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을 피우는 일은 차를 마시는 것보다 한수 위다 특히 정신적으로 그렇다.
가까운 곳에 차(茶)를 폼으로 마시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가벼운 등산도 힘이 든다고 싫어하는 친구다.
차(茶)는 많이 마시다 보면 그 마시는 법도도 알 수 있게 되고 차(茶) 마시는 질서와 예의도 익혀질 것이고 차(茶) 종류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찻잔이나 차(茶) 도구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차(茶)를 폼으로 마시는 것이 내 눈에 보이는데 공짜로 얻어마시는 주제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마당에 곡식을 말리려고 널어놓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면 손님과 차담을 나누다가도 그냥 한꺼번에 마시고 밖을 나가도 되고
새벽에 일어나 혼자 화로에 숯불 지펴 차를 마실 때는 한가(寂)하고 넉넉(圓)한 본성을 가늠하면서 느리게 마셔도 되지 싶다. 이 때는 번다한 다례나 다구도 필요 없다.
차를 폼으로 마시는 친구집에 가면 비싼 차 도구도 많고, 차 종류도 많고 한데 진열대에 모셔두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다.
다도를 배웠는지 차를 내면서 "찻잔은 어디다 두고, 시킴그릇은 어디다 두고, 퇴수기는 어디다 두고... " 하면서 설명이 끝도 없다.
그동안 바쁘게 살면서 주위를 흐터놓고 살던 산인(散人)의 세월에서 이제 주위를 정리해야 할 도인(導人)의 나이가 된 요즘은 옆지기와 차를 마시는데 옆지기는 냉(冷)한 체질이고 저혈압이라 녹차가 맞지 않고 커피가 체질에 맞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녹차도 마시고 말차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보이차도 마시고 밭에서 수확한 못난 과일로 담은 발효차도 마시고 해서 어떤 것이 좋은지 아무것이나 마시지만 손님 따라 그에 맞는 차를 대접할 정도는 알고 있다.
이제는 이 나이에는 이 밥이 누른 곳에 물을 부어 끓인 숭늉이 좋다.
조금은 급한 성격이라 친구에게 차 한잔 얻어마시려고 쭈그려 앉아 긴 시간을 허비하면서 때로는 식은 녹차를 마실 때면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그곳 친구집에 가면 "다방 커피가 체질에 맞으니 막대 커피나 한잔 주게" 해서 간단하게 커피를 마신다.
커피 마니아인 친구가 강릉에 사는데 그 친구가 커피 내리는 도구세트를 오래전에 선물했지만 선반에 두고는 사용하지 않는다.
가끔 그곳에 가면 커피종류도 다양하게 구비해서 "콜롬비아 커피는 순하고, 브라질 커피는 향이 강하니 서로 섞은 커피다" 하면서 끓여주는 이 친구의 커피는 너무 써서 나에게는 별로다
나는 단 것을 좋아해서 설탕을 3 수픈 넣어야 하는데 친구가 주는 커피는 원두커피라 내 입맛에는 너무 쓰다
마치 월남전에서 돌아온 친척이 가져온 비상식량에 딸려온 봉지커피를 끓여 여러 사람이 한잔 얻어 마시면서 얼굴 찌푸리던 기억을 연상케 한다.
네팔에 사는 몇십 년 된 지인인 앙부티 셰르파(Angbhuti Sherpa) 부부가 우리 집에 쉬었다가 가면서 네팔에서 처음으로 커피나무를 심어 생산한 <히말라야 커피>를 몇 봉 주고 갔다.
이 커피는 시판하기 전에 호텔을 경영하는 사장들에게 광고용으로 주었는데 이 친구도 카트만두 외국인여행자 거리인 타멜(Thamel)에 5층의 호텔과 식당을 운영하던 분이라 그이가 주고 간 커피는 좀 순하게 타면 마실만하다.
우리가 밥을 먹고 숭늉을 마시고 때론 시간 되면 한가하게 차를 마시기도 하고 불전에 헌다하기도 하고, 다인들을 초대해서 다담을 나누면서 차를 마시는 일은 무엇을 얻기 위함 일까?
이 또한 나의 물음을 조주선사께서 들어셨다면 "자네도 차 한잔 마시고 가게(喫茶去)"라고 하셨을 거다 못 알아듣는 나에게 귓속말로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니 방하착(放下着)하게 그렇지 못하면 아무 쓸데없는 지껄이여!, "라고 하셨을 거라 짐작된다.
이제 나이 들어 나는 차 마시는 것보다 향(香) 피우는 일이 더 좋다
우리 집에는 서해안 바다와 강이 만나는 갯벌에 수백 년 동안 박혀있던 향나무 뿌리를 다듬은 차상이 있는데 침향(沈香)으로 변한 지도 오래되었다.
마치 차상 모양도 용(龍)이 여의주를 물고 똬리를 튼 모양이다.
그 뿌리를 다듬어면서 조각 향목을 오래도록 향으로 피웠는데 이제는 없고
그 뿌리를 차상으로 사용하면서 그 속에는 네팔에서 구한 지(gzl)와 염주등을 넣어두고 가끔 만지기 위해 덮어놓은 유리를 들어내면 침향(沈香)의 향기 울림(香聲)이 거실에 가득하다.
聞香得古趣 / 문향득고취
心淸聞妙香 / 심청문묘향
- 작자미상 -
향 소리 들으니(聞香) 고요함 (寂寂) 얻고
마음 맑으니 묘한 향 울림(香聲) 얻게(惺惺) 된다(무운 역)
첫댓글 향 냄새라........... 절 냄새 정도로 기억합니다. 뭐 억수로 좋아 하는 것은 아니고 싫어하지 않는 정도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소중한 글 늘 감사합니다~~~^^
오셨군요 요즘 유튜브가 대세라 어디든지 카페가 활성화되지 않는데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옛 선조들의 말씀을 빌리면 "향은 냄새를 콜 맞는다 하지 않고 소리의 울림이라 해서 향성(香聲 향기의 소리) 이라 한다지요
마치 소리(音)는 귀로 듣는데 절에서 눈으로 본다는 관(觀)자를 넣어서 관음보살이라고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