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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을 찾아서(2) – (양구)봉화산,정중앙봉,간무봉
1. 멀리 가운데는 설악산 대청봉, 맨 왼쪽은 안산, 오른쪽은 점봉산
산이요 또 산이요, 아무리 넘어 보아도 산이고 또 산이고, 그야말로 산 천지였다.
여기저기, 산골짜기로는 하얀 냇물이 굽이굽이 흘러가는 것으로써 큰 산들의 윤곽을 알아 낼 수 있었다. 산 위에
또 산이요, 능선 위에 또 능선이요, 하늘을 향해서 산의 물결이 용솟음치듯 떠올라 왔다. 이렇게도 우리나라에 산이
많을까 하고 놀랄 지경이었다.
(…) 가끔 안개인가 구름인가가 산허리들을 감고 있어서, 무한대한 선경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하였다. 구름 위에도
구름 아래도 오직 산들이었다. 수도 없이 깔려 있는 여러 모습을 지닌 신비스러운 산들이 내려다 보였다.
이런 선경, 이런 신비스러운 산들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화백 청전(靑田) 선생의 안개 낀 산수도를 연상해 보았다.
―― 한흑구(韓黑鷗, 1909~1979), 「산」(『77인 山 에세이』, 평화출판사, 1994)
▶ 산행일시 : 2023년 12월 3일(일) 맑음
▶ 산행인원 : 2명(광인, 악수)
▶ 산행코스 : 심포리,764m봉,870m봉,봉화산(874.9m),717m봉,정중앙봉(607.5m),도리지고개,남면 원리터널
(양구터널),565m봉,672m봉,△657.4m봉,신월리 입구 고개,간무봉(△556.8m),신월리 입구 고개
▶ 산행거리 : 도상 16.2km
▶ 산행시간 : 8시간 36분(08 : 54 ~ 17 : 30)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타고 양구로 가서, 택시 타고 심포리로 감
▶ 올 때 : 신월리 입구 고개에서 택시 불러 타고 신남으로 와서, 시외버스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옴
▶ 구간별 시간
07 : 00 – 동서울터미널
08 : 40 – 양구
08 : 54 – 심포리(深浦里) 봉화산 자락 임도 갈림길, 산행시작
09 : 23 – 능선 안부 진입, 이정표(봉화산 2.1km, 석현리 선착장 3.5km)
09 : 50 – 764m봉
10 : 05 – ┫자 심포리 갈림길, 봉화산 1.1km
10 : 22 – 874m봉, 봉화산 0.7km
10 : 40 – 봉화산(烽火山, △874.9m)
11 : 20 - ┫자 구암리(1.88km) 갈림길
12 : 10 – 682m봉, 점심( ~ 12 : 26)
12 : 50 – 정중앙봉(△607.5m)
13 : 10 – 도리지고개
13 : 25 – 545m봉
13 : 30 – 남면 원리터널(양구터널) 위 임도, 헬기장
14 : 00 - ┣자 능선 분기봉(580m), 직진은 도솔기맥, 우리는 오른쪽 능선으로 감
14 : 30 – 643m봉, 항공장애등
14 : 55 - 665m봉
15 : 25 – 헬기장, △657.4m봉
15 : 50 – 614m봉
16 : 40 – 신월리 입구 고개
17 : 07 – 간무봉(看霧峰, △556.8m)
17 : 30 - 신월리 입구 고개, 산행종료
18 : 20 – 신남, 휴식( ~ 18 : 48, 동서울 가는 버스 탐)
19 : 13 – 홍천
20 : 32 – 동서울터미널
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양구 1/25,000)
3. 산행 그래프
▶ 봉화산(烽火山, △875m)
동서울터미널에서 양구 가는 07시 출발 첫 버스는 일반 28석으로 15,400원이고, 이다음 08시 20분에 출발하는 버
스는 우등 28석으로 20,000원이다. 둘 다 양구까지 무정차로 예상소요시간은 1시간 50분이다(오늘은 1시간 40분
걸렸다). 28석인 버스좌석과 무정차인 점에서 ‘일반’하고 ‘우등’이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이후 시간으로 중간에 춘천
(?)을 경유한다는 일반버스는 소요시간이 2시간 10분이고 요금은 15,400원이다. 무정차인 우등버스는 20,000원이
다. 첫 버스는 아마 조조할인이어서가 아닐까 한다.
양구터미널 택시부에는 십 수 대의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다. 곧바로 택시에 올라타고 심포리 마을회관 근처 봉화산
입구로 갈 것을 주문했다. 기사님은 익히 아는 데라며 내비게이션 안내 없이 달렸다. 나는 초행이고 광인 님은 17년
전에 도솔지맥을 종주할 때 이곳을 왔었다지만 그때와는 산천이 변하기도 하였고 차창 밖으로 주변 사정을 살펴볼
틈이 없이 그 입구를 지나치고 말았다. 더 들어갈 수 없는 엉뚱한(?) 산자락 도는 임도 삼거리에 내려준다.
이렇게 변했는가 하고 흐릿한 인적 쫓는데 그나마 덤불숲에 막혀 끊기고 만다. 아무리 길 없는 우리 길을 간다지만
여기서는 아무데나 함부로 치고 오를 수가 없다. 등로가 아닌 봉화산 북서사면은 절벽으로 가파르다. 지도 자세히
읽어 봉화산 서릉의 잘록한 안부를 겨냥한다. 산자락 돌고 돈다. 수적(獸跡)이다. 수북한 낙엽 헤친 그 수적을 쫓아
가파른 사면을 오금저리며 살금살금 트래버스 하여 지능선을 붙든다. 그러고도 긴다.
가쁜 숨 헐떡이며 주릉에 올라서자 이정표가 반갑게 맞이한다. 오른쪽은 석현리 선착장 3.5km, 왼쪽은 봉화산 정상
2.1km이다. 일로직등 하는 외길이다. 이제는 시간이 산을 갈 것이다. 느긋해진다. 낙엽에 묻힌 길이라 우리가 새길
낸다. 하늘 가린 숲속 길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소양호 건너 계명산(763m)을 기웃거리며 오른다. 고개 뒤로 한껏 젖
혀서 올려다보는 764m봉이 첨봉이다. 길고 가파른 오르막이다. 부지런히 갈지(之)자 그리며 오른다. 오뉴월 비지땀
흘린다.
764m봉.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휴식한다. 탁주로 목 축인다. 봉화산은 870m봉에 가렸다. 764m봉을 잠깐 내리면
왼쪽이 아까 우리가 택시에 내린 임도를 지나 갈탄리고개와 사명산으로 가는 도솔기맥 갈림길이다. 여기서 좀 더 내
린 야트막한 안부는 봉화산 주등로의 하나인 심포리(2.2km)를 오가는 ┫자 갈림길이다. 우리가 놓친 들머리와 등로
다. 가파르지만 넙데데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교통호와 동무하며 간다. 혹시 덕순이를 만날 수 있을까 교통호 넘어
사면을 누비기도 한다.
870m봉. 하얀 눈이 깔린 헬기장이다. 고개 드니 다른 세상이다. 사격장 사계 청소하여 민둥한 봉화산 정상이며, 그
좌우로 가경이 펼쳐진다. 하늘금만 대충 짚어도 화악산, 오봉산, 사명산, 일산, 대우산, 대암산, 안산, 설악산, 점봉
산, 가리산 등등이다. 광인 님은 당초에 오늘 응봉과 화악산을 가려고 했으나 일기예보에 날이 특히 좋을 것이라고
하여 조망이 뛰어난 이곳 봉화산으로 산행지를 바꿨고, 나 역시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었다.
일단의 등산객들과 마주친다. 묵직한 중형카메라를 멘 여자 분에게 서울에서 오셨느냐고 묻자, 춘천에서 연 3주째
이곳 봉화산을 왔다며 이 조망을 즐기고 나서는 양구 도촌리로 도촌막국수를 먹으러 간다고 한다. 그곳 막국수가
천하에 이름난 맛집이라고 자랑한다. 편육도 있을 터. 우리는 그저 입맛만 다실뿐이다. 우리는 갈 길이 멀다. 간무봉
을 올랐다가 신남에 가면 그곳 중국집 짬뽕이나 온전히 천신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미리 말하자면, 그랬다. 신남에
갔으나 동서울 가는 버스시간에 쫓겨 쫄쫄 굶고 동서울터미널에 와서야 그 근처 기사식당에 들러 순대국을 먹었다.
걸음걸음이 경점이다. 양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양남팔경(楊南八景)에 ‘봉화낙월(烽火落月)’이란 옛말이 있는데
산림이 울창하고 봉화대가 높이 솟아 있어서 서산에 지는 일몰경(日沒景)은 달과 좋은 대조가 되어 야경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고 한다. 대낮에 봉화낙월을 본다. 사명산 위의 스무하루 반달이 그것이다.
설악산 연릉 연봉에 이르는 산 첩첩과 남쪽의 가마봉 또는 가리산에 이르는 산 첩첩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눈부신
가경이다.
가람 이병기(嘉藍 李秉岐, 1891~1968)의 시조 「扶蘇山」 제2연이 비록 이곳이 아니지만 이곳이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것 같다.
자옥히 가린 안개
어느덧 잦어지고
햇살이 쏘는 곳에
벍언한 봉이 솟고
골마다 한 모양으로
힌 바다이 되었다
봉화산 정상이다. 정상 표지석 대신에 높다란 봉화대 모형을 설치했다. 삼각점은 2등이다. 인제 25, 1986 재설.
‘소지섭 길’ 안내판 설명과 조망안내도가 색이 바래서 알아보기 어렵다. ‘소지섭 길’의 설명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신비의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강원도 DMZ 일대를 배경으로 2010년에 출간된
포토 에세이집 “소지섭의 길”이 발간되면서 발단되었으며,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양구군의 아름다움과 따뜻
함에 반한 소지섭은 양구군의 자연을 통해 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가장 좋아하는 숫자 51을 소지섭
길의 총 연장으로 확정하였다.(…)”
4. 봉화산, 멀리 맨 왼쪽은 대우산, 봉화산 오른쪽 뒤는 안산
5. 오른쪽 멀리는 설악산 대청봉
6. 멀리는 설악산 연릉
7. 멀리 왼쪽은 가마봉, 소뿔산 연봉
8. 맨 오른쪽 뒤는 가리산 기상관측시설
9. 사명산
10. 사명산 오른쪽 뒤는 해산(일산)
11. 사명산 왼쪽 뒤는 화악산, 봉화낙월
12.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13. 봉화산에서 남동쪽 조망
▶ 정중앙봉(△607.5m)
봉화대 양지바른 데 골라 자리 잡고 정상주 탁주 나눈다. 눈부신 가경을 안주하니 술맛이 더욱 맛날 수밖에 없다.
아쉽지만 이 좋은 경치를 그대로 두고 내린다. 등로는 가파르지만 잘 다듬었다. 곧 사방 조망 가린 숲속에 들고 발걸
음을 재촉한다. 10분 정도 걸려 0.66km 내린 안부는 ┫자 갈림길로 왼쪽은 봉화산 주등로의 하나인 양구 구암리
(1.88km)로 간다. 우리는 일로 직진 직등한다. 이제부터 우리가 낙엽에 묻힌 길을 뚫는다.
곳곳에 경고판이 있다. 봉화산 등산로 주변은 사격장이니 사격훈련이 없는 주말(공휴일)에만 등산로를 이용하시라
고 하고, (왼쪽 사면은) 독수리 사격장 표적지역으로 불발탄 및 유탄에 의한 사고위험이 있으므로 출입하지 말라고
한다. 여러 잔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린다. 고도 600m대 봉우리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심하다. 682m봉에서 점
심밥 먹는다. 나는 고봉밥 도시락을 싸왔고 광인 님은 샌드위치다. 지난주 원주 벼락바위봉 산행 때 밥이 아닌 인절
미 따위로 점심을 때웠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허기져서 적잖이 고역을 겪었다.
다시 봉봉 오르내리기를 계속한다. △607.5m봉은 정중앙봉이다. 아담한 정상 표지석과 정중앙봉 안내판, 오래되어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데크전망대 쉼터, ╋자 방위표시만 보이는 낡은 삼각점,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도솔지맥
△606.5m 준ㆍ희’ 표지판, 도솔지맥을 종주하는 예닐곱 개 산행표지기 등이 정중앙봉 정상의 풍경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정중앙점은 여기서 400m 아래라고 한다. 사방이 키 큰 나무숲이라 아무런 조망을 할 수 없다.
배낭 벗어놓고 잠시 머물다 간다. 내 먼저 생각 없이 그럴듯한 능선을 내리는데 지도를 들여다본 광인 님이 뒤에서
부른다. 등로는 데크전망대 왼쪽을 돌아 북동진한다고. 나 혼자라면 여지없이 골로 갈 뻔했다. 한 차례 길게 내린 안
부는 도리지고개다. 547m봉에서 오른쪽(동쪽)으로 직각방향 틀어 내린다. 바닥 친 안부는 남면 원리터널(양구터널)
위 임도다. ‘봉화산 생태 등산로’ 안내판에 다섯 개 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그중 두무리에서 석현리 선착장으로 가는
E코스가 16.8km(9시간 30분)로 가장 길다. 우리는 두무리로 가는 등로를 따르다가 간무봉으로 간다.
양구터널 위 너른 헬기장 지나 가파른 오르막은 통나무계단이 잘 났다. 교통호 넘고 참호 지난다. 군인의 길이다.
565m봉 넘고 한 차례 더 오른 펑퍼짐한 580m봉이 도솔지맥 분기봉이다. Y자 능선 분기 왼쪽이 두무동으로 가는
도솔지맥이다.
도솔지맥은 금강산 20km 아래 백두대간 매자봉(1,144m)에서 남쪽으로 가지 치는 산줄기다. 이 지맥은 도솔산
(1,148m)을 거쳐 대암산(1,304m)에 이르러 남서향으로 방향을 튼다. 이 능선이 약 20km 거리에 이르러 빚어 놓은
산이 봉화산(烽火山, 874.9m)이다. 이 봉화산을 지난 도솔지맥은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사명산(1,198.6m), 죽엽산
(859m), 추곡령, 종류산(811.1m), 부용산(882m), 오봉산(779m), 수리봉(656m), 우두산(133m)에 이르러 북한강
과 소양강 합수점에서 맥을 놓는다. 전체 도상거리는 124km에 달하지만 갈 수 없는 북한지역과 비무장지대 등을
제외하면 80km 정도 된다.
15. 봉화산
16.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그 앞 오른쪽은 용화산
17. 멀리 가운데는 가리산
19. 멀리 오른쪽이 가리산
20. 멀리 가운데는 대암산
21. 멀리 오른쪽은 화악산, 그 왼쪽은 오봉산
22. 멀리 가운데는 가리산
23. 중간 가운데가 간무봉, 소양호 건너는 수리봉
24. 멀리 오른쪽은 가리산
▶ 간무봉(看霧峰, △556.8m)
우리는 580m봉에서 오른쪽(남쪽)으로 방향 튼다. 한 차례 길게 내렸다가 야트막한 안부 지나 숨차게 오르면 항공장
애등이 있는 643m봉이다. 톱날 모양의 능선이 시작된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무척 심하고 양쪽 사면은 거의
수직으로 가팔라 마치 나이프 릿지를 가는 기분이 난다. 고도 600m대의 첨봉들이다. 665m봉은 암봉이다. 나뭇가
지 사이로 서쪽의 멋진 조망이 잠시 트인다. 강원도 제1의 조망처라는 가리산이 뭇 산들에게는 등대이기도 하다.
△657.4m봉은 헬기장을 지나 등로를 약간 벗어나 있다. 삼각점을 확인하러 간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또렷
하다. 614m봉을 넘고서야 사납던 등로의 성깔이 누그러진다. 아무도 가지 않은 능선 길의 낙엽이 깊다. 해거름 벌
거벗은 나무들 물들이는 모색(暮色)이 쓸쓸하다. 적막산중이라 사각사각 낙엽 헤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459m봉
넘고 도로 절개지 절벽과 맞닥뜨린다. 슬링을 꺼내 걸어 먼저 광인 님이 하강한다. 10m 슬링(하강 후 회수해야 하니
그 절반으로 사용한다)이 짧다.
광인 님은 펜듈럼 트래버스(pendulum traverse)를 시도하여 잡목 붙들어 난관을 돌파한다. 나는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어 사면을 길게 돌아 골짜기로 가서 가파른 협곡을 미끄럼 타고 내린다. 낙엽이 푹신하여 지치기 좋다.
도로가 지나는 산모퉁이 신월리 입구 고개다. 이 아래가 ‘달뜨는 마을’이라는 신월리다. 당초 계획으로는 간무봉에서
계속 남진하여 양구교까지 가려고 했으나 그러기에는 날이 저물었다. 이 고갯마루에 배낭을 벗어놓고 간무봉을 얼
른 갔다 오기로 한다.
간무봉까지 0.8km, 고도차 150m이다. 헤드램프를 가져가야 했는데 분초를 다투는 걸음이라 막 내달았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이제 시작된다. 여기도 등로는 낙엽에 묻혔다. 새로운 등로를 개척하듯 오른다. 일곱 피치로
오른다. 첫째 피치는 평탄한 키 큰 소나무 숲길이다. 소양호 건너 수리봉을 한 번 바라보고 낙엽 헤친다. 둘째 피치
는 길고 완만한 오르막이다. 워밍업 한다. 셋째 피치는 되게 가파르다. 낙엽 쓸어 발판을 만들어 오른다.
넷째 피치는 완만하다. 가쁜 숨 고르며 오른다. 두 눈 부릅뜬 토치카 두 곳을 지난다. 다섯째 피치는 다시 곧추선
오르막이다. 땀난다. 여섯째, 일곱째 피치는 몇 미터 숨 고르고는 냅다 기어오른다. 간무봉. 좁은 헬기장이다. 삼각
점은 낡아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삼각점 말고는 간무봉이라고 알아볼 아무런 표식이 없다. 정상 표지석도 표지판
도 산행표지기도 없다. 사방에 키 큰 나무숲 둘러 조망도 없다. 해는 진작 졌다. 거센 파도처럼 밀려오는 어둠에 쫓
겨 내린다. 그래도 마지막 울창한 소나무 숲길은 어두워서 더듬거려 내린다.
신월리 입구 고갯마루. 신남 택시 부른다.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고 추위는 엄습하고 걷기로 한다. 산모롱이에서 서
둘러 달려온 택시와 만난다. 반갑다. 신남 택시를 불러 탄 것이 이전에도 있었던 터라 신남 가는 길에 그때의 기사님
에게 들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신남에 미군부대가 주둔했을 적에는 호시절이었다는 것, 그때는 열두 집에 이르는
다방이 성업 중이었다는 것. 전 대통령이었던 박근혜가 학창시절에 이곳 신남 정자리로 봉사활동을 나와서 알게 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라고 아버지에게 얘기하여 그 덕분에 이곳에 전기가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 그러자 그 얘
기를 들은 기사님은 자기가 그때 했던 말이라고 한다.
신남. 동서울 가는 버스는 20분 후인 18시 40분에 있다. 이전에 비오는 날 산행 마치고 신남 중국집에서 뜨뜻한
짬뽕을 맛있게 먹었던 일을 기억하고 그 중국집에 가려고 했으나 그럴 시간이 없다. 동서울터미널 근처 음식점에나
들러 허기를 달랠 수밖에.
25. 양구, 옛 이름은 ‘양록(楊麓)’이다.
26. 멀리는 설악산 연릉
27. 오른쪽 뒤는 봉화산. 맨 왼쪽은 계명산
28. 간무봉 가는 톱날 같은 능선 길에서 바라본 서쪽
29. 멀리 가운데는 가리산
30. 멀리 왼쪽이 가리산
32. 멀리 가운데는 남설악 가리봉, 그 왼쪽 뒤는 점봉산
33. 간무봉 가는 능선 길
35. 신월리 입구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수리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