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연중 제19주일
제1독서
<엘리야는 음식으로 힘을 얻어 하느님의 산에 이르렀다.>
▥ 열왕기 상권의 말씀입니다. 19,4-8
그 무렵 엘리야는 4 하룻길을 걸어 광야로 나갔다. 그는 싸리나무 아래로 들어가 앉아서, 죽기를 간청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 이것으로 충분하니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저는 제 조상들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5 그러고 나서 엘리야는 싸리나무 아래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때에 천사가 나타나 그를 흔들면서, “일어나 먹어라.” 하고 말하였다. 6 엘리야가 깨어 보니, 뜨겁게 달군 돌에다 구운 빵과 물 한 병이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그는 먹고 마신 뒤에 다시 누웠다.
7 주님의 천사가 다시 그를 흔들면서,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하고 말하였다.
8 엘리야는 일어나서 먹고 마셨다. 그 음식으로 힘을 얻은 그는 밤낮으로 사십 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여러분도 그리스도처럼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4,30─5,2
형제 여러분, 30 하느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속량의 날을 위하여 성령의 인장을 받았습니다.
31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32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5,1 그러므로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2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41-51
그때에 41 예수님께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유다인들이 그분을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다. 42 그들이 말하였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우리가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떻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
4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너희끼리 수군거리지 마라. 44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 그리고 나에게 오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릴 것이다.
45 ‘그들은 모두 하느님께 가르침을 받을 것이다.’라고 예언서들에 기록되어 있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배운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온다. 46 그렇다고 하느님에게서 온 이 말고 누가 아버지를 보았다는 말은 아니다. 하느님에게서 온 이만 아버지를 보았다. 47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48 나는 생명의 빵이다. 49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도 죽었다. 50 그러나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51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생명의 빵 이야기입니다.
"엘리야는 일어나서 먹고 마셨다. 그 음식으로 힘을 얻은 그는 밤낮으로 사십 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다."(1열왕 19,8)
바알의 예언자들과 대결하여 그들을 몰살시킨 엘리야가 바알을 섬기는 왕비 이제벨의 살해 위협을 피해 도망을 칩니다. 허탈감과 두려움으로 죽기를 간청하며 잠이 든 그에게 주님께서 천사를 보내시어 빵과 물을 주셨지요. 엘리야는 그 음식을 먹고 힘을 내어 걷습니다.
엘리야가 걸은 사십 일은 우리가 걷는 이 세상의 순례 여정과 같습니다. 엘리야가 사십 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도착하였듯이 우리도 이 여정이 지나면 하느님의 거처에 이르러 그분과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니까요.
복음은 생명의 빵에 대한 예수님과 유다인들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유다인들이 그분을 두고 수근거리기 시작하였다."(요한 6,41)
예수님께서 당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라고 하시자 유다인들이 수근댑니다. 먼저 그들은 하늘에서 오셨다는 표현에 걸려 넘어졌지요. 그들은 그분의 태생과 가족 등 인간적인 배경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분의 말씀을 믿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은 그저 종교기득권층의 주류와 거리가 먼 나자렛 목수 출신일 뿐이니까요.
거기에다 "빵"이라는 표현은 또 어떻고요! 그들은 당신을 먹으라는 말씀에 극도의 불편함을 느낍니다. 사람이 자신의 살을 먹으라고 하다니, 문자대로만 해석하자면 도저히 이해가 불가한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하지만 예수님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반복해서 점층적으로 당신에 대해 밝히십니다. 예수님은 유다인들이 추앙하는 '모세'를 뛰어넘어 파스카를 완성하실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이스라엘 조상들을 광야에서 먹여 살린 '만나'의 실체를 당신 살로 완성하러 오신 분이십니다.
"주님을 찬미하여라, 주님은 기름진 밀로 너를 배불리신다."(영성체송)
시편 작가가 노래한 "기름진 밀"은 예수님께서 세상에 내어놓으신 당신의 살, 성체입니다. 이 은총의 양식은 지상의 순례 여정 중에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 주는 동시에 이후 하느님과 함께 누릴 영원한 생명을 보증합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성체를 모시는 이에게 삶의 지침을 제시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에페 4,2)
사랑 때문에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치신 예수님께서 성체로 이 세상에 남으시어 우리가 영원의 경계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영원에 들어가면 그때는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고 누리며 그분과 하나 될 것입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화답송)
말씀과 성체에 맛들일수록 우리는 주님께서 얼마나 좋으신지 깨달아갑니다. 또 주님의 좋으심을 알아갈수록 더욱더 말씀과 성체에 허기를 느끼며 갈망하게 되지요.
사랑하는 벗님!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는 말씀에서 더 크고 깊은 위로를 받는 나날 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성체는 고갈되지 않는 사랑입니다. 말씀도 그렇습니다. 성체와 말씀을 먹으며 나날이 사랑이 되어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