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 다른 세계 최고 합창단 34인의 화음 속 '섬집 아기'가 관객 울렸다
정혜진 기자2024. 11. 25. 07:31
제12회 한화클래식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
앙코르 무대에서 섬집 아기에 관객 눈물···이영조 작곡가도 감동
고악기의 날것 같은 소리가 합창을 해치지 않아
저스틴 도일 지휘자 "각국의 노래 배워야 진정 국경없는 언어"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한화클래식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 공연에서 저스틴 도일 리아스 실내합창단 수석지휘자가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클래식
[서울경제]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 잘 자라 우리 아가 (자장자장)”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올해 12회째 진행된 한화클래식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 공연의 앙코르 무대를 기대하며 자리를 지키던 관객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익숙하지만 낯선 화음은 귀가 아니라 몸으로 스며들었다. 세대와 관계 없이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익숙한 자장가 ‘섬집 아기’가 34명으로 이뤄진 다국적 실내합창단의 화음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고악기를 손에 쥔 채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저마다 눈을 감고 자장가를 듣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저마다 얽힌 추억이 있는 관객들은 세계 최고의 합창단이자 다양한 모국어를 가진 이들의 노랫가락 사이에서 특유의 따뜻하고 애수가 담긴 정서가 묻어 나오자 연신 눈시울을 훔쳤다. 함께 눈가를 닦은 합창단원 중에는 소프라노 김미영씨가 있었다. 이는 수석 지휘자 저스틴 도일과 합창단이 준비한 한국 관객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영국 출신의 도일 지휘자는 공연에 앞서 전날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음악이 ‘국경 없는 언어’라고 이야기하지만 서로의 노래를 배우려는 노력이 없다면 이 말은 반쪽 짜리”라며 “합창단으로서 다른 문화의 음악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조만간 진행하는 콘서트에서는 합창단원들이 있는 나라인 한국, 필리핀, 일본, 아일랜드,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의 음악적 요소를 가져와 하나의 민요로 꿰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한화클래식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 공연에서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브로이어가 독창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클래식
이날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이 펼친 공연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내 마음에 근심이 많도다’ 칸타타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이 작곡한 ‘주께서 말씀하셨다(Dixit Dominus)’로 이뤄졌다. 프로그램은 간결했지만 그 깊이는 풍성했다. 3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 온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의 조화는 훌륭했다. 바로크 시대의 고(古)악기의 경우 상대적으로 거칠고 날것의 느낌을 주지만 합창과 어우러지는 부분에서 고악기가 크게 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한화클래식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 공연에서 저스틴 도일 리아스 실내합창단 수석 지휘자가 한국어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클래식
‘주께서 말씀하셨다’ 공연은 특히 도일 지휘자의 물 흐르는 듯한 지휘 속에서 소프라노와 알토, 베이스, 테너 등 독창자들이 자연스럽게 전체와 균형을 이뤄냈다. 특히 2악장인 ‘주님께서 당신 권능의 왕홀을(Vigram virtutis)’에서 알토 헬렌 찰스턴의 독창과 첼로의 조화가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 3악장에서 바톤을 이어 받은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브로이어는 ‘구름에 떠다니는 목소리’라는 명성을 입증했다. 합창단의 투티(다 같이 부르거나 합주하는 것)가 이뤄진 5악장의 화음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는 바이올린 현에 첼로의 현이 더해지고 소프라노들의 섹션 합창이 화음을 얹는 9악장의 ‘그분께서는 길가 시내에서 물을 마시고 머리를 치켜 드시리이다’에 이르러서 절정에 달했다. 도일 지휘자는 “마지막 두 개의 악장은 헨델의 원고의 경우 두 명의 솔리스트만 노래를 부른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저는 헨델에게 질문을 던졌다”며 이 같이 말했다. ‘마에스트로님, 우리 소프라노들은 한 섹션으로 정말 훌륭합니다. 함께 이 곡을 불러도 될까요.’
실제로 소프라노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화음은 이 곡이 절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최고의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고 이는 잘 어우러진 합창에서 빛을 발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부분이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https://v.daum.net/v/20241125073144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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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클래식 2024: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
2024-11-23(토)17:00 예술의전
공연 소개
한화는 세계적인 고음악 아티스트를 초청하여 국내 관객에게 선보이는 공연 브랜드 한화클래식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바흐 음악의 대가인 헬무트 릴링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리날도 알레산드리니와 콘체르토 이탈리아노,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거장 윌리엄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 조르디 사발과 그가 이끄는 르 콩세르 데 나시옹, 라 카펠라 레이알 데 카탈루냐, 그리고 최고의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과 잉글리시 콘서트 등 명 연주자를 초청하여 성공적인 무대를 소개해 왔다. 팬데믹으로 많은 활동이 어려웠던 2020년, 2021년에는 소프라노 임선혜와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서예리, 테너 홍민섭 등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고음악 아티스트들과 한화 바로크 프로젝트를 구성해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등 힘든 시기에도 공연 유치의 끈을 놓지 않은 무대로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한화클래식 10주년을 맞이하여 'Unity'라는 부제와 함께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와 만돌리니스트 아비 아비탈을 초청하여 고음악으로 하나 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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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을 대표하는 고음악 앙상블
리아스 실내합창단과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의
30년간 이어져온 아름다운 하모니 ᅠ
2024년 한화클래식은 세계에서 가장 명망 높은 전문 합창단으로 손꼽히는 리아스 실내합창단과 최정상급 바로크 전문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를 초청하여 바흐의 칸타타, 마니피캇, 헨델의 딕시 도미누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품격 있는 고음악의 세계로 관객 여러분을 초대한다.
출연자 소개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Akademie für Alte Musik Berlin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1982년 베를린에서 설립된 이후 고음악 연주에 있어 세계 최고의 실내 관현악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단체이다.
세 명의 악장인 베른하르트 포르크, 게오르그 칼바이트, 히라사키 마유미와 함께 객원지휘자의 지휘 아래 공연하고 있으며, 특히 르네 야콥스와 긴밀하고 오랜 예술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마뉘엘 하임, 베르나르 라바디, 폴 애그뉴, 디에고 파졸리스, 파비오 비온디, 리날도 알레산드리니, 크리스토프 루세 등과 호흡을 맞췄다.
또한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세계적인 솔리스트인 이자벨 파우스트, 앙투안 타메스티, 킷 암스트롱, 알렉산더 멜니코프, 안나 프로하스카, 카를로 비스톨리 등과 지속해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계적인 현대무용단인 '샤샤 발츠와 친구들'과 함께 헨리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를 성공적으로 제작하여 베를린, 시드니 등에서 세계투어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현재 약 100여 개에 달하는 레코딩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미 어워드, 디아파종 상, 그라모폰 어워드, 클라시카에서 수여하는 쇽 드 라네, 독일 음반 비평가 협회 연례상 등 주요 녹음상을 수상했다. 또한 2006년에는 마그데부르크 시의 텔레만 상을, 2014년에는 라이프치히 시의 바흐 메달을 수상했다.
리아스 실내합창단
RIAS Kammerchor Berlinᅠ
세계에서 가장 명망 높은 전문 합창단으로 손꼽히는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2023-2024시즌 75주년을 맞이했다. 34인의 전문 성악가로 구성된 이 다국적 앙상블은 뛰어나고 정밀한 사운드를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르네상스와 바로크 음악의 역사적 해석 연주부터 고전 및 낭만주의 시대의 작품 연주, 그리고 세계 초연 연주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의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사이먼 래틀 경, 르네 야콥스, 야닉 네제 세갱, 이반 피셔, 리날도 알레산드리니, 그리고 크리스타 아우데레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2017-2018시즌부터 수석 지휘자 겸 예술감독인 저스틴 도일이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현재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방송 관현악단과 합창단 주식회사 (ROC)의 소속이며, 다른 협력 기관으로는 독일 공영 라디오 방송국,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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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 저스틴 도일 Conductor Justin Doyle
리아스 실내합창단 수석 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인 저스틴 도일은 2006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권위 있는 카다케스 오케스트라 지휘 콩쿠르에서 2등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지휘활동을 시작했다. 리아스 실내합창단뿐만 아니라 MDR 라디오 합창단, 노르웨이 솔리스트 합창단, 제네시스 더 식스틴, 포즈난 필하모닉, 핀란드 바로크 오케스트라, 브로츠와프 바로크 오케스트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오페라 노스 오케스트라, 로열 노던 신포니아, 포츠담 챔버 아카데미 등과 호흡을 맞춘 바 있으며, 2018-2022년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 2019-2024년 헬싱키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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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스트 Soloists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브로이어 Soprano Elisabeth Breuer
메조 소프라노 헬렌 찰스톤 Mezzo Soprano Helen Charlston
테너 토마스 홉스 Tenor Thomas Hobbs
베이스 마티아스 빈클러 Bass Matthias Winckh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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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토) 프로그램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칸타타 '내 마음에 근심이 많도다'
Cantata 'Ich hatte viel Bekümmernis' BWV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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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Georg Friedrich Händel
'주께서 말씀하셨다'
'Dixit Dominus' HWV 232
https://www.sac.or.kr/site/main/show/show_view?SN=60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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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Jahre RIAS Kammerchor Berlin | Jubiläumsfilm zur Konzertsaison 2023–24
https://www.youtube.com/watch?v=B1aj5KwkLzs
Chorus Culture Korea 코러스 컬처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