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팀에 지원했는데 홍보 글 올리는 일 시켜
탈퇴 통보했는데도 참가비 25만원 안돌려줘
소비자원, 민원 늘자 경찰수사 의뢰 고려
올해 대학에 입학한 A(19)양은 첫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고민하던 중 국토대장정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A양은 한 단체의 국토대장정 프로그램 광고를 접하고, 의료팀 스태프에 지원했고 합격을 통보받았다. 간호학과에 다니는 A양은 "학교에서 배운 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그러나 뜻깊은 시간이 되리라 기대했던 A양의 첫 방학은 잊고 싶은 기억이 됐다.- ▲ 대학생들에게 도전의식과 끈기를 키워주는 국토대장정이 일부 학생들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으로 남았다. 사진은 지난해 8월 한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서울 시내를 걷고 있는 모습이다. / 연합뉴스
지난 4월 A양은 이 단체에 참가비로 25만원을 입금했다. 그런데 A양에게 부여된 임무는 의료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A양은 "매일 인터넷 카페에 출석체크를 하고, 업무 및 홍보일지를 올려야 했다"고 했다. 홍보일지는 매일 무작위로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후 이 단체를 홍보하는 글을 작성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었다. A양은 "적어도 하루에 10개의 카페에 홍보 글을 올려야 했다"며 "직원들이 이를 매일 확인했다"고 했다. 또 스태프 한 사람이 포털사이트에 '국토대장정 어디가 좋은가요?'라고 물으면 다른 스태프들이 이 단체를 추천하는 답변을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A양은 "의약품박람회에 가서 약품을 얻어오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했다.
애초에 기대했던 활동과 실제 활동이 전혀 다른 데 실망한 A양은 지난 6월 탈퇴하기로 결심하고 이 단체에 연락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내부 규정상 환불해 줄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그러나 A양과 함께 단체에 가입하고 같은 이유로 탈퇴를 결심한 친구는 환불을 받았다. A양은 "이에 대해 항의하자, 친구 어머니가 업무를 방해해 환불을 해줬다는 말만 했다"고 했다.
A양은 결국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접수했다. 소비자원에 민원을 접수한 사람은 A양뿐만이 아니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 단체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며 접수된 민원이 올해만 10건에 달한다"며 "다른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의 민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 고시에 따라 국토대장정은 연수 관련 규정이 적용돼 출발 10일 전 취소를 통보할 경우 10%의 위약금을 제외한 금액을 돌려줘야 하고, 출발 1일 전에 취소하더라도 20%를 공제하고 환급해줘야 한다"고 했다. A양은 한 달 전 탈퇴를 통보했지만 지금껏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1차로 '합의 권고'를 하지만, 이 단체는 합의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소비자원은 2차 절차로 조정위원회에 상정했고, 조정결정서를 발부할 예정이다. 단체가 조정결정서를 거부할 경우 피해자들은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 단체의 등록 부분도 미심쩍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2005년에 생긴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비영리단체로서 어떠한 기관 및 단체에서도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다. 1~2개의 루트를 운영하는 다른 국토대장정 프로그램과 달리 이 단체는 10여개의 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선발과정이 따로 없고, 신청하고 비용을 내면 참가할 수 있다.
대학생들에게 국토대장정은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고, 더욱이 취업에 대외활동이 중요해짐에 따라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려는 대학생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현재 이 단체뿐 아니라 기업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은 수십개에 달한다. 본지는 해명을 듣기 위해 이 단체에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