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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지봉 바로 아래 바위에서 조망, 오른쪽이 더렁산(?)
煙霞日輝는 안개에 비친 해는
錦繡를재폇는 비단 수를 펼친 듯이
엊그제검은들이 엊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有餘할샤 봄빛도 완연하다
功名도날끠우고 공명도 날 꺼리고
富貴도날끠우니 부귀도 날 꺼리니
淸風明月外예 청풍과 명월 외에
엇던벗이잇사올고 어떤 벗이 있을까
簞瓢陋巷에 단표누항에
흣튼혜음아니하네 허튼 생각 아니 하네
아모타百年行樂어이만한들엇지하리 아무튼 한평생 즐거움이 이만한들 어떠하리
ⓒ 한국고전번역원 | 김홍영 (역) | 1998
―― 불우헌 정극인(不憂軒 丁克仁, 1401~1481), 「상춘곡(賞春曲)」
▶ 산행일시 : 2022년 4월 16일(토), 맑음, 미세먼지 약간
▶ 산행인원 : 4명
▶ 산행시간 : 7시간 22분
▶ 산행거리 : 도상 11.8km(풍수원성당 가는 도로 2.1km 포함)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타고 홍천으로 가서, 택시 타고 삼마치터널 지나 상창고개로 감
▶ 올 때 : 풍수원성당에 들렀다가 풍수원에서 저녁 먹고, 풍수원에서 시외버스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40 - 동서울터미널, 홍천 가는 시외버스 출발
08 : 02 - 홍천터미널
08 : 30 - 상창고개, 산행시작
09 : 15 - △474.9m봉, 첫 휴식
10 : 20 - 651.0m봉
10 : 40 - △782.9m봉
11 : 50 ~ 12 : 25 - 금물산(今勿山, 775.5m), 점심
12 : 30 - 한강기맥 갈림길
12 : 50 - 780.6m봉
13 : 09 - 757.5m봉, 전망바위
13 : 45 - 782.7m봉
14 : 00 - 성지봉(聖地峰, 성재봉, △787.4m)
14 : 27 - 헬기장
14 : 36 - 703.3m봉
15 : 22 - 유현리 덕갈맥이 입구 도로
15 : 52 ~ 18 : 30 - 풍수원, 풍수원성당, 산행종료, 저녁
20 : 28 - 동서울터미널, 해산
2-1. 산행지도(한강기맥 상창고개,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홍천 1/25,000)
2-2. 산행지도(금물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홍천 1/25,000)
2-3. 산행지도(성지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홍천 1/25,000)
▶ 금물산(今勿山, 775.5m)
홍천 가는 버스(28인승 우등버스다)도 고속도로도 만원이다. 상춘의 계절이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는 구리암사
대교를 건널 때부터 버벅대기 시작하더니 서울양양고속도로 남양주 톨게이트를 힘들게 통과한다. 이래서는 조
바심이 나 차창 밖의 춘산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설악IC를 지나자 지체가 풀린다.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
홍천에서 08시에 출발하여 상창고개(上蒼--)로 가는 버스를 타기는 이미 글렀다. 홍천에 예상시간인 07시 40분
을 훨씬 넘긴 08시 02분에 도착한다. 택시 탄다.
예전에 한강기맥의 이 구간을 갔던 기억이 까맣게 사라졌다. 우리는 금물산을 이번에는 제법 야심차게 오른다
고 그 북동쪽의 도상 6.2km나 되는 장릉을 계획했고, 아마 우리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미답이리라는 지극히 순
진한 생각을 했다. 이 봄날 우리 길을 우리만 간다는 게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그런데 상창고개(이 이름도
낯설다) 고갯마루에서 택시에 내리고 보니 지자체에서 설치한 한강기맥 이정표와 그 종주꾼들의 산행표지기가
다투어 금물산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래서는 재미가 적다.
미지의 길처럼 간다. 기껏 한 피치 숨차게 올랐다가 내리니 아까 상창고개에서 따로 방향을 틀었던 임도와 만
나는 안부다. 그때서야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는 돌고 도는 임도를 일로직등으로 꿰어 관통해야 한다.
임도마다 그 절개지는 절벽이다. 좀 더 느슨한 오르막을 찾으면 으레 먼저 온 이정표가 안내한다. 산모퉁이 도
는 전망 트인 임도에서는 고개 들어 주변을 살핀다. 오음산이 이 근방 맹주로 준봉이다.
그 옆으로 한참 떨어진 둥그스름한 봉우리는 아마 까끈봉일 것. 멀리 용문봉을 보려고 눈에 부쩍 힘을 주어야
하니, 이른 아침 서울을 떠나올 때 그 맑던 날이 어느새 미세먼지가 끼었다. △474.9m봉을 왼쪽 우회하는 길이
있어 무심히 따랐다가 지나친 줄을 알고 뒤돌아 들른다. 야산 야성의 잡목 숲 뚫는다. 특히 산초나무가 떼로 엄
호하는 △474.9m봉이다. 허벅지며 팔뚝에 난자당하여 따끔한 피 본다. 삼각점은 오래되어 ╋자 방위표시만 보
인다.
메아리 님이 깊은 사면을 누비는 발품으로 조제한 덕순이 향도(香道)를 즐긴다. 횡성이 명품으로 자랑하는 덕순
이 향도다. 잊을만하면 임도와 만난다. 여태의 잦았던 오르내리막은 몸 풀기였다. 절개지 높은 절벽을 왼쪽 산
모롱이로 돌아 오른다. 핸드레일이 있으나 지주목과 밧줄이 너무 오래되어 삭았고 더러 부서졌다. 덩달아 등로
도 그만큼 낡았다. 651.0m봉을 준봉처럼 올랐다가 내리며 잠시 숨 고르고 나서 곧추선 첨봉인 △782.9m봉을
두 피치로 오른다. 땀난다.
쉬운 산은 없는 법. 불후헌 정극인이 이런 봄날 그랬듯이 진달래를 붙들고 산봉우리를 오른다. 시절이 봄인 줄
아는 건 오로지 진달래와 걸음걸음을 함께 해서다.
武陵이갓갑도다 무릉이 가깝도다
져뫼이긘거인고 저 들이 그곳인가
松間細路에 소나무 사이 작은 길에
杜鵑花를부치들고 두견화를 붙들고
峰頭에급피올나 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릅소긔안자보니 구름 속에 앉아 보니
千村萬落이 수많은 마을들이
곳곳이버러잇네 곳곳에 벌여 있네
한편, 누군가에는 상춘이 ‘賞春’이 아니라 ‘傷春’이다. 당나라 때 여류시인인 설도(薛濤, 770?~830?)의 「춘망사
(春望詞)」는 기실 ‘傷春曲’이 아닐까? 다음은 그 4수 중 제4수다. 당대 천재라고 이름이 높았던 안서 김억(岸曙
金億, 1896~?)이 번역하고 ‘봄바람’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원문보다 더 절절한 번역이다.
那堪花滿枝 가지마다 가득이 피인 꽃송이
翻作兩相思 이 상사 풀길 없어 쉬는 긴 한숨
玉箸垂朝鏡 거울 속에 비최인 세인 이 머리
春風知不知 휘도는 봄바람아 어이 알으리
3. 홍천 가는 버스의 차창 밖으로 바라본 산자락 배밭
4. 배꽃, 풍수원 마을에서 찍었음
5. 홍천 가는 버스의 차창 밖으로 바라본 곡달산 주변
6. 금물산 가는 도중 뒤돌아본 오음산(가운데)
7. 까끈봉
8. 남산제비꽃
9. 남산제비꽃
10. 오른쪽이 갈기산, 멀리 가운데는 용문산
이런 안서 김억이고 보니 그에게는 봄은 상춘(賞春)의 아니라, 상춘(傷春)의 계절이었다. 그의 시 ‘봄은 간다’는
설도의 ‘춘망사’를 보는 느낌이다.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닲은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음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눈 못 뜨게 땀을 쏟아 △782.9m봉이다. 삼각점은 ‘홍천 460, 1988 재설’이다. 당분간은 릿지 닮은 등로를 간다.
좌우사면은 깊은 절벽이고 등로는 잡목 숲 헤치는 바윗길이다. 그러다 △782.9m봉을 내릴 때도 오를 때와는
정반대로 가파른 두 피치로 내린다. 이제는 안부마다 오른쪽 지능선마다 유치리를 오가는 갈림길이 나 있다. 완
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약간 서늘한 봄바람에 이마의 땀을 식히며 고도를 점차 높인다.
옆구리봉인 소나무 무성한 781.1m봉은 들르지 않는다. 한바탕 가쁜 숨 내쉬면 금물산 정상이다. 북쪽으로 조망
이 썩 좋다. 갈기산과 그 왼쪽 멀리 용문산이 반갑다. 금물산이 명산이다. 주변 나뭇가지에 걸린 산행표지기가
무려 59개나 된다. 또한 성지지맥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성지지맥은 여기서 서남쪽의 성지봉(787.4m)을
주봉으로 삼각산(538.3m)과 성주봉(344.5m), 뚜갈봉(218.7m), 자산(245.6m) 등을 지나 섬강이 남한강과 만나는
여주 강천리까지 이어지는 도상거리 55.9km인 산줄기이다.
금물산 정상에서 점심자리 편다. 공터에 양광이 가득하나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약간 서늘하다. 라면의 계절
은 지났다. 된장만 가져와도 한 반찬이 되는 계절이고 두견주(탁주에 진달래 꽃잎 띄운)가 한층 맛 나는 계절
이다.
▶ 성지봉(聖地峰, △787.4m)
금물산 정상에서 잠깐 내려다가 오르면(0.15km 거리다) 한강기맥은 북진한다. 멀리 갈기산이 긴 슬랩으로 빛난
다. 우리는 직진한다. 앞으로 성지봉까지 거리는 1.7km에 불과하지만 고도 750m가 넘는 첨봉을 3좌나 넘어야
한다. 또한 그 봉들을 오르고 내리는 굴곡이 꽤 심하다. 우리가 향도(香道)를 한껏 즐기곤 하는 구간이기도 하
다. 예전과는 다르게 훨씬 더 많은 발품을 팔아야 되었지만.
조망 트이지 않는 하늘 가린 숲속길이라고 아쉬워하기에는 이르다. 도중의 757.5m봉을 조금 내린 전망바위가
빼어난 경점이다. 성지지맥의 뭇 산들은 물론 청운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올망졸망한 산들을 일람할 수 있다.
이다음 782.7m봉은 Y자 능선이 분기한다. 왼쪽(남동쪽)은 인적이 뜸하지만 제법 우뚝한 봉봉을 넘어 솔고개로
간다. 성지지맥 가는 길은 잘났다. 바윗길 슬랩 한 피치 올랐다가 뚝 떨어지고, 수직사면을 오른다.
11. 갈기산
12. 금물산 지난 757.5m봉 아래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400~500m대 이름 모를 산들
13. 멀리 오른쪽은 용문산
14. 골짜기에는 춘색이 완연하다
15. 노랑제비꽃, 산행 내내 노랑제비꽃과 함께 갔다
16. 성지봉 바로 아래 바위에서 조망, 왼쪽이 더렁산
17. 성지봉 바로 아래 바위에서 조망
18. 성지봉 아래 바위에 핀 진달래
19. 골프장은 동원썬밸리컨트리클럽
발자국계단을 나무뿌리와 돌부리 움켜쥐고 오른다.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값을 톡톡히 한다. 성지봉. 정상은 군
부대 벙커 위다. 삼각점은 ‘홍천 24, 1988 재설’이다. 이 산이 성지봉(聖地峰)인 것은 1801년(순조 원년)의 신유
박해와 1866년(고종 3년) 병인양요, 1871년(고종 8년) 신미양요 등으로 엄혹하게 탄압받았던 천주교 신도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었기 때문이다. 신유박해 이후 40여 명의 신자들이 피난처를 찾아 정착한 곳이 우리나라 최초
의 천주교 교우촌인 풍수원이라고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서 병기한 ‘성재봉’이나 여러 지도에서 표기한 ‘성재봉’은 예로부터 많은 인재가 배
출되었다는 도원리 성재동(聖才洞, 승지골)의 지명에서 유래했을 가능성도 있다. 성지봉 정상은 사방에 키 큰
나무숲이 가려 아무런 조망이 없다. 성지지맥과 함께 남진한다. 성지지맥은 0.3km 아래 770m봉에서 오른쪽(서
쪽)으로 갈 것이다. 성지봉 정상 바로 아래 등로를 살짝 비켜 되똑한 바위가 있기에 거기에 오르면 조망이 썩
좋을 것 같아 들른다.
그랬다.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오르는 바위는 서너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진달래가 이제 피기 시작하는 오늘 산행
중 최고의 경점이다. 아마 성지지맥 전 구간을 통틀어서도 그런 경점이 아닐까 한다. 상춘(賞春)하기 적지다.
770m봉에서 성지지맥을 오른쪽(서쪽)으로 보내고 한 차례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703.3m봉을 느긋이 오른다.
703.3m봉은 발가벗은 봉분의 무덤이 자리 잡고 있다. 하필이면 703.3m봉을 내릴 때 풍수원성당이 성지봉 아래
에 있다는 생각이 났다.
때 이른 하산이라 풍수원성당을 들르자는 데 일행 모두가 동의하고, 유현교 쪽의 잘난 등로를 버리고 풍수원이
가까운 오른쪽 지능선을 내린다. 우리의 길이다. 좀 더 일찍 풍수원성당이 생각났더라면 성지지맥을 따라 덕갈
고개 넘고 550.5m봉에서 남진하였을 텐데 아쉽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수북한 낙엽이 되게 미끄럽다. 본의 아
니게 주저앉기 여러 번이다. 가시덤불 헤쳐 농로에 내려서고 덕갈맥이 입구인 대로다.
풍수원까지 대로 2.1km를 걷는다. 주변의 봄날을 구경하니 대로 걷는 게 그리 팍팍하지는 않다. 이곳은 벚꽃과
목련이 한창이다. 여러 목장을 지나며 퀴퀴한 축사 냄새에 익숙해질 무렵 풍수원 마을에 들어선다. 고샅길 올라
성당이다. 한적하다. 이 풍수원성당은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지어진 성당이자 강원도에 세워진 최초의 성당이
고, 한국인 신부(정규하, 1893∼1943)가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이라고 한다. 마당가 거목의 느티나무 두 그
루가 고색의 성당을 더욱 중후하게 한다.
어떻게 서울을 갈까? 횡성 택시를 부르려고 하다 성당 관계자에게 이곳 차편을 물어보니 게시판에 버스운행시
각표를 붙여놓았다고 한다. ‘횡성 18 : 00, 풍수원 18 : 20, 동서울 19 : 50’이다. 양평은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이곳에서 저녁 먹고 버스를 타면 되겠다. 음식점은 대로변에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휴일이고, 길 건너 펜션 겸
한 한 곳은 영업 중이다. 닭도리탕 주문한다. 우리가 가는 음식점은 이렇듯 항상 맛집이다. 덕순주 가득 채운 잔
높이 치켜들어 오늘도 무사산행을 자축하며 건배한다.
20. 알록제비꽃
21. 알록제비꽃
22. 산벚꽃
23. 산괴불주머니
24. 벚꽃
25. 목련
26. 풍수원성당에서
27. 풍수원성당 성체광장 앞 소나무 숲
28. 꽃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