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녀를 키우는 엄마 마음은 모두 같을 텐데…
강남에서 딸을 키우는 초보 엄마의 고민과 배움
모든 엄마가 딸을 키우는 마음은 같을 것입니다. 저 역시 사랑하는 딸을 키우며 많은 고민과 염려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딸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벅찬 순간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작고 여린 생명이 제 품에 안겨 있을 때, 그 사랑스러움에 눈물이 날 만큼 가슴이 벅차오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딸을 임신한 그날부터 제게 주어진 새로운 이름은 바로 ‘엄마’였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그 이름의 무게는 가벼운 듯하면서도, 매 순간 저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강남 대치동, 대한민국 사교육의 중심이라 불리는 곳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참으로 치열하고 때로는 고단한 여정이었습니다. 경쟁과 성취가 마치 당연한 듯 요구되는 이곳에서, 딸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한 날이 많았습니다. 때로는 아이보다 제가 더 초조하고, 혹여 아이가 뒤처지지는 않을까 염려했던 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딸은 무심하게도 맑은 눈빛으로 제게 웃어주었고, 그 웃음은 언제나 저를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보다 더 빠르게 현실에 적응해가는 딸을 보면서, 또 때때로 날카로워지는 딸을 보면서, 그 변화가 당연한 현상인지, 아니면 특별한 현상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기도 했습니다. 딸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들이 우리의 관계에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 되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엄마로서의 길은 끝나지 않았으며, 이제 정말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초보 엄마로서 삶은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저와 다르게 사교육 홍보의 선전장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주변 환경에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자기 방식대로 자녀를 키우는 엄마도 물론 있습니다. 일부는 그 방식을 후회하기도 하고, 일부는 아직도 자신만의 소신을 지켜 나가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누구의 방식이 맞는지 여부보다는 우리 딸이 현재 행복한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러면서도 주변의 영향에 흔들리는 저 자신을 봅니다.
그럼에도 아이와 함께한 지난 시간은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이자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공부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함 속에서도, 한 번씩 손을 꼭 잡고 산책하던 조용한 저녁의 순간들이 생각납니다. 성적보다 더 소중했던 딸과의 대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서 “엄마, 나 이거 할 수 있어!”라고 자신 있게 외치던 그 목소리, 그 모든 순간이 하나하나 모여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저는 딸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걷는 길이 비록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 길 위에서 더 많은 사랑과 배움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우리는 작은 기쁨을 느끼고, 슬픔 속에서는 서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이 글은 딸과 함께한 지난 10년간의 임신부터 출산, 성장 과정의 기록입니다. 작지만 소중했던 성취, 시행착오와 실패 속에서도 후회와 함께 웃으며 다시 일어섰던 우리 모녀의 이야기입니다. 또 이 책은 초보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한 시간을 담은 일기이자, 제가 배우고 느낀 삶의 소중한 가르침들에 대한 고백입니다. 때로는 힘들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기적 같았던 날들이 많았기에 이 기록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수학 같은 세계가 아닌 인생에 확실한 정답은 없겠지만, 정답을 찾아 헤매는 과정은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지침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반면교사로 남겠지만, 엄마의 사랑만은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딸이 어느 정도 컸을 때,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어떻게 커왔으며, 그때 엄마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알게 됨으로써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심하는 자신감과 동기부여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얼마나 딸을 사랑했는지 떠올리는 한 장의 추억 사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비 산모 혹은 현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어떤 선택과 희망이 있는지 공유하고, 작은 위로와 공감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과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사랑과 배움이 여러분과 자녀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 책의 목차>
하나, 태동 – 우주의 시작
둘, 나무의 탄생, 생명의 신비
셋, 쉿! 하라야, 네 동생을 가졌어
넷, 하라의 좌충우돌 성장기
다섯, 꿈결 같은 대화
여섯, 아이를 키운다는 건 기쁨이자, 경이로운 축복이다
<이 책 본문 中에서>
아가에게
아가, 너를 품에 안고 작은 숨결 느낄 때마다
내 마음은 파도처럼 출렁인단다.
네 작은 손가락, 살짝 쥐고
잠든 모습 바라볼 때마다
내 세상은 온통 너로 물들어.
조용히 눈 감고 꿈꾸는 너를 보며
난 다시 태어난 듯 새로워지는구나.
아가야, 너는 나의 빛, 나의 세상
너의 울음소리, 작은 몸짓 하나에도
내 마음은 매일 사랑으로 가득하고,
네가 있어 엄마는 완전해져.
나무야, 엄마는 언제나 너를 사랑해.
<추천사>
요즘 엄마들은 각종 육아서에서 정보를 얻어 똑 부러지게 아이들을 양육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아이들은 마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처럼 사랑을 갈망하고, 정서적으로 지독한 빈곤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는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에 있어서 육아서에서 나온 이론과 실제는 현실과 다를 점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책의 저자는 강남에서 딸을 키우는 초보 엄마로서 아이의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육아의 과정을 진솔하게 에세이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너를 사랑해. 너는 소중한 존재야’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이가 원하는 사랑 표현법이란 걸, 그리고 그 기본에는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사랑의 기본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현명한 엄마가 되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책과 함께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세상을 바라보고, 각자의 개성에 맞도록, 그리고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기다려보며 오늘도 엄마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을 향해 한 발 더 뻗어보자. 아이의 공부도 챙겨야 하고, 주말마다 취미활동도 함께해야 하고,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이의 재능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소질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더 똑똑한 아이, 키가 더 큰 아이, 다른 아이보다 빨리 걷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많은 행동이 오히려 아이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잘한다. 예쁘다. 귀하다’를 심으면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사람이 되지만 ‘못한다. 밉다’를 심으면 자신감도 없고, 매사에 되는 일이 없는 아이가 된다. 그래서 엄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실수하고 넘어진 아이를 평가하고 질책하는 존재가 아니라 품어주고, 위로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존재가 엄마인 것이다. 저자는 내 뜻대로 키워보고자 하는 마음에 아이에 대한 존중과 아이가 살고자 하는 삶에 대한 자율성의 존중을 덮어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자식은 잘 키우려고 낳는 게 아니라, 사랑하려고 낳는 것임을 이 책에서 전하고 있다.
(이화정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76쪽 / 국판형(148*210mm) / 값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