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남해에 분포하며 경기도의 덕적도 연해와 충청도, 전라도의 신도 연안에서 다산하는 민어는 이름처럼 옛부터 우리민족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어류로, 평소 삶에 짓눌려 부모를 봉양하지 못했던 사람은 제사상에라도 꼭 올려야 했을 정도였답니다. 7~9월에 산란기를 맞는 민어는 덕분에 진정한 한여름 복달임음식으로써 여겨지기도 하는데 물고기들 중 유달리 소화흡수가 빨라 어린이들 발육촉진, 노인 및 환자의 건강회복용으로 매우 인기가 많아 특히 복날 민어를 구하려면 kg에 5만원 이상이 나가기도 했답니다.
물론 최근 kg에 2만원 남짓한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8kg짜리 민어를 구경하게 됐으니 마지막 미칠것 같은 이 무더위에 마지막 보양식으로 즐겨주기위해 9명의 "A few good men"이 모였습니다. 우선 이 8kg짜리 민어를 깔끔히 해체하는 모습부터 구경해 보자구요.
묵직한 이놈을 한 팔의 힘으로 들어주기에도 쉽지 않겠습니다.
아가미를 걷어내 보니 지금껏 봐오지 못했던 특이한 아가미가 보입니다. 이 아가미만 살펴봐도 이 민어가 얼나마 튼실한지 알수있답니다. 민어를 고르는 방법으로는 눈이 투명하고 아가미가 붉으며 비늘이 상하지 않은 것이라야 합니다.
우선 민어의 비늘을 벗겨내는 것 부터가 필요하겠죠. 워낙 큰놈인지라 비늘 벗겨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배를 가르니 우선 보이는 것이 바로 알 주머니. 알이 꽉 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얗게 보이는 것이 바로 부레.
부레나 알 주머니를 간단히뜯어내기가 쉽지 않아 머리 안 쪽으로부터 가위로 잘 잘라준 후 부레부터 꺼낼 수 있었습니다. 꺼내자마자 부풀어 꽉 차 보였던 부레가 흐물흐물 해집니다. 이를 깨끗하게 흐르는 물에 씻어 반으로 가른 후 따로 접시 위에 보관해 놓습니다.
부레
나머지 내장과 푸짐하게 오른 알을 접시 위에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간이며 내장들을 깨끗하게 흐르는 물에 씻어 내어 그 마저도 접시 위에 담아 올리니 그 큰 접시가 꽉 차네요.
오른쪽부터 부레, 알, 내장과 간(작은 쓸개만 떼어내 버렸습니다)
내장과 알을 제거한 민어는 안을 깨끗이 씻어내 부위별로 잘라 각종 횟감으로, 민어전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그리고 튀김용으로, 그리고 매운탕용으로 준비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음식들이 만들어 지는 것이죠.
부위별로 썰어 놓은 민어회와 부레.
민어는 비타민, 아미노산, 타우린등의 영양이 풍부할 뿐 아니라 비린내가 거의 없고 담백하답니다. 약간 달달한 맛이 날 정도로 생선살이 단맛이 나고 부레는 그것만 먹기에는 식감의 특이함뿐, 별 맛은 느껴지지 않으나 이를 기름장에 찍어 드시면 특별한 고소함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겠습니다. 이 부레만 먹어줘도 민어 한마리 다 먹었다고 할 만큼 귀하니 부레를 꼭 챙겨 드실 수 있기를~
여기에 지느러미부분 튀김과 민어전을 만들어 내옵니다. 민어는 탕도 좋지만 뜨겁게 먹어주는 전맛이 최고. 바로 만들어지자마자 먹는 먼어전의 맛이야말로 그 풍부한 민어살을 즐겨주는 방법중의 하나.
얇고 바삭하게 튀겨 낸 지느러미 부위 역시 고소한 맛이 일품
그야말로 거대한 냄비 안에 준비 된 민어 지리탕입니다. 다른 양념없이 무우만 넣고 한 시간여 끓인 민어지리탕은 그야말로 보기에도 보양탕이라고 할만 합니다.
내장은 배제한 채 만들어진 지리탕 안에 알을 통째로 넣어줍니다. 알은 많이 끓여도 단단해지지 않고 부드럽습니다만 씹을때엔 그 세세한 알갱이가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국물만 마셔줘도 은근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며 팔의 근육엔 힘이 절로 들어가는 것만 같습니다...ㅎㅎㅎ
이번엔 내장을 듬뿍 넣어 끓여준 매운탕입니다. 지리탕은 좀 맑게 먹고 싶어 내장을 배제해 준것이구요, 매운탕은 내장까지 더하여 깊은 국물맛과 얼큰함을 느껴주려 하였습니다.
내장 때문에 더 깊은 맛을 내는 매운탕입니다. 칼칼함까지 하여 공기밥이 간절해지기도 합니다만, 보셨다시피 이미 배가 부를대로입니다.
소주 한잔 곁들인다면 더 바랄 것 없겠습니다.
민어로 이 정도 드시면 매우 훌륭히 먹었다고 말 할수 있는 것이겠죠? 9명이 행복에 겨웠던 "황제의 만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