 장미임은 분명하다. 철 지난...
하지만, 내년 5월 말 ~ 6월 초에 오면 장미가 절정일 것이다.
철 지난 장미를 보며,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