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에서 대한에 이르는 두 주간은 겨울의 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소한과 대한은 연간 24절기의 마지막이기도 합니다. 대한이 지나면 곧 설날과 함께 첫 절기인 입춘이 기다리니까 대한이면 겨울의 막바지라고 해야할 테니까요. 겨울을 이겨내는 것은 코로나를 이기는 것과도 방불할 것입니다. 코로나를 비롯한 바이러스는 추위에 강해지는 물질이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중요한 정보가 있습니다. 이 괴질의 물질은 지방의 껍질에 쌓인 단백질이라 염분에 허약하다는 보고가 있다는군요. 다시 말해서 체내에 0.9% 이상의 염분이 녹아있으면 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이든지 분해되게 마련이라고 합디다. 저도 들은 말이라 믿어야할지 어떨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만. 하여간 좀 짜게 먹는 것이 괴질에 대한 면역력을 높인다는 말이니까 참고해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쪼록 허언이 아니기를!)
어제에 이어 수목 소설 "전설3 [일루전ILLUSION]제3부 건국과 단정 반대"가 계속됩니다. 양수와 용철은 대구 시내 공장을 다니면서 노조 위원장들에게 소집명을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정한 날에 버스정류장에 집합시켰습니다. 기대한 만큼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을 노조 위원장들이 모였습니다. 불과 너댓 명의 결참이 있었을 뿐 버스 하나를 다 채울 정도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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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고요 최지훈 작
왜옥동네의 전설•3
일루전ILLUSION
제3부 건국과 단정 반대 (제30회)
2. 단정 반대 투쟁-(22)
네 명의 결참 위원장은 모두 여성 위원장들이었다. 그들은 이번 행사가 일박이일이라는데 부담감을 가지고 참석을 기피한 것으로 보였다. 여자가 외박한다는 일이 예삿일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 중에 가정을 가졌거나 결혼을 한 여자들이라는 정황은 없었다. 넷 중에 한 사람은 이미 직장을 그만두고 현장에 없었다.
참석자들 중에 여성은 두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조용희라는 여성으로 우리나이로 25세. 이른바 노처녀다. 그의 직장 전체 근로자들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들 중에 최연장자라는 이유로 위원장을 맡은 자라고 했다. 그의 직장은 염색되어 온 실 타래를 재봉이나 직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감개심에 감는 일을 하는 제사 공업의 하청업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감는 일을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로 하는 것이지만 하루 열네 시간 근무해야 하는 억센 노동력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직원 수는 사장을 포함해서 네 명의 간부직은 모두 남성이고 직공은 모두 어린 여성으로 여덟 명이었다. 용희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은 해방된 뒤에 4년제 여중을 졸업하자 바로 취업이 되어 입사한 이른바 1기생이라는 서너 명의 소녀들로 새해 막 열아홉 살이 되었고, 그 이듬해 입사한 2기생 세 명의 소녀들은 열여덟 살이 되었다. 그러니까 용희는 그들의 큰언니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이미 일제 강점기로부터 그 직장에서 일해 왔으니 새해들자 7년차에 접어드는 판이다. 사장보다도 그 직장에서는 고참이니까 비록 직공의 신분을 벗지 못하고 있어도 터주대감이나 마찬가지여서 남자들인 간부들에게도 누나뻘이라고 해야 했다. 그런데 십일 폭동이 있던 그 해, 막 신입을 뽑아서 소녀 사원이 일곱 명으로 늘어나서 직장 분위기가 신선해지고 있던 때에 양수가 손을 뻗쳐 노조를 조직하게 한 것이었다. 그 직장만으로는 노조가 너무 허약하다고 생각했음인지 그 직장의 원청업체인 제사공장에 딸린 같은 하청업체로서 비슷한 규모의 다른 실 감는 공장 소녀 직공들과 합해서 두 공장 소녀 직공들로써 조직한 노조의 위원장으로 용희를 세워놓은 것이었다. 그러다가 폭동이 진압되고 용희가 폭동의 주모자급으로 체포되어 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되어 며칠 간 문초를 받았으나 경찰 측에서 별 볼일 없는 여성이라고 인식했음인지 바로 훈방 조치를 받아 귀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직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사장이 찾아와서 달래는 바람에 다시 직장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때 노조를 해산하고 노조에 가담했다고 모두 해임시킬 수 없는 것이 바로 숙련공을 조달할 처지가 못되는 공장의 사정도 있고, 용희가 복직 조건으로 소녀 직공들에 대하여 노조 문제로 흠을 삼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공장은 폭동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양수와 용철이가 그 공장으로 용희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노조 위원장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용희는 양수의 청을 일거에 거절해야 했고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가 양수를 보자 마치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남자를 만난 것처럼 너무나 반가웠던 탓이었다. 그는 그의 앞에서 마치 수줍음을 타는 소녀처럼 행동했고, 그가 하는 말을 한마디도 거절하지 못하고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그리고 경산 구지까지 따라온 것이었다. 그는 가족이 어머니를 모시고 아래로 바로 지난 가을에 사범대학에 입학한 아우와 그 아래로 세 자매를 거느린 오남매의 맏이였다. 그는 혼자서 살림을 맡아 대학에 입학해서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아우의 학비 바라지는 물론 올해 육학년이 될 막내까지 세 자매의 학비까지 감당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데는 사장의 각별한 배려로 직급은 그냥 평직공이었으나 총무와 맞먹는 급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처지에 그가 사장의 배려를 배신할 수는 없을 터였다. 그러므로 엉뚱한 자리에 와 앉아 있기는 하지만 마음에 갈등은 심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행동을 사장이 안다면 그는 직장에 붙어 있을 수 없을 것이고 그런 경우 그의 가족은 거리에 나 앉아야 할 것이다.
-----01/06(목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