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양평 부용산(363m) / 남한강자전거길을 걸었다.
매월 세번째 일요일은 고교동문산악회(부부동반) 등산일이다. 오늘은 서울 근교 산행으로 양평 신원역에서 내려 부용산 산행과 남한강자전거길을 걷는 날이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내리는 눈은 산행하는 내내 내린다는 예보다. 눈이 내리는 산행의 경우에는 눈을 맞으며 즐길려는 파와 눈길을 피할려는 파가 있는데 연배가 있어서 인지 눈길 산행을 마다하고 의외로 자전거길을 많이 선택했다. 말이 자전거길이지 자전거로와 산책로가 분리되어 있어 함께 이용하는 길이다. 32명 출동에 6명만이 A팀, 기타 26명이 B팀으로 갈렸기에 미루어 연령대가 판단되어 지시리라. 평소에 주로 A팀을 따랐으나 오늘은 왠지 B팀을 따라 신원역에서 양수역에 이르는 남한강자전거길을 따라 눈을 맞으며 걸어보고 싶다. 이 길의 장점은 옛 철길이 폐쇄된 구간을 자전거/산책길로 조성하였기에 평탄하고 중간중간 내부에 불을 밝힌 터널도 있어 들어갔다 빠져나오는 새로운 재미도 있을 뿐더러 걷는 길 오른쪽에는 부용산이 왼쪽에는 남한강이 함께 흐르고 있어 경치가 뛰어 나기에 걸어 볼 만한 길이다.
B팀(남한강자전거길 트레킹)에서 촬영한 눈길 트레킹 장면위주로 소개한다. A팀 사진은 끝부분에 있다.
신원역에서 내려 바로 역앞에 있는 양수리방향으로의 남한강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다. 눈을 맞으며 걷는 발걸음이 모두들 가볍다. 비록 부용산 방향으로 가지는 못했지만 마음만은 A팀이다.
월계주막 터
관동대로와 남한강 물길을 따라 한양으로 오가며 쉬어가던 마을인 월계마을에 '월계원'이라는 이름의 역원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주막이 번성하여 긴 여정에 지친 이들의 쉼터가 되었다. 이 곳에 쉬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지은 초부의 한시를 여유롭게 음미해 보라고 안내판에 씌어있다.
*** 정초부(1714~1789) 나무꾼의 한시 한편을 소개한다. ***
(한묵여생노채초) 글쟁이의 남은 인생 나무하며 늙어가니
(만견추색동숙숙) 어깨가득 가을빛이 쓸쓸하게 일렁이네
(동풍취송장안로) 동녘바람 불어와서 한양으로 날보내니
(효답청문제이교) 이른새벽 동대문밖 제이교를 건너가네.
정초부는 원래 나무를 하는 노비였다. 초부라는 이름도 나무꾼이라는 뜻이다. 어린시절 낮에는 나무를 하고 밤에는 주인집 자제들이 배우는 글을 귀동냥으로 들은 한시를 읊고 외우는 것을 보고 여춘영의 아버지가 그를 기특하게 여겨 아들 춘영을 가르칠 때 함께 배우도록 했다. 춘영과 초부는 20년의 나이차(양반 춘영이 20세가 적다)가 있는데 어릴 때는 조력자로, 커서는 나이를 초월하여 우정을 나누었다고 한다. 조선의 노비는 전 인구 중 대략 40%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 노비에게 재산 등의 관리상 편의를 위해 글을 가르친 경우는 있어도 여씨 집안처럼 한시까지 가르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한시를 지은 작가 중 유일한 노비 신분이 초부였기에 그의 능력이 출중하였음을 알 수 있고, 여춘영이 23세때 43세의 정초부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면천(노비해방)을 시켜주었다고 하니 여씨집안의 개혁적 마인드 역시 대단함을 알 수 있다. 정초부는 노비시절 경기도 광주에서 살았으며, 자유인이 된 이후에는 양평에서 살았기에 양평군에서 정초부를 널리 소개하고 있다.
정초부의 주인이었던 여춘영(1734~1812)이 76세를 일기로 사망한 정초부의 무덤을 찾아가 추모하여 쓴 시를 소개한다.
(황노역초부) 저승에서도 나뭇꾼을 하시는가?
(상엽우공정) 서리맞은 단풍잎이 인적없는 물가에 비처럼 내리는구나
(삼한다씨족) 삼한땅엔 권문세족이 많고도 많으니
(내세탁영형) 다음 생애는 그런 가문에 의탁하시게나
자네같이 총명하고 능력있는 사람은 다음 생애는 부디 양문집 가문에서 태어나길 바라네... 정도의 말로 추모하고 있는 듯 하다. 정초부에 대해서는 '조선 양반 놀라게 한 나무꾼의 한시'라는 제목으로 KBS 역사스페셜에서 방영하였으며, 주요 일간지에도 연재된 적이 있다.
강한정
문인들이 한강상류를 지나면서 거쳐 가던 강한정은 도곡리에 위치했다고 전해진다. 이곳 강한정은 광해군 폭정시대에 명사들이 은거하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라고 한다.
살아있는 나무위에 쌓인 눈은 역시 소나무가 제일이다.
조그만 하천과 전철길, 농촌마을에 눈이 내리니 더욱 평화롭게 느껴진다.
오늘 걸어 온 코스에는 부용1~4터널이 있었다. 부용터널만 4개다.
부용터널 내부
터널 내부에는 안전을 위하여 자전거길과 보행자길이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은 눈이 와서인지 라이딩하는 사람은 아예 없었기에 모든 길을 전세낸 것처럼 자유롭게 이용했다.
밟지않은 새길이 밟고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길 휴식공간
자전거라이더나 트레킹하는 사람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중간중간 마련되어 있다. 또한, 휴식공간에는 옛 철길을 보존하며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자전거길 옆으로 서울에서 양평가는 국도와 전철길, 남한강이 보이니 모두 함께하는 기분이다.
나무위에 쌓인 눈이 탐스럽다.
양평 용담 아트터널
부용터널 4개에 용담 아트터널까지 총 5개의 터널을 지났다.
양평 용담 아트터널 내부 천정조명이 아름답다.
양평 용담 아트터널을 지나 양수리에 접어 든다.
남한강에 합류하는 가정천이 흐르는 교량위에 서서 오늘의 트레킹 마무리 설경을 감상한다.
양수역에 도착했다. 인근에 있는 '김명자낙지마당 양수리점'에서 신년산행(트레킹) 뒷풀이를 하고 귀경전철에 올랐다. 신년산행이라는 상큼함과 눈을 맞으며 걸은 오늘의 일정이 아주 조화롭고 상쾌했다. 회원님들과 함께 할 올 한해도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기원한다. 건강은 덤이다...^*^
A팀(부용산 산행)에서 촬영한 멋진 설경사진 몇 컷을 아래에 소개한다. 역시 산 속 눈이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