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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마스 만의 소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Der Tod in Venedig>
대본 미파니 파이퍼
초연 1973년 올드버러 음악제 중 스네이프 몰팅스 극장
배경 1911년 뮌헨과 베네치아
<2014년 12월 마드리드 레알 극장 / 152분 / 한글자막>
마드리드 레알 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알레요 페레츠 지휘 / 윌리 데커 연출
구스타프 폰 아센바흐.....소설가.................................................................................존 자삭(테너)
나그네, 늙은 멋쟁이, 곤돌라 사공, 호텔 지배인, 이발사, 유랑악사, 디오니소스 목소리 등.....레그 멜로세(바리톤)
아폴로의 목소리......................................................................................................앤서니 로트 코스탄초
타치오...................................................................................................................토먀스 보르치크(묵역, 배우)
디오니소스의 목소리, 호텔 지배인, 호텔 이발사............................................................라이 멜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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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2014 마드리드 테아트로 레알 실황 - 벤자민 브리튼 <베니스에서의 죽음>
품위 있는 파격으로, 브리튼의 명작을 그려내다
1973년 작, 브리튼(1913~1976)의 오페라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요양 차 베니스의 리도 섬을 찾은 작곡가 아센바흐가 미소년 타치오를 사랑하게 되지만, 섬을 강타한 콜레라에 걸려 죽는다는 내용이다. 소설, 영화와 달리 오페라는 동성애의 감각과 갈등을 아폴로와 디오니소스의 목소리로 대치시켰고, 타치오 역은 노래 없이 등장과 춤만으로 무대를 이어간다.
고전작도 실험작으로 전이시키는 마드리드 데아트로 레알의 2014년 12월 공연 실황으로, '아센바흐의 모노 오페라'라고 할 정도로 한 배역에 담긴 에너지와 갈등의 고뇌를 테너 존 자삭이 섬세하고 농익은 연기로 그려낸다. 전위의 기수 윌리 데커(1950~)의 연출도 품위 있는 파격을 보여준다. 2005년 잘츠부르크에서 비야손과 넵트레코 주연의 <라 트라비아타>를 맡았던 연출가다. 해설지(15쪽/영어)에는 작품해설, 시놉시스, 캐스팅이 수록.
독일작가 토마스 만(1875~1955)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마이파니 피퍼(1911~1997)가 각색했고, 1973년에 벤자민 브리튼(1913~1976)이 작곡한 오페라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요양 차 베니스의 리도 섬을 찾은 작곡가 아센바흐가 미소년 타치오를 발견하고 사랑하게 되지만, 섬을 강타한 콜레라에 걸려 죽는다는 내용이다.
이탈리아의 명감독 비스콘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영화나 오페라 모두 원작에 충실하다. 다만, 오페라에서는 미소년 타치오에 대한 동성애의 감각과 갈등을 아폴로와 디오니소스의 목소리로 처리한 점이 눈에 띈다. 디오니소스는 남자가, 아폴로는 여자가 맡는다. 한편 타치오 역을 맡은 소년은 노래를 하지 않고, 등장과 춤만으로 무대를 이어간다. 아센바흐가 등장할 때는 12음 기법과 같은 현악적인 기법의 음악이, 타치오의 등장 씬에서는 타악기의 금속성 울림과 동양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탐미적인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 영상물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데아트로 레알의 2014년 12월 공연 실황이다. 베르디나 바그너라는 고전도 실험작으로 만드는 극장의 특성상, 20세기 영국 오페라에 전위의 기수 연출가 윌리 데커(1950~)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덕션은 품위 있는 파격을 보여준다.
갈등과 욕망 사이를 오가는 아센바흐의 모노 오페라라고 할 정도로 브리튼은 아센바흐 역에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브리튼은 당대의 테너 피터 피어스에게 헌정코자 이 작품을 썼는데, 실제로 두 사람은 동성연애를 하며 동거했다고 한다. 이 프로덕션에서 아센바흐 역을 맡은 테너 존 자삭의 존재감과 현대음악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으며, 아센바흐의 갈등의 불씨를 당기는 타치오 역의 폴란드 배우 토마시 보르치크의 무언의 연기는 영화에 등장했던 타치오 역의 비요른 안데르센을 연상시킬 정도로 인상적이다.
연출가 윌리 데커는 2005년 잘츠부르크에서 롤란드 비야손과 넵트레코 주연의 <라 트라비아타>를 맡았던 이로, 토마스 만과 벤자민 브리튼이 왜 20세기를 빛낸 예술가들인지를 잘 보여주는 고도의 심리드라마로 무대를 그려낸다. 해설지(15쪽 분량/영어)에는 작품해설과 시놉시스, 캐스팅 소개가 담겨 있다.
=== 작품 해설 ===
오페라 366
베니스에서의 죽음
전 2막. 토마스 만(Thomas Mann)의 『베니스에서의 죽음(Der Tod in Venedig)』을 기본으로 머파뉘 파이퍼(Myfanwy Piper)가 대본을 썼다.
사전 지식
브리튼의 마지막 작품이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주인공은 소설에서는 작가이나, 오페라에서는(영화에서도)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Gustav von Aschenbach)라는 작곡가다. 그러나 어떤 버전에는 원래대로 작가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주인공 이름에서 연상되듯이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를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토마스 만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인기를 끌었다. 실바나 망가노(Silvana Mangano)가 소년 타지오의 어머니로 나오며, 주인공인 작곡가 역할은 더크 보가드(Dirk Bogarde)가 맡았다. 이 오페라에는 “사람들은 당신이 죽었을 때 당신을 사랑합니다(Everyone loves you when you’re dead)”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타지오의 폴란드 어머니는 무언의 역할이다.
에피소드
브리튼은 당대의 테너 피터 피어스(Peter Pears)에게 헌정하기 위해 이 오페라를 썼다고 한다. 피터 피어스는 초연에서 아셴바흐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브리튼과 피터 피어스가 동성연애를 하며 동거했다는 점이다. 브리튼은 이 오페라에 광폭한 디오니소스[주신(酒神): 로마 신화에서는 바쿠스(Bacchus)]와 침착한 아폴론의 양면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즉 니체와 토마스 만이 암시한 분열주의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셴바흐가 예정론에 의한 운명을 받아들이려는 아폴론적 자세인 데 반해 무용수 타지오와 그의 친구들은 디오니소스적 요소를 표현하고 있다.
줄거리
전쟁이 터지기 몇 해 전 독일의 저명한 작곡가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Gustav von Aschenbach)는 피곤이 쌓여 더는 작품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는 얼마 동안 머리도 식힐 겸 요양을 하기 위해 햇빛 찬란한 베네치아로 간다. 해변에 있는 호텔 데스 바인스(Hotel des Bains)에 여장을 푼 아셴바흐는 호텔의 살롱에 앉아 있는 어느 폴란드 가족을 유심히 바라본다. 교양 있어 보이는 아름다운 어머니와 귀여운 딸, 가정교사같이 생긴 여인, 그리고 특히 눈을 뗄 수 없는 열네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 아셴바흐는 그 소년에게서 형용할 수 없는 매력과 잔잔한 감동을 느낀다.
그곳에서 며칠을 보내면서 그는 소년과 가까워진다. 소년의 이름은 타지오(Tadzio)라고 했다. 어떤 때는 성가실 정도지만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셴바흐는 타지오가 항상 가까이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친구가 베네치아는 공기가 너무 후텁지근해 건강에 해로울 것 같다고 조언하자 아셴바흐는 그곳을 떠날 생각을 한다. 기차역에 도착한 그는 호텔에서 자신의 짐을 다른 곳으로 보낸 것을 알게 되지만, 대수롭지 않은 짐이라 다시 보내줄 것으로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얼마 후 짐이 베네치아의 호텔로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은 아셴바흐는 타지오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을 안고 그곳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다시 만난 타지오의 행동이 전과 다르다. 어딘지 넋이 나간 듯한 느낌이다. 베네치아의 분위기마저 다른 듯하다. 호텔 사람에게 물어보니 콜레라가 퍼져 죽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아마 타지오의 증세도 콜레라 때문일 것 같다는 설명이다.
아셴바흐는 오랜만에 이발을 하니 젊어진 느낌이 든다. 그는 타지오에게서 자신이 추구하던 이상적이고 순수한 미의 실체를 본다. 아셴바흐와 타지오는 해변에서 마치 연인처럼 뜨거운 감정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베네치아에 콜레라로 대피령이 내린다. 호텔의 손님들은 모두 떠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셴바흐는 마치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베네치아에 남기로 한다. 그는 사람들이 떠난 해변을 내려다본다. 저만치에 타지오가 홀로 앉아 있다. 잠시 후 고개를 뚝 떨어뜨리며 세상을 떠나는 타지오의 모습이 아셴바흐의 눈에 들어온다.
[네이버 지식백과] 베니스에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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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2008 라 페니체 극장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글>
벤저민 브리튼 1913 ~ 1976
베니스에서의 죽음
Benjamin Britten <Death in Venice>
꿈의 도시에서 마주치는 은밀한 사랑의 운명
지난 2013년은 오페라계의 두 거목인 베르디와 바그너가 모두 탄생 200년을 맞는 해가 되어서 세계의 오페라계는 모두 베르디와 바그너의 작품들을 올린다고 분주하였다. 하지만 사실 2013년은 더욱 중요한 해이기도 한데, 그것은 바로 벤저민 브리튼(1913 ~ 1976)의 탄생 100주년이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브리튼은 베르디나 바그너에 비해서는 그 인지도가 분명 떨어지고 또한 그의 오페라들은 베르디나 바그너 오페라들보다도 훨씬 더 일반인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2013년 한 해 동안 영국에서는 브리튼에 대한 많은 공연과 행사가 있었으며 여러 가지 출판물로 음반 그리고 영상도 세상에 나왔다.
영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음악의 소비시장 중의 하나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몇 개의 레코드 레이블이 런던에서 나왔으며, 런던은 한 도시에 대여섯 개의 메이저 오케스트라를 가지고 있는 도시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 하우스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오페라 스타들이나 클래식 연주가들이 모두 런던을 그들의 활동 기반으로 하여 지금의 명성을 이루었다. 특히 오페라란 분야에 있어서 영국이 가진 그 영향력과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영국에서 공연되는 그 많은 오페라는 대부분 외국의 작품들이며 그런 영국은 자신들의 오페라 작곡가를 배출하지 못하였다. 그런 와중에서 20세기에 들어서 영국은 오페라에서 그야말로 홈런을 친 셈이 되었으니, 그가 제2차 대전 이후 세계 오페라 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인 벤저민 브리튼이다. 영국의 오페라 작곡가로 퍼셀이 있었지만, 세계 오페라 계에서 브리튼만큼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하였고, 헨델이 런던에서 영어로 많은 오페라를 선보였지만 그는 결국 독일인이었으며 그의 작품 세계도 이탈리아 바로크 오페라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브리튼의 오페라들은 실로 다양한 오페라 세계를 보여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오페라 작곡가들은 그 누구도 브리튼의 영향력으로부터 무심할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올랐던 것이다.
브리튼은 어려서부터 음악교육을 받았으며 대단히 젊은 나이에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작곡가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세계 정상급의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였으며 지휘자로서도 많은 활동을 하였다. 또한 그는 1946년에 잉글리시 오페라 그룹을 설립하고 1948년에 올드버러 음악제를 창설하기도 하는 등 많은 활약을 보였다.
브리튼은 다만 오페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활약하였으며, 작곡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을 작곡하였다. 특히 그는 많은 성악곡을 만들었으며, 오페라 분야에 관한 그의 독창성은 실로 대단하다. 그는 '실내 오페라'란 장르를 확립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음악적으로 쇤베르크나 베르크 같은 신 빈 악파의 영향도 크지만, 말러,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등과 보다 밀접한 음악적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오페라들은 낭만 오페라들처럼 선율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신 빈 악파의 그것처럼 난해한 것도 아닌, 절충적인 거리에 있다.
브리튼이 완성한 오페라는 16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지금 이미 완전히 국제적인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브리튼은 1900년 이후 즉 20세기에 태어난 모든 작곡가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작곡가라고 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0세기에 나온 모든 오페라 중에서도 푸치니와 리하트르 슈트라우스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작곡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브리튼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손꼽아 본다면 <피터 그라임즈>, <빌리 버드>, <글로리아나>, <한 여름 밤의 꿈>, 그리고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있는데, 이상의 다섯 가지 작품은 다들 대극장용 대작들이다. 그리고 이어서 <루크레티아의 능욕>, <알버트 헤링>, <나사의 회전>의 세 작품은 소극장용 오페라인데, 이상의 8개의 작품이 브리튼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의 8개 작품 중에서 마지막 작품이 바로 <베니스에서의 죽음>이다. 이 작품은 잘 알려진 독일의 문호 토마스 만의 소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Der Tod in Venedig>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토마스 만이 쓴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는 동성애에 관한 주제를 매우 몽환적이고 미술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 작품은 동성애를 넘어서 당시 사회 전반을 매우 심도 깊게 다른 작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1911년으로 추정되는 때에 토마스 만은 크로아티아에 있는 휴양지인 브리오니 섬에서 휴양을 하던 중에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부음(訃音)을 듣는다. 그때에 만은 무언가 계시를 받는 듯한 심정으로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집필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베네치아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서 만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즉 아직도 세기말의 분위기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던 유럽의 예술가 전반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으며, 그속에는 자신에 대한 가혹한 비판 역시 포함되어 있다. 만은 예술가들의 관능적이며 퇴폐적인 정신과 행동, 그리고 당시 경직된 독일 사회를 동시에 비판하고 나섰다.
작품속에서 만은 베네치아라고 하는 백 퍼센트 인공의 미로 이루어진 도시를 배경으로 하여, 미소년 타치오를 등장시켜서 그를 자연의 미를 대표하는 존재로서 베네치아와 대비시킨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역시 아폴로적인 요소와 디오니소스적인 요소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주인공 구스타프 폰 아센바흐는 독일의 뮌헨, 즉 성(性)에 관해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로 대표되는 곳에서 살고 있는 저명한 소설가이다. 그는 시민계급과 예술가계급 사이의 대립을 극복하고 내면의 조화를 이루어낸 고귀하고 점잖은 예술가이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표현되는 그의 모습은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를 연상시킨다. 그가 소설가가 아니라 작곡가라고 했다면 거의 모든 것이 말러와 일치한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그런 점에서 이 아센바흐라는 인물은 괴테와 말러 그리고 작가 토마스 만의 세 인물을 모두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주인공은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서 남쪽 나라 즉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베네치아로 여행을 떠나는데, 베네치아로 가는 여행은 꿈과 고향을 찾아서 가는 여행이며 또한 동시에 병과 죽음을 찾아서 가는 복수의 의미를 지닌 여행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베네치아에서 미소년 타치오를 만나고, 그에게 참을 수 없는 강렬한 동성애에 대한 정열을 느낀다. 타치오는 미의 절대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인데, 그는 아센바흐에게 희열이자 동시에 죽음이다.
브리튼은 이 소설을 오페라로 표현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남은 모든 역량을 이 작품에 다 쏟아 붓는다. 무엇보다도 브리튼은 그 자신이 동성애자였다. 그는 영국의 테너 피터 피어스와 평생 동반자적 관계로 지냈다. 두 사람은 음악계의 중요한 인사들이었지만, 그들의 성적인 취향 때문에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백안시당하기도 하였다. 그런 브리튼이 만의 소설에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은 역시 그 자신이 누구보다도 작품 속의 주인공에 대해서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브리튼은 아센바흐 역할을 테너에게 맡겼는데, 그것은 당연히 자신의 파트너 피터 피어스를 위한 역이었다. 사실 피어스를 만난 이후 브리튼의 오페라의 테너 역할은 거의 다가 피어스를 위한 배역들이었고, 모든 세계 초연에서 그 역할은 피어스에 의해서 처음 해석되었다. 아센바흐 역 역시 피어스의 음성과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이다. 1973년 브리튼과 피어스가 함께 만든 올드버러 음악제의 몰팅즈 극장에서 올려진 초연에서 역시 피어스가 열연하여 아센바흐의 첫 해석을 보였다.
이 오페라에서 아센바흐 역 만큼이나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리톤 배역인데, 단 한 명의 바리톤이 여러 바리톤 역할들을 모두 혼자서, 즉 일인다역(一人多役)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즉 아센바흐를 처음 여행을 하도록 이끄는 나그네 역할에서부터 그가 베네치아로 가는 증기선 속에서 만나는 늙은 멋쟁이, 그를 호텔이 있는 리도 섬으로 데려가는 곤돌라 사공, 리도 섬에 위치한 호텔의 지배인, 이발사, 유랑 악사 그리고 디오니소스의 목소리까지 모두 한 명의 바리톤이 계속 의상을 바꾸어 입고 나와서 부르게 되어 있다. 그러니 사실 테너가 계속 다른 사람을 만난다지만, 계속 같은 바리톤과 대화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바리톤의 역할들은 디오니소스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주인공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아센바흐가 호텔에서 만나는 미소년인 타치오 역은 가수가 아니라 무용수가 맡도록 되어 있다. 오페라식으로 말하자면 이른바 묵역(默役)으로서, 노래는 커녕 말하는 대사도 하나 없다. 그는 오직 연출에 따라서 무용이나 마임과 같은 몸짓으로만 자신을 표현한다. 타치오와 동행하는 어머니인 폴란드 귀부인과 타치오의 두 자매도 모두 무용수가 연기한다. 그 외에 아폴로의 목소리가 앞에서 언급한 디오니소스의 목소리와 대비되게 카운터테너가 부르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이 작품의 주요 오페라 가수는 테너 1명과 바리톤 1명일 뿐인 매우 독특한 구성이다.
이 작품은 절제되고 원숙하며 세련된 음악이 온 드라마를 지배한다. 폭발적인 표현이나 화려한 가창은 없다. 모든 것은 절제되고 또한 정제된다. 그러므로 아센바흐 역은 아주 어려운 역으로 일컬어지며 어떤 이는 이 역할을 영국 오페라 사상 가장 어려운 배역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자신의 최후 최고의 대작을 쓰는 동안 브리튼은 심장병이 악화되어서 그야말로 죽음과 싸워가면서 겨우 완성하였다. 결국 그는 초연의 최종 리허설에도 초연에도 참석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그의 평생의 연인이었던 피어스의 품에 안겨서 63세의 아까운 일생을 마감하였다.
1976년 그가 사망하기 직전에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브리튼에게 올드버러 남작의 작위를 수여하였으며, 그가 사망한 후에 여왕은 피어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는 조문을 보냄으로서 동성애 커플을 비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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