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시기 내내 봉독된 요한 복음서는 다른 복음서들에 견주어 ‘부활 사건’을 길게 서술합니다. 그리하여 십자가 죽음이 끝이 아니며 부활을 통하여 또 다른 단계의 구원 사업이 시작됨을 강조합니다.
특별히 요한 복음서의 성령 강림은 부활과 성령을 함께 연결시켜 제자들이 부활하신 분의 ‘숨’(영)을 통하여 새롭게 창조됨을 선언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며 “성령을 받아라.”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한 복음서는 성령 강림이 오순절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 저녁, “그날 곧 주간 첫날 저녁”에 일어난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성령 강림이 부활의 직접적 선물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러한 새 창조의 특성이 소통과 일치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던 이들이 마치 하나의 언어를 쓰듯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는데, 이는 소통과 일치야말로 성령의 일이고, 이것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교회임을 표명합니다. 제2독서는 언어뿐 아니라 각자의 은사와 직분 그리고 활동이 다르지만, 교회 구성원은 모두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하나의 유기체를 이룸을 선언합니다. ‘그리스도의 숨’으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룬 교회는 소통과 일치로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는 실체인 것입니다.
인간을 가장 피폐하게 하는 것은 오해와 불통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세상의 모든 모욕과 비난, 굴욕을 견디게 하는 힘은 참된 소통과 이해, 포용에서 온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의 전례 말씀들은 성령의 오심으로 이루어진 소통과 이해, 그로 말미암은 일치로 시작된 교회의 탄생을 알립니다. 그렇다면 분명해집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먼저 소통과 이해가 보장되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혜윤 베아트릭스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