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금릉군 옴팍 마을에 김갑용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편모슬하에서 4,5남매가 살다가 여자들은
다 출가하고 남동생 하나와 머슴, 그리고
두 명의 자녀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서 비통한
가운데 장사를 잘 치러드렸는데 그로부터
얼마 안 있다가 그 집 암개가 새끼를 배더니
석 달만에 강아지 네 마리를 낳았다.
그런데 그 가운데도 유독 한 마리가 복슬복슬
잘 생겨 집안사람은 물론 동네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았는데 하루는 갑용의 친구가 와서,
“그놈 참 잘 생겼다. 귀를 세워 사냥개로 팔면
돈을 많이 받을 텐데!” 하였다.
그래 갑용은 귀가 솔깃하여 귀를 째어 세우고자
그를 시켜 귀를 째려하니까 강아지가 낑낑
거리더니 갑자기 멀리 도망쳐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결국 성사를 하지 못하고 말았는데
그날 밤 갑용의 꿈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타나
꾸짖기를, “이 놈아 그렇게도 눈이 없느냐?
네가 귀를 째려하던 강아지가 바로 네 어미다.
내가 너희 집 강아지로 태어난 것은, 너는 그대로
가난하지 않게 밥을 먹고살지만 네 출가한
동생들이 남편을 잘 만나지 못해 가난하므로
네 몰래 쌀 옷감을 빼내 주었더니 이것이 너에게
큰 빚을 지게 되어 너희 집 도둑을 지키는 개로
태어났다.
그런데 너는 그것도 모르고 귀를 째려하느냐?”
하였다.
소스라쳐 깬 갑용은 이튿날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하였더니, “나도 그와 비슷한 꿈을 꿨습니다.
너의 남편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귀를 째려하니
부디 네가 말려 그러지 못하게 하라.” 하더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튿날부터 갑용 내외는 그 강아지를
특별히 대우하기로 하고 쌀밥을 지어 고깃국에
말아서 마루 위에 올려놓고 ‘오요요 오요요…’하고
강아지를 불렀더니 강아지가 멀거니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기만 하고 얼른 나와서 먹지 안 했다.
그래서 이상히 여겼는데 또 그날 밤 꿈에 나타나,
“네 이놈, 내가 네의 어미라고 떡 먹듯이 일렀는데
‘오요요 오요요’가 무엇이냐? 너는 필연코 이 어미가
강아지로만 보인단 말이냐?
이놈 다시 그런 짓을 했다가는 너의 집에 큰 풍파를
일어나게 할 것이니 정신 차려라.” 하고 사라졌다.
갑용은 꿈이지만 너무도 황송하여 이튿날에는 밥과
고기를 해놓고 강아지더러, “어머님, 어머님, 어서
노여움을 푸시고 진지 드십시오. 소자가 잘 몰라서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하니 그때서야 꼬리치고 와서
잘 먹고 재롱을 피웠다.
그 후 3일째 되는 날 또 갑용은 꿈을 꾸니 여전히 어머니가
나타나, “기특하다. 과연 네가 나의 아들이다. 네가
이 어미말을 명심하고 효성을 다하니 고맙다.
그런데 이제 너에게 몇 가지 부탁할 말이 있으니 꼭 들어 다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경부선 철도가 생긴 지 몇 해
되어도 일에 골몰하여 한 번도 타보지 못해 한이 되니
네가 나를 데리고 가서 기차를 한 번 태워줄 것이고,
또 하나는 나와 같이 살던 다른 노파들은 모두 합천 해인사를
구경 가서 [팔만대장경]을 친견하고 왔는데 나는 그때 너의
아버지가 반대하여 가보지 못한 것이 천추에 한이 되니 해인사를
구경시켜 줄 것이고, 또 마지막 하나는 사람이 죽으면 49제를
지내주어야만 모든 죄를 사하고 극락세계로 간다는데 나는
49제를 지내주지 않아서 너희 집에 개가 된 듯 하니 이미 죽은 지
오래되어 49재는 못 지내더라도 소상은 아직 지나가지 아니하였으니
그날 밤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말고 절에 가서 재를 지내주면 좋겠다.”
꿈이 하도 역력하여 갑용은 어머니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하고
이튿날 강아지를 데리고 김천역으로 나가 영동까지 차표를 샀더니
역무원이 열 차에는 개를 데리고 탈 수 없으니 데리고 가라고
힐책하였다.
갑용과 승무원이 이렇게 서로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강아지가
객차 안으로 날쌔게 뛰어 올라가더니 주위를 살피고 의자 위에
올라가서 않아보기도 하더니 열차가 출발하자 껑충 뛰어내려 왔다.
갑용은 역무원에게 사과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 뒤 갑용은 강아지를 데리고 해인사를 가니 강아지가 산천
풍경을 살피며 여간 좋아하지 않았다.
강아지는 대웅전에 계시는 부처님 전에 넙죽 엎드려서 절을
하는 시늉도 하면서 돌아다녔다. 주위 도량을 구경하고 장경각을
참배하려 하니 그곳을 지키고 있던 스님이 사람은 들어올 수
있어도 짐승은 절대 안 된다고 힐책하였다.
갑용이 거북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그때, 장경각 문이 훌떡
열리자 강아지가 날쌔게 들어갔다.
다급한 갑용은 강아지를 잡으려고 하자 강아지는 장경각 안을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장경판을 모조리 구경하고 나왔다.
이때 장경각 지키는 책임자 정홍원이란 스님이 그 모습을 지켜
보고는 갑용을 나무라듯이 물었다.
“차림새로 보아하니 당신은 상주인 것 같은데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체통이 서지 않거늘 짐승을 데리고 남의 신성한
장경각에 들어온 것도 허물이 되거늘 장경각에까지 들어갔으니,
어떻게 그런 짓을 상주가 된 몸으로 할 수 있단 말이요.”
갑용은 할 수 없이 그동안 사정을 모두 털어놓고 꿈 이야기를
하면서 스님에게 시주금을 그리며 간청을 했다.
“내일이 저의 어머니 소상날이 온데, 어머님의 말씀에 따라 절에서
재를 모시고자 하옵니다. 어머님을 천도하여 주십시오.”
정홍원 스님이 사중에 이 일을 이야기하자, 도리혀 그의 효성을
칭찬하고 여러 스님들과 함께 재를 잘 지내 주었다.
그러자 그 강아지는 그날 밤 절 마루 밑에서 자다가 그대로
죽었는데 갑용과 다른 스님들 꿈에 나타나 노고를 치하했다.
“나는 아들과 여러 스님들 덕택으로 천상락(天上樂)을 받게
되었으니 그 은혜 갚을 길이 없사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의 몸을 마루 밑에 버려두고 가오니 화장을 해 주시 오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이튿날, 아들과 대중스님들은 마루 밑에서 강아지 시체를 거두어
다비식(茶毘式)의 예로써 화장을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천하에 총림에 뒤덮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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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희찬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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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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