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가운데 중간은 불곡산, 맨 왼쪽 뒤는 마차산, 그 오른쪽은 소요산이다
毘盧峰 올라서니
世上萬事 우스워라
山海萬里를
一眸에 넣었으니
그 따위 萬國都城이
蟻垤에나 비하리요
金剛山 1萬 2千峰
발 아래로 굽어보고
滄海의 푸른 물에
하늘 닿는 곳 찾노라니
淸風이 白雲을 몰아
귓가으로 지나더라.
―― 춘원 이광수(春園 李光洙, 1892∼1950), ‘「金剛山紀行」 서’에서
* 毘盧峰을 백운대로 바꾸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 산행일시 : 2022년 10월 2일(일), 흐림, 빗방울 떨어짐
▶ 산행코스 : 밤골공원지킴터,밤골계곡,사기막봉,망운대,숨은벽능선,백운대,백운산장,영봉,육모정고개,상장능선
왕관봉,상장봉,노고산동원훈련장 버스승강장
▶ 산행시간 : 7시간 34분
▶ 산행거리 : 도상 12.0km
▶ 갈 때 : 구파발역 버스승강장에서 704번 버스 타고 효자2동으로 감
▶ 올 때 : 노고산동원훈련장 버스승강장에서 34번 버스 타고 구파발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7 : 02 - 효자2동 버스승강장, 산행시작
07 : 15 - 밤골공원지킴터
07 : 44 - 밤골계곡 Y자 갈림길, 왼쪽으로 감
07 : 55 - 사기막능선 안부
08 : 22 - 마당바위
08 : 27 - 사기막봉(555m)
08 : 36 - 망운대(望雲臺, 영장봉, 548m)
09 : 02 - 숨은벽능선 초소
09 : 32 - 안부
09 : 50 - 백운대(836.5m)
10 : 20 - 백운산장
11 : 08 - 영봉(靈峰, 604m)
11 : 42 - 육모정고개
12 : 03 - 상장능선 왕관봉(520.3m)
12 : 37 - 550m봉, ┣자 한북정맥 갈림길
12 : 57 - 565m봉, 점심( ~ 13 : 18)
13 : 36 - 상장봉(上將峰, 513.3m)
14 : 36 - 노고산동원훈련장 버스승강장, 산행종료
15 : 09 - 구파발역
2. 상장봉에서 바라본 인수봉과 백운대
인수릿지와 숨은벽능선이 그야말로 나이프 릿지다.
3. 상장능선 왕관봉
저 북릉을 내려왔다. 10m짜리 슬링을 두 번 걸었다.
▶ 사기막봉(555m), 망운대(望雲臺, 영장봉, 548m)
북한산은 먼 데 나들이산행으로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서 찾아가도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푸근하다. 탕아가 언제 찾아오더라도 스스럼없이 반겨주는 북한산이다. 내가 그간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자책
감이 든다. 김장호가 『韓國名山記』 ‘북한산’ 편에서 스승에게 망발을 저지른다고 쓴 시 끝부분이 바로 내 심정
이기도 하다.
도시 어디를 헤매다가 이제 오느냐고
그제사 눈을 비비는 나를 끌어안고
소리치는 산이 있었다.
북한산.
오늘은 인수봉의 뒷모습이 또 보고 싶어졌다. 인수봉의 뒷모습을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보기로는 암봉인 망운
대(영장봉)가 최적지이고, 멀리서는 사기막골 건너편 상장능선이 숨은벽능선과 백운대를 배경한 그 뒷모습을
보기에 아주 좋다. 상장능선은 초행이 아니지만 인수봉을 작정하고 보려고 하기에는 초행이다. 그런데 그 두 곳
이 모두 비지정탐방로라는 게 마음 한 구석이 약간 찜찜하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는 캄캄하여 몰랐기도 했지만 구파발역에서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고, 오가는 사람들은
우산을 받쳤다. 산중 가을비 맞는 정취도 그만일 것. 비 온다고 전혀 개의치 않는다. 우장을 갖추지 않아 조금은
불편하리라. 밤골로 간다. 34번 버스와 704번 버스가 밤골 들머리인 효자2동을 경유한다. 효자2동 버스승강장
에 내려 100m쯤 가면 굿당인 국사당 표지판이 안내한다. 밤골이 과연 밤골이다. 대로 옆 산자락에 밤나무가
많다.
알밤이 후드득 떨어진다. 그러나 그 유혹을 모른 체한다. 언젠가 밤귀신에 홀려 식겁한 적이 있어서다. 남한산
에서였다. 저녁 무렵 아내와 함께 남한산 불당리 자락을 내리는데 등로에 알밤이 널렸다. 이런 횡재가 다 있나
하고 알밤을 줍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알밤 따라 점점 산속 깊이 들어갔다. 허리 펼 틈도 없었다. 어느덧
알밤을 담은 자루가 묵직해짐을 느끼고 허리를 폈다. 주위는 이미 캄캄한 밤이었다. 밤중에 산을 더듬어 내리느
라 무진 고생을 했다.
밤골공원지킴터. 밤골계곡을 가운데에 둔 Y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계곡을 무지개다리로 건너 사기막능선을 타
고 백운대로 가고, 오른쪽은 밤골계곡 폭포골을 가다 사기막봉 오르기 전인 342.8m봉을 내린 안부에 붙는다.
오른쪽 밤골계곡으로 간다. 밤골계곡은 먼지 나게 바싹 말랐다. 마른 계류를 징검다리가 아닌 너덜로 건너기를
반복한다. 가파른 데크계단 오르막이 나오고 밤골계곡의 하이라이트인 옥계반석 폭포골이다. 폭포도 말랐다.
폭포지대 지나면 다시 계곡(출입금지 표지를 단 금줄을 둘렀다)을 가운데 둔 Y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사기막능
선을 곧바로 오르고, 오른쪽은 사기막봉 내린 안부에서 만난다. 망운대를 가려면 왼쪽이 낫다. 왼쪽으로 간다.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돌길을 오른다. 그러기 0.2km, 숨이 가빠질 무렵 사기막능선 342.8m봉을 내린 안부다.
대슬랩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전에 못 보던 데크계단을 오른다. 슬랩 만지는 손맛 보던 곳인데 그새 빼앗기고
말았다.
비로소 하늘이 트이고 비 오는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생각지도 못한 가경이 펼쳐진다. 노고산 너머는 망망대
해고 그 끄트머리 계양산은 고도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상장능선 너머는 다도해다. 갑자기 욕심이 생긴다.
여기가 이럴 진데 망운대에서 보는 경치는 어떨까, 백운대는? 발걸음이 바빠진다. 마당바위 아래 전망 좋은 암
반에 일단의 등산객들이 휴식하고 있다. 구파발역에서 나보다 한 발 앞선 버스를 타고 왔다. 먼저 건넨 수인사
의 효과다. 그들 산행대장님이 호주 초콜릿이라며 맛보시라고 권한다.
슬랩 왼쪽을 도는 데크계단 지나고 돌계단 한 피치 오르면 너른 암반인 마당바위다. 경점이다. 전면을 두른
인수릿지, 숨은벽능선, 파랑새능선, 장군봉, 백운대가 그만 숨죽이게 하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운해
의 서해와 북해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발걸음 서둔다. 사기막봉 오르는 한 차례 슬랩도 핸드레일을 설치
하였다. 사기막봉. 사방 키 큰 나무숲 둘러 아무 조망이 없다. 망운대 0.15km. 등로 벗어나 목책 얼른 넘는다.
반침니 살금살금 내리고 소나무 숲길 지나 슬랩 밑자락을 돈다. 예전에 여기를 직등하려다 혼쭐이 났다. 완만한
슬랩을 오르면 망운대 너른 암반이다. 서쪽으로 북쪽으로 운해를 바라본다. 이래서 망운대(望雲臺)다. 남동쪽
인수봉은 어떠한가. 흔히 보던 인수봉과는 다른 모습이다. 외유내강을 본다. 인수릿지 그 장대한 모습에 저절로
숨이 가빠지고 손바닥에 땀이 괸다. 눈으로 오른다. 이러다 내 꿈자리가 사납지 않을까 걱정된다.
4. 앞은 원효봉, 오른쪽 멀리는 계양산
5. 망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6. 백운대 서릉, 파랑새능선 장군봉
7. 앞은 상장능선, 왼쪽이 상장봉, 멀리 왼쪽은 마차산
멀리서는 한낱 바위로 보이지만 가서 보면 대단히 웅장한 암릉 암봉이다.
8. 인수릿지(부분)
바라만 보아도 손바닥에 땀이 찬다.
9. 숨은벽능선에서 바라보는 서쪽은 다도해다
10. 앞은 망우산에서 아차산, 용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 뒤는 예봉산
11. 앞 오른쪽은 불암산, 그 너머 너머는 천마산
12. 수락산, 그 뒤는 주금산, 그 뒤는 서리산과 축령산
13. 멀리 가운데는 용문산, 왼쪽 멀리는 봉미산
14. 가운데 중간은 수락산
15. 앞은 노고산
▶ 백운대(836.5m), 영봉(靈峰, 604m)
어질해진 눈으로 망운대를 내린다. 반침니를 오르지 않고 사기막봉 왼쪽 사면을 돌아 목책 넘어 주릉에 든다.
숨은벽능선을 잠깐 맛본다. 걸음걸음이 전후좌우 여태껏 보지 못한 경점이다. 빗방울이 흩뿌리는데도 그렇다.
바람이 일어 엉거주춤한 사족보행이다. 긴다. 핸드레일 붙잡고 초소 오른쪽 슬랩을 내려 계곡이다. 암릉 닮은
굵은 바윗길 오르막이다. 내게 호주 초콜릿을 준 일행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른다. 서로 말을 건넬 만
큼 친해졌다. 그들은 망운대를 가지 않았다.
대동샘은 마르지 않았다. 하늘이 살짝 열린 너덜 계곡 길이다. 고개 뒤로 젖혀 올려다보면 숨은벽능선이 오버행
으로 보인다. 낙석주의 구간이다. 돌덩이가 떨어져 맞기라도 하면 뼈도 추리지 못할 것 같다. 여차하면 이리
피할까 저리 피할까 둘러본다. 헉헉대며 잰걸음 한다. 자연석 돌계단 오르고 데크계단이다. 그 끝이 고갯마루
다. 오른쪽은 슬랩 올라 호랑이굴 지나면 백운대가 가깝다. 그 슬랩이 어째 예전보다 더 가팔라 보인다. 미련
없이 지정등로 따른다.
괜히 고개 들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 보이는 전경은 근래 보지 못한 가경이다. 바쁘다. 줄달음하여 백운대
오르는 성곽 길에 든다. 길게 줄서서 오른다. 암벽 모퉁이 돌고 그 줄 벗어나 슬랩 기어오른다. 빗방울은 그쳤지
만 바람이 제법 세게 분다. 백운대에 오른 사람 모두 합창하여 탄성한다. ‘산 첩첩 물 겹겹 아름답다 내 나라
여’는 노산이 여기를 보고 읊은 시라고 해도 무방하다. 서울 그 속세는 운무에 가렸고, 용문산에 이르는, 관악산
에 이르는, 종현산, 국사봉 왕방산에 이르는 경치는 턱뼈 어긋나게 입을 벌리게 한다.
나는 전에 태조 이성계가 잠저(潛邸, 임금이 되기 전의 시기. 또는 그 시기에 살던 집)에 있을 때 지었다는 시를
보고, 실제 이 백운대를 올랐을까 의문을 품었는데, 오늘 와서 보니 괜한 의문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태조는 올랐다.
引手攀蘿上碧峰 넝쿨 움켜쥐며 푸른 봉우리에 오르니
一菴高臥白雲中 흰 구름 가운데 암자 하나 걸려 있네
若將眼界爲吾土 눈에 보이는 곳 모두 우리 땅으로 한다면
楚越江南豈不容 초나라와 월나라 강남땅인들 어찌 용납 못하리
너른 암반에 암벽을 등지고 앉아 휴식한다. 이런 기경을 맨 입으로 바라보기 차마 아까워 탁주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금주구역이다. 유독 나만 혼자 술잔 기울일 뻔뻔함은 없다. 백운대를 오를 때도 그랬지만 내
릴 때도 줄선다. 백운대 암문 지나고 백운산장 가는 슬랩 길도 다듬었다. 데크계단을 길게 놓았다. 비포장 산길
을 포장한 셈이니 발걸음 속도전을 벌이기에는 좋다. 백운산장이 등산객들로 꽉 찼다. 인수암으로 내리는 계곡
도 말랐다.
하루재. 영봉 0.2km. 단숨에 오르기에는 약간 벅찬 돌길이다. 가쁜 숨이 턱에 받쳐 영봉이다. 여기서 보는 인수
봉은 단아하다. 인수봉의 앞모습이다. 노송 아래 자리 깔고 바라보며 탁주 독작한다. 육모정고개를 향한다.
육모정고개 쪽에서 오는 등산객도 꽤 많다. 수인사하느라 침이 밭는다. 헬기장 주변의 구절초는 올해도 무리지
어 활짝 피었다. 육모정고개 가는 도중에 전방이 훤히 트인 경점이 두어 군데 있지만 운해도 빠졌고 눈에 차지
않는 경치다. 쭉쭉 내린다.
16. 백운대에서 파주, 문산 쪽 조망
17. 백운대에서 북서쪽 조망
18. 백운대에서 북서쪽 조망
19. 멀리 가운데는 마차산, 맨 왼쪽은 감악산
20. 가운데 중간은 불곡산, 앞은 상장능선, 그 뒤는 도봉산 여성봉
21. 오봉 왼쪽 뒤는 사패산
22. 도봉주릉 뒤는 천마산
23. 맨 왼쪽은 감악산, 그 오른쪽은 마차산, 그 오른쪽은 소요산
24. 멀리 오른쪽은 국사봉과 해룡산, 왕방산은 해룡산에 가렸다
25. 멀리 가운데는 국사봉과 해룡산, 왕방산은 해룡산에 가렸다
26. 앞은 수락산
27. 앞 왼쪽은 불암산, 멀리는 가운데는 용문산
▶ 상장능선 왕관봉(520.3m), 상장봉(上將峰, 513.3m)
육모정고개.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목책 넘는다. 상장능선 한적한 숲길을 간다. 방금 전과는 달리
홀로 가는 숲길이다. 비지정탐방로이지만 숲길은 잘났다. 외길이다. 전망 트일 슬랩이 나오면 들르고, 뒤돌아
멀어지는 인수봉을 보곤 한다. 암봉인 왕관봉을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파르지만 부드럽다. 곳곳이 암반인 왕관봉
정상은 사방 전망하기 썩 좋다. 왕관봉은 멀리서 바라볼 때 왕관이지 그 위는 시시하다. 왕관봉 내리는 길. 알지
못했던(혹은 기억나지 않는)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했다. 인적이 유혹한다. 직벽 내리막에 가느다란 밧줄이 두 가닥 달려 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내가 못 가랴 하고 덤빈다. 밧줄 잡고 몸을 뒤로 돌려 암벽을 마주보는 데도 애쓴다. 반침니가
나온다. 사기막봉에서 망운대 갈 때 내리는 반침니보다 훨씬 더 가파르고 길다. 두근거리는 내 심장 박동소리가
크게 들린다. 두 발과 두 팔로 양쪽 암벽을 밀착하여 내린다. 다시 직벽 내리막이다. 2m 정도다. 그 아래 테라스
는 좁다.
장갑 벗고, 스틱 접고, 목과 어깨에 두른 카메라를 풀어 배낭에 넣는다. 슬링을 꺼낸다. 10m짜리다. 다행이 고목
인 노간주나무가 있다. 그 밑동에 슬링을 건다. 슬링 잡고 절벽 아래로 몸을 돌리기가 어렵다. 한 손은 슬링을
그러쥐고 한 손은 바위틈이 있어 재밍하듯 넣는다. 손등이 피가 나도록 바위틈에 쓸린다. 목장갑이라도 낄 것을
잘못했다. 그래도 좁은 테라스에 안착이다. 슬랩을 트래버스 하여 긴 내리막이다.
근처 어디선가 산악사고가 났는지 헬기가 낮게 떠서 푸다닥거린다. 그들 눈에 내가 뜨일라 한참을 부동한 돌부
처가 된다. 무딘 나이프 릿지다. 앉은 자세하여 뭉개며 내린다. 이어지는 슬랩은 너무 가팔라 그렇게 계속 내리
기는 무리다. 여기도 고목의 슬링 걸 노간주나무가 있다. 내리는 데 10m 그 절반이 다 찬다. 이 암릉 길이 외길
일까. 다 내리고 나서 주위를 살폈다. 그러면 그렇지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있다. 왕관봉을 오를 때 사면을 도는
흐릿한 소로를 얼핏 보았다. 우회로였다.
느린 걸음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 안부 지나고 또 다른 암벽의 왼쪽 잘난 길을 간다. 새삼 나를 혼쭐낸
왕관봉이 보고 싶어 암봉을 오른다. 바위틈 홀더가 충분하여 어렵지 않게 오른다. 너른 암반이다. 왕관봉만을
바라보는 경점이다. 저기를 우회하여 내렸다면 퍽 서운할 뻔했다. 솔고개에서 오는 두 사람의 등산객이 쉬고 있
다. 그들에게 상장봉의 오르내림이 어떠한지 물었다. 왕관봉 1봉은 조심할 데가 두 군데가 있고(달리 우회로 없
고), 2봉은 직등할 수가 없어 잘난 우회로로 왔다고 한다.
내가 저 왕관봉 북릉을 내려왔다고 하자 홀로 바윗꾼이라고 단정한다. 바위꾼이라니 당치않고 인적이 보이기
에 멋모르고 내려왔다고 했다. 순한 길이 이어진다. 숲길 완만하게 오르내린다. 우이령 가는 한북정맥 ┣자 갈
림길이 반갑다. 등로 살짝 벗어난 전망 좋은 바위에 들러 인수봉을 살핀다. 망운대에서 보던, 백운대에서 보던
영봉에서 보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인수릿지와 숨은벽능선, 백운대 서릉 파랑새능선이 날선 나이프
릿지다.
565m봉. 봉봉이 경점이다. 도봉산 오봉이 깐 마늘을 상 위에 차례로 늘어놓은 모습이다. 오래된 삼각점이 있다.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한다. 숲 그늘에 들어 도시락 편다. 먼저 고시레 걸게 하
고 수저 든다. 비는 겁만 주고 가버린다. 참나무 숲길 활엽에서는 우박처럼 내렸지만 하늘 트인 데 이르러서는
멎는다. 상장봉 2봉. 멀리서 볼 때는 한 걸음으로 넘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는데 대단히 웅장한 암릉 암봉이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내 눈에는 오를 데가 보이지 않는다.
잘난 길 따라 왼쪽 사면을 돌아 넘고 왕관봉 1봉과 맞닥뜨린다. 가파른 슬랩을 오른다. 비는 멎었지만 바람이
세게 분다. 자세 한껏 낮춘다. 슬랩 위태롭게 트래버스 하고 기어오르면 상장봉 정상이다. 전망 좋은 너른 암반
이다. 인수봉의 내강(內剛)한 모습을 보고 또 본다. 무리 지은 노송 지나고 왼쪽 슬랩 비스듬히 바위틈을 트래버
스 하여 내린다. 험로는 끝났다. 하늘 가린 숲속 길을 간다. 이곳에서 노궁이나 덕순이를 보았다는 업계의 소식
은 듣지 못했다. 주변 둘러보는 눈 거둔다.
외길일 거라고 너무 안이했다. 펑퍼짐한 능선에서 솔고개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왼쪽 사면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필 얼굴에 자꾸 걸리는 거미줄을 걷다 보니 길을 잘못 든 줄 안다. 임도가 나오고 곧 유격장 시설을 지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군인용이라기보다는 청소년들의 모험장 같다는 느낌이 든다. 철문 나서 뒤돌아본 간판이
엔젤 보스턴 캠핑장이다. 지금은 휴업중이다. 두 번의 철문을 통과해야 한다. 철문은 자물쇠를 채우지 않아
손동작 몇 번으로 열 수 있다.
북한산 둘레길 충의길 구간과 만나고 조금 더 지나면 차도다. 가다보면 버스승강장이 나오겠지 하고 간다. 서울
의 안보를 책임진다는 노고산 군부대 정문을 지나고 버스승강장이다. 솔고개 넘어 구파발역 가는 34번 버스는
등산객들로 이미 꽉 찼다. 오지산행에서 산행 후 뒤풀이는 으레 삼겹살이다. 집에 전화 걸어 아내에게 저녁은
둘이 외식 삼겹살을 먹자고 한다.
28. 멀리는 청계산과 관악산, 중간은 남산
29. 롯데 월드타위, 왼쪽은 남한산과 광주 검단산
30. 멀리 가운데는 서리산과 축령산
31. 앞 오른쪽은 상장능선 왕관봉, 도봉주릉 너머는 천마산
왕관봉이 한 걸음에 뛰어넘을 수 있을 것처럼 보여도 가서 보면 대단한 첨봉이다
32. 앞은 수락산 도정봉, 멀리 가운데는 국사봉, 왕방산, 해룡산
33. 가운데 중간이 불곡산
34. 멀리 가운데는 마차산, 그 왼쪽은 감악산
35. 영봉에서 바라본 인수봉
단정하다.
36. 육모정고개로 내리면서 뒤돌아본 인수봉
37. 상장능선 왕관봉
왕관봉 다음의 암봉에서 올라가서 바라본 모습이다.
38. 상장봉 지나면서 바라본 인수봉과 백운대
앞의 망운대는 별로 존재감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39. 솔고개 쪽으로 내려가면서 뒤돌아본 인수봉과 백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