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
마지막까지
꽃 농사지어 놓고
쓰러지신
아버지
ㅡ김석중
〚쪽수필〛
애석한 꺾임, 아니 환한 슬픔을 본다. 가장으로 식솔을 거느리고 먹여 살려야 한다는 소명의식 때문에 아버지들의 어깨는 쳐져 있거나 무겁거나 긴장하여 올라가 있다.
살아있는 한 꽃망울을 달고 꽃을 피우느라고 물을 올렸을 저 나무를 화자가 아버지로 느끼는 건 기억 안의 누군가가 그렇게 명을 달리 했으리라. 검은 일터 너머로 누릇누릇 마른 잔디가 곱게 단장된 묘소가 보인다.
직업 군인으로 근무지마다 떠돌던 남자의 이야기도 애처롭다. 아내는 남편을 따라 다닐 수가 없어서 아이들과 서울에서 살았다. 가족이 있어도 없는 생활이 의미없다 싶어 남자는 전역을 하자마자 전원생활을 하자며 새 집을 짓고 가족과의 행복한 생활을 꿈꾸었다. 푸성귀며 꽃을 가꾸면서 아내가 오기를 기다렸으나 아내는 자녀들 곁을 떠나지 않았다. 남자는 군 생활이나 전원 생활이나 외롭기는 마친가지였다.
결국 남자는 홀로 깊은 병을 얻고 쓰러졌어도 그 집 뜰에는 가족맞이용 꽃과 먹거리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밥의 꽃, 아버지의 소명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부러진 나무둥치의 붉게 물든 아픔으로 실감한다. 처연한 이미지가 심안을 장악한다. 못 잊을 것 같다.
첫댓글 요즘은 시대가 달라지고 돈이 힘인 시대라 부부라 할지라도 여자들의 수입이 많으면 남자말이 씨가 안 먹히기도 하지요.
게다가 모기나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시골살이는 싫어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요.
주변에 갈등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요
고집센 남자는 정년 후 기어히 전원으로 들어가고 아내는 오피스 하나 얻어 왔다갔다 합니다
접점을 못찾더라고요
한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이 시대의 아버지의 삶이 다가옵니다
죽도록 고생해도 알아주지 않는 가족 섭섭하고 안타깝지요
자기의 삶은 없고 오롯이 처 자식을 위해서 삶의 전쟁터에서
참고 버텨온 세월인데 아버지니까 남편이니까 당연한 책무로 여기면
어찌합니까 함께해야지요 슬픔도 기쁨도 한가족이라면
시대가 달라져서 남녀가 역할이나 취향이나 사고방식도 달라졌습니다
맞벌이 부부일 경우에는 여자가 더 열악한 입장에 놓이지요
세상에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허전한 일은 없지요
시인은 숨은 노고를 들추어내고 그것도 거기에 걸맞는 이미지를
발견하여 보여줌으로써 깨닫게 하는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세상에 아버지란 존재를
생각해봅니다
아버지 밑에서 세상을 알았고
내 자신이 아버지가 되여 자식의
그늘이 되여 주어봤으니 아버지란
이런거다 알만할텐데도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오늘도 춥습니다
따뜻하게 보내셔요^^
저는 아버지의 외로움에 대해서 능력에대해서
역할에 대해서 심정에 대해서 수도없이 생각하고
정년 전에는 반 아버지 역할을 하다가 정연 후에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후원하고 공감하면서 살았지요
그러나 끝에 가서는아버지나 어머니나 외로움을 피할 수가 없더군요
홀로 짊어질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철저히 훈련하였습니다.
잘 되려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리 곱고 붉은 홍도화가
밑둥치가 꺾여 쓰러진 모습이
안타깝고 처연하고 아프게 다가옵니다.
제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 됩니다.
일하다가 저런 모습으로 쓰러지셔서 중환지실에서 여러 날을 깨어나지 못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식구들 먹여살리기 위해 내 한 몸
부서져라 일하시던 아버지의 삭정이같은 몸과 쇠무릎을 닮아버린 손마디가
당신 생의 기록장인 것 같아
눈물이 났던 그날이 떠오릅니다ㅜㅜ
난 남편을 보며 말없이 눌러둔 무게가 보여서
늘긴장하며 보아 왔지요
아니나 다를까
연거푸 세 번이나 쓰러지는데 그 때마다 내가 바로 곁에 있어서
시간을 벌어 구사일생 아무 후유증 없이 탈출했어요
어찌나 안쓰럽던지요
감사가 곱이고 늘 덤인듯 황홀하지요
많지 않은 몇 줄 글과 사진의 강한 힘을 느낍니다. 붉은 꽃이, 꺾인 나무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가슴 찡하게 잘 감상하였습니다^^
부러진 자리까지 붉어요
저렇게 붉은 피를 쏟고서야
아버지의 소명을 다하셨네요
먹먹함 뿐이네요ㅜ
우리의 아버지는
숙명이라도 된듯
소리없이 가족의 생계를
다 책임지셨지요
홍매화일까요 꽃은 저리도
곱게 피었고요
김석중 시인의 <소명>도
감상평도 잘 읽었습니다
홍도화라네요
가장 환하고 예쁘지요
이 시를 읽으면서 나의 아버지와
내 아이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김석중 시인님의 먹먹한 사부곡과
오정순 시인님의
울림 있는 감상평에 최고의 찬사를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늘 감동은 가까운 곳에 있고
간과하다가 아픔을 불러들이지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작년 가을에 아버님이 떠나셨습니다. 올 봄 홍도화 마을을 갔는데 빗속에 쓰러진 나무가 유난히 붉고 굵어 떠난 아버지가 떠올라 써봤습니다. 선생님의 주옥같은 수필로 새삼 떠올립니다. 감사드립니다.
태풍 파라호 때 청담 공원의 나무가 백 그루도 더 넘어갔어요
그 때 아무도 무서워서 공원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저는 들어갔다가 놀랐지요
피톤치드의 맛이라 해야 할까요?
싱싱한 향내가 후욱 들어오는데 놀라고 부러진 자리에 고인 불그스름한 수액에 놀랐습니다
나무의 피 같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저 도화나무도 핏빛이에요
누구나 진심어린 눈으로 대상을 보면 대상도 진심이 느껴져요
임팩트가 좋은 이미지에 제 글이 덕 봤지요
이미지가 심안을 장악한다. 도 진심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시는 시절이 변해도 세월이 가도 회자되지요. 오정순 선배님 덕분에 다시 감상합니다. 김석중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하마터면 울 아이들이 저런 글을 쓸 뻔했어요
세 번씩이나 쓰러졌는데 아무 후유증 없이 일어났지요
이미지가 참 강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