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창 시인의 시집 『빈 꽃밭』은 인생의 의미를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다. 이 시집은 자연, 계절, 그리고 인생이라는 주제를 통해 독특한 방식으로 삶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한다.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의 흐름을 담아내며, 마지막에는 인생과 자연이라는 주제를 결합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특히 처음에 나오는 ‘빈 꽃밭’이라는 제목의 시는 이 시집의 정수를 잘 담아내고 있다. 시인은 빈 꽃밭을 단순한 공간으로 보지 않고, 그곳에서 벗들과의 추억, 떠나간 사랑하는 이의 모습, 그리고 인생의 희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공허함 속에서도 희망과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는 삶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빈 꽃밭은 씨암탉 / 흙 속에 잠든 씨앗 / 포근히 품어 / 명년 봄에 부화시킬 꿈 간직하고 / 외로움 달래며” 이 구절은 빈 꽃밭이 단순히 황량함과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이러한 시선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삶이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점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이 시집은 계절별로 다양한 꽃들을 소재로 삼아 각각의 시를 구성하며, 각 꽃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과 상징을 통해 독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목련꽃’은 “지난 청춘 관조하는 / 우리네 심상”을 떠올리게 하고, ‘코스모스’는 “색동저고리 차려입은 / 내 누이동생 옷맵시”처럼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눈 내리는 날 풍경’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시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화합과 조화를 느낄 수 있다. “허공을 오선지 삼고 / 자유로운 음표가 되어 / 수시로 수시로 / 대자연의 노래를 작곡한다” 이 구절에서는 자연이 주는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독자들에게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자연을 통해 위로를 얻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소개>
시인 윤호창
• 충남 서산시 해미면 동암리 출생
• 해미 초, 중학교 졸업
• 서울 숭실고등학교 졸업
• 서울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국가공무원 재직 후 명예퇴직
• 1998년 제1회 공우신인문학상 수상(시조 시인 등단)
• 2000년 월간 대한겨레문학 신인상 수상(시인 등단)
<이 책의 목차>
추천사
시집을 내면서
빈 꽃밭
제1부. 봄 꽃밭
목련꽃
담 너머 장미화
감꽃
아카시아꽃
도라지꽃
찔레꽃
벚꽃
영원한 장미의 계절
장미성 접근금지
아네모네
자목련
제비꽃
민들레꽃
제2부. 여름 꽃밭
메꽃
채송화
봉선화
해바라기
나팔꽃
호박꽃
패랭이꽃
백일홍
백합꽃
맨드라미
오이꽃
제3부. 가을 꽃밭
과꽃
코스모스
목화
칸나
달개비꽃
벼꽃
분꽃 (1)
분꽃 (2)
서광꽃
가을장미
박꽃
능소화
제4부. 겨울 꽃밭
인동초꽃
이끼꽃
겨울 들국화
선인장꽃
난초꽃
제5부. 인생 꽃밭
항아리
네모 안에서
조화
어머니
어떤 연인
사람도 늑대처럼 울부짖는다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
부조화
임 낚는 낚시꾼
등식은 성립된다
화분 위 토마토 나무
주인집 떠나던 날
흘러간 내 사랑
낙엽을 쓸면서
낙엽에 길이 있다면
봄 호숫가 정경
에스컬레이터
인생 기차
빈 들에서
찬바람 스치면 나는
성(城)
사랑의 낙원
인생 자판기
사랑의 천칭
제6부. 자연 꽃밭
자두
한여름 풍경
함박눈 소나무 사랑
돌다리
잡초
아침
사랑
눈 내리는 날 풍경
외로운 붕어빵 가족
초겨울의 소묘
가을 정원
앵두
고구마
꽉 찬 꽃밭
<본문 詩 ‘빈 꽃밭’ 일부>
낙엽 실은 바람에
휘말린 꽃이파리
빈 대마저 시들어
흔적 없이 퇴장한 미(美)
여기는 백합화 옥좌
저곳은 나팔꽃 자리
개미도 오지 않는
황량한 빈터엔
전성기 시절 꽃 자리
알 수 없게 군데군데 흙더미만이
빈 꽃밭을 보면 친하게 지내온
벗들의 얼굴이 옛 임의 얼굴이
빈 줄기 위에
송이송이 피었다간
활동사진처럼 지나간다
<서평>
윤호창 시인의 시는 정교하면서도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그의 시어는 단순히 읽는 재미를 넘어서, 시인의 감정과 사유를 공유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집은 독자들이 일상에서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며, 삶의 깊이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모두가 가진 각자의 인생이라는 꽃밭을 돌이켜보고, 그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삶 속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들을 음미하고 싶다면, 이 시집은 꼭 읽어야 할 작품이다.
(윤호창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12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