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의 마지막인 대한(大寒)입니다. 글자의 뜻으로 보면 오늘이 추위의 절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추위의 막바지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소한에서 대한에 이르는 그 사이의 보름 동안이 추위의 절정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지요. 이제 오늘부터 다음 24절기의 첫째인 입춘(立春)까지는 추위의 강도가 계속 줄어들게 될 것으로 기대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봄이 왔다거나 온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추위에 대한 마지막 고비를 각자가 스스로 오히려 더 잘 단속하셔서 보온을 잘 유지하셔야 할 것입니다.
수목 소설은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계속 "전설3 [일루전ILLUSION]
제3부 건국과 단정 반대"를 게시하겠습니다. 노조 위원장들이 하룻밤 묵고 아침에 양수가 스스로 강사가 되어 강연을 했습니다. 오후에 강연할 강사를 위하여 용철이가 대구로 들어갔습니다. 양수는 청중들에게 노동가를 가르치며 함께 소리질러대다가 종내에는 청중들의 요청을 들어서 양수 자신의 전문 특기인 테너 가수로서 실력을 뽐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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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고요 최지훈 작 |
왜옥동네의 전설•3 |
일루전ILLUSION |
제3부건국과 단정 반대 (제34회) |
2. 단정 반대 준비-(26) |
대청마루의 앞뒤를 통하는 겨울바람을 맞으니 한데에 나아 앉은 것이나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강좌가 시작되었지만 강사나 청중이나 추위를 이겨낼 수 없어서 강의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 강연을 듣는 청중도 마루에서 버티지 못하고 마루 양 옆에 있는 방으로 쫓겨 들어가 여럿이 함께 이부자리를 덮어쓰고 잡담을 벌이고 있으니 강의는 맥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방에는 화로가 있어서 나무를 태운 숯불을 피우고 손을 녹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루에 버티고 앉아 있어주는 청중 여나믄 명을 상대로 양수는 열변을 토했다.
우리가 미군과 소련군에 의해서 나라 땅이 남북으로 나뉘어 있으나 이들이 물러가면 우리는 당연히 한 나라로 합쳐서 통일된 국가로서 자주 독립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힘주어 말했다. 그런데 미군정 지역이 된 삼팔 이남 우리 쪽에서는 어이없게도 통일 국가를 마다하고 반쪽 땅에 국가를 세우겠다고 나섰으니 이는 북쪽에도 저들끼리 따로 독립국가를 세우게 하는 빌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어찌되겠는가? 그것은 보나마나 한 민족끼리 총칼를 겨누고 싸울 수밖에 없는 남북 전쟁을 초래하게 되는 것은 불 보듯 환한 일이다. 그런 무지막지한 비극을 알고도 사서 한다면 이를 눈 뜨고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남에서 오는 오월에 실시하려는 총선은 절대로 할 수 없도록 막고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강연이 끝나자 휴식을 취하기로 하자 마루에서 버티던 이들도 네 개의 방으로 흩어져 쫓기듯 들어갔다. 그러니까 두 여자의 방으로도 남정네들이 염치불고하고 밀고 들어간 것이다.
양수는 무엇보다 난방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렀다. 오후에도 마루에서 강의가 진행되어야 할 테니까 방법을 찾아야했다.
그래서 집 안팎을 샅샅이 뒤지고 살폈다. 화로는 물론 난로로 대용할 수 있는 물건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창고든 부엌이든 헛간이든 돌아다니면서 들쑤셔보았다. 그렇게 쏘다닌 보람으로 집채 뒤쪽으로 낸 작은 문으로 나서자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쓰레기통으로 쓰고 있는 드럼통을 발견했다. 그것은 드럼통을 세로로 길게 절반으로 쪼갠 것이었는데 거기 집안에서 발생된 온갖 오물들을 버려서 담아놓고 있었다. 그는 그 통을 옆에서 발로 힘주어 밀어서 뒤집었다. 그것은 아래가 평평하지 않고 둥근 탓에 안정감이 없어서 쉽게 뒤집어진 것이었다. 쓰레기를 땅바닥에 쏟아버리고 빈 통을 집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것을 마루 위 한쪽 끝에 올려놓았다. 그곳은 바로 강사가 서서 강연을 해야 할 자리였다. 그러니까 정작 강연은 양수가 하던 쪽의 반대 쪽에서 해야 할 것이었다. 청중은 아까 앉았던 방향의 반대 쪽으로 돌아앉아야 할 것이다.
장작 서너 개피를 가져와 드 통 밑을 받쳐서 바닥에 닿지 않게 하면서 구르지 않도록 조치를 했다.
그리고는 그 안쪽 가운데에 모닥불 피울 듯이 장작을 잘게 쪼개어 포개어 불을 붙였다. 장작에 불이 피어 오르자 일시에 환호성이 터져나왔으나 연기가 온 집안을 뒤덮어 난리가 나버렸다. 비록 마루가 앞뒤로 트였으므로 통풍의 문제는 없어서 대부분의 연기는 바로 마당으로 빠져버렸으나 바람이 없으면 연기는 그대로 마루와 각 방으로 몰려들어가 사람들이 집안에서 버티게 하지 못했다.
-----01/20(목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