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문
비와 달이 어울리면
하늘의 언어가
바닥에서 들린다
크게 품어 둥글게
닮아가라고
ㅡ염진희
〚쪽수필/오정순〛
한 마디로 비오는 날의 그림자 제전이다. 지하에 매설한 각종 시설의 쇠뚜껑에 빗물이 고이고 거기에 반영된 가로수 그림자를 슈퍼문으로 읽는 시인의 눈은 독자를 계수나무로 이끈다. 잎이 떨어진 겨울나무에는 상상이 아무렇지 않게 작동되고 시인과 낯선 상상 여행을 시작한다.
두 사람이 슈퍼문을 찍기 위해 어깨를 모은 그림자는 산 정상을 연상시키고 핸드폰 그림자는 마치 정상에 세운 표지석처럼 착각을 돕는다. 시인의 상상에 독자의 상상이 더해져 현실적인 보름날로 안내 한다. 착각의 시학이라는 잡지의 제호도 생각난다.
곧 3대 명절, 정월 대보름날이 다가온다. 겨울을 밀어내고 설날에 땅속 기운이 지표로 올라왔으니 이제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다. 대보름에는 신년 농사를 짓기 위해 씨앗을 보관한 광을 털어 씨앗 외의 곡식과 먹을 것만 남겨두고 오곡밥을 지어 삼이웃이 나누어 먹는다. ‘새 곡식은 새 광에’ 외치며 광 청소를 하여 짚이나 부스러기를 모아 달집을 태우고, 고단함을 풀기 위해 노동요를 부르며 강강수월래를 하는 날이다. 모든 걸 새롭게 맞이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크게 품어 둥글게 닮아가라고 듣는 시인과 함께 창고가 없는 도시인은 대대적으로 냉장고 청소를 하는게 바람직한 절기 맞이이다.
시인의 상상에 힘 입어 마음 풍성해지고, 집안 깨끗해지고, 대지는 생명 키우기에 부지런해지리라. 도시인은 있는 제 자리에서 생명력 있게 살면 되는 것, 아 좋다. 슈퍼문의 메시지!!!
첫댓글 비가 바닥에 띄워준 슈퍼문
독특한 영상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더하여 쪽수필을 읽으니 새해 첫 다짐들을 다시 새겨보게 됩니다.
아, 좋네요 정말!!^^
그치요 똑같이 하는 것만이
절기에 맞는 행위가 아니라
의미를 같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저 내용을 통찰하고부터 이즈음에 냉장고 대 청소 하지요
"얼 할머니 나름 정리가 잘 되어있는 걸요"
손녀가 그러네요 ㅋㅋ
오정순 선생님~감사합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내렸는데,
바깥 볼일 중에 건물 처마 아래에서
쪽수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깜짝 놀라기도 하고,
운치까지 더해져
선생님의 아름다운 글에
감동이 컸습니다^^
자세히 살펴 봐주시고,
수필로 작품이 더 빛나게 되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관심이 깊어야 보이는 것이 있어요
저 바닥 달이 어떻게 떴는지 자세히 살피다가 아하 했지요
그러자 뮤즈가 스쳐가는 겁니다
바로 적을 수 있었어요
쪽수필 쓰고싶은 충동 오는 것 좋아요 저는요
분명
둥글고 커다란 달이 뜨고 계수나무는 보이는데
방아 찧던 토끼는 어디로 갔을까요?
아하!
핸드폰을 든 엄마 곁
토끼 같은 아이가 그 토끼일까요?
선생님의 상상 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