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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한 멜로디가 주는 매력
슈베르트 음반 발매한 허승연
현재 스위스 취리히 뮤직 콘서바토리의 종신학장으로 재직하며 교육 및 행정, 연주자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허승연.
유럽을 중심으로 독주 및 실내악 무대에서 빈틈없는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많은 감동의 무대를 선사하고 있는 그녀는,
지난 2월에는 한국에서 허트리오의 첫 번째 음반 〈하이든 & 쇼스타코비치〉 발매 기념 콘서트도 개최하는 등
그 어느 누구보다도 알차고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특히 무대에서 때로는 적극적인 표현들을 가르쳐주는 배우처럼, 때로는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언니처럼 카멜레온과 같은 매력을 지닌 허승연의 음악은
세상의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너그러움과 따스함을 지니고 있기에 더욱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개인 연주활동을 하며 학교 일을 병행한다는 것이 많은 에너지와 의지를 필요로 하는 만큼 운동도 꾸준히 하고 건강관리에도 신경쓰고 있다는 그녀는,
교육자로서 학생들 지도에도 열정을 갖고 후학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그녀가 슈베르트 음반을 발매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소나타 c단조, D958〉와 〈소나타 B♭장조, D960〉이 수록되어 있는 이번 음반은 2013년 12월,
허트리오의 음반을 녹음했던 장소와 똑같은, 독일 국경 마을 Lottstetten에 위치한 아쿠스티카 스튜디오(ACUSTICA Stuio)에서 이루어졌다. 이 녹음실은 헛간을 개조한 곳으로,
벽과 천장에는 다양한 무늬들이 즐비한데, 이 모든 것들은 단순히 모양을 위한 것이 아닌, 음향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최상의 음향과 울림을 위해 재 설계된 곳이다.
“슈베르트 음악은 도시에 위치한 스튜디오보다는 시골 장소가 더 맞는 것 같아요. 이번 녹음 때 제가 선택한 피아노는 현대에 만들어진 스타인웨이가 아닌,
1970년도 제품이었어요. 많은 인생의 경험을 한 사람과 같이 아주 독특한 캐릭터의 피아노였죠. 그래서 다루기가 아주 힘들었고,
특히 조율사가 너무 고생을 했어요. 3일 동안 새벽 4시부터 와서 피아노를 봐 주었어야 했고, 항상 제 옆에서 대기를 하곤 하셨죠.”
그렇다면 그녀가 많은 슈베르트의 소나타 중에서 앞의 두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에 녹음한 두 곡 모두 작곡가가 사망한 해에 작곡된 곡이에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들을 연주하면 연주자나 관객들이 겸손해지고 음악이 주는 인생의 의미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슈베르트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만의 신비한 화성변화, 가곡의 느낌을 주는 멜로디 등
그의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뚫고 들어오는 듯한 매력이 있어요. 이번 두 작품을 연주하고 녹음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슈베르트와 친했던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읽게 되어 좋았고요. 제가 워낙 철학적인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지 이 곡들을 녹음해보는 것이 제 꿈이기도 했어요.”
평소 슈베르트 음악에 대해 영롱한 멜로디가 주는 굉장한 힘이 있다고 생각해왔던 허승연은, 항상 물음표가 있는 듯한 프레이징,
또 많은 작가의 시를 읽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한 점들을 슈베르트만의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허승연은 독일 아르스무지치 전속 아티스트로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녹음을 했으며, 1∼4집과 다섯 장의 박스 음반은 지난 2002년에 출시됐다.
또한 독일 라디오 DLF와 아르스무지치 합작으로 2005년에는 리스트 〈순례의 해〉를 녹음, 2006년 1월 유럽과 한국에서 이 음반을 출시했던 그녀는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국내외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얼마 전 독일의 한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를 연주했었어요. 녹음 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 것 같은데,
연습을 하면서 제가 모차르트의 언어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음악의 흐름이라고 할까요. 물론 그동안 다른 음악을 연주하면서,
또 인생을 경험하면서 나름 많이 성숙해졌겠지만, 제가 연주를 통해 느끼게 되니 더 행복하고 뿌듯하더라고요.
많은 음악인들이 제 삶의 기쁨과 고난을 담은 이번 음반을 잘 들어주셨으면 해요.”
이번 시즌 스위스 취리히 톤 할레에서의 연주회가 계획되어 있는 허승연은,
그밖에도 챔버뮤직 등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내년 프로젝트들을 준비하고 있다.
글|최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