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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놀던 옛 동산에 – 도봉산(포대,신선대,오봉)
1. 칼바위봉
조반 후 단장 짚고 험난한 전정(前程)을 웃음경 삼아 탐승의 길에 올랐을 때에는 어느덧 구름과 안개가 개어져 원근
산악이 열병식하듯 점잖이들 버티고 서 있는데, 첫눈에 동자(瞳子)를 시울리게 하는 만산의 색소는 홍(紅)! 이른바
단풍이란 저것인가 보다 하였다.
만학(萬壑) 천봉(千峰)이 한바탕 흔들리게 웃는 듯, 산색(山色)은 붉을 대로 붉었다. 자세히 보니 홍(紅)만도 아니었
다. 청(靑)이 있고, 녹(綠)이 있고, 황(黃)이 있고, 등(橙)이 있고, 이를테면 산 전체가 무지개와 같이 복잡한 색소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얼핏 보기에 주홍(朱紅)만으로 보이는 것은 스펙터클 조화던가!
복잡한 것은 색만이 아니었다. 산의 용모가 더욱 다기(多歧)하다. 혹은 깎은 듯이 준초(峻峭)하고, 혹은 그린 듯이
온후하고, 혹은 막잡아 빚은 듯이 험상궂고, 혹은 틀에 박힌 듯이 단정하고…… 용모 풍취가 형형색색인 품이 범속
이 아니다.
―― 정비석(鄭飛石, 1911~1991), 「산정 무한」
▶ 산행일시 : 2023년 12월 9일(토) 흐림
▶ 산행인원 : 2명(악수, 정호)
▶ 산행코스 : 도봉탐방지원센터,냉골 약수터,청룡사 터,다락능선,포대,Y자 계곡,신선대,칼바위, 오봉능선 갈림길,
오봉,오봉샘터,오봉고개,칼바위 아래 갈림길 안부,관음암,마당바위,승락사,구봉사,도봉탐방지원센터
▶ 산행거리 : 도상 11.4km
▶ 산행시간 : 8시간 8분(06 : 45 ~ 14 : 53)
▶ 교 통 편 : 승용차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6 : 45 – 도봉산 입구 공용주차장, 산행시작
07 : 45 – 청룡사 터
08 : 17 – 529m봉, 다락능선
08 : 44 - ┫자 만월암(0.4km) 갈림길
08 : 55 – 포대(711m)
09 : 30 – 신선대(726m)
10 : 25 – 칼바위, 오봉능선 갈림길
10 : 58 – 오봉(666m)
11 : 30 – 오봉 샘터, 점심( ~ 12 : 00)
12 : 19 – 오봉고개
12 : 46 – 칼바위 아래 거북골 갈림길
13 : 15 – 관음암
13 : 30 – 마당바위
13 : 57 – 승락사(勝樂寺)
14 : 16 – 구봉사(龜峰寺)
14 : 23 – 금강암
14 : 40 – 도봉탐방지원센터
14 : 53 - 도봉산 입구 공용주차장, 산행종료
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3. 산행 그래프
▶ 신선대(726m)
근래 날씨가 무척 맑아서 산에 오르면 환상적인 조망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오늘 서울의 일출시각은 07시 34분이
다. 어쩌면 일출을 물론 만학을 채운 운무 위로 천봉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설렘으로 새벽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인봉의 정면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능선에 다가가 진작부터 소원했던 이른 아침의
첫 햇살 받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칼레파 타 칼라(kalepa ta kala)! ‘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어렵다.’였다.
06시 30분쯤인데 도봉산 입구 주차장은 벌써 거의 만차다. 주차요금 때문에 박차(泊車)일 리는 없고 나보다 더 일찍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아직 어둡다. 손전등 불빛 비추며 간다. 도봉산탐방지원센터 출입구는 열렸다.
04시부터 산행이 가능하다. 광륜사 지나고 그 뒤쪽 배드민턴장 쪽으로 오른다. 등로는 대로다. 돌계단 한참 오르려
니 땀난다. 날이 봄날처럼 포근하다. 실제 기온이 그러하다. 겉옷 벗고 팔 걷어붙인다.
┫자 은석암 갈림길에서 왼쪽 냉골 입구로 간다. 냉골약수 지나 녹야원(鹿野苑) 가는 주등로와 만나고 우리는 목책
넘어 지능선을 잡는다. 정호(내 아들이다)가 묻는다. 녹야원이 무언가요? 인도에서 ‘석가가 처음으로 설법한 곳’이라
고 한다.
돌길 오르고 잔솔 사이 완만한 슬랩을 지난다. 여명이 더디다. 안개가 자욱하다. 뒤돌아 하늘 우러르니 그믐달과
샛별이 동쪽 하늘을 훨씬 오른 중천에 보인다. 마치 내 사진 찍히기를 여태 기다린 것처럼 아주 잠깐이다.
그믐달과 샛별(殘月曉星)이다. 샛별은 항상 그 자리인데 그믐달은 한 달마다 샛별 옆에 뜬다. 옛 문인은 이 둘을
새벽에 바라보고 자신의 처연한 심사를 투영하였다. 과정 정서(瓜亭 鄭敍, 생몰연대 미상)가 고려 의종 때 동래 배소
(配所)에서 읊은 「鄭瓜亭曲」이 우리 귀에 익다. “내님믈 그리ᅀᆞ와 우니다니/山 졉동새 난 이슷ᄒᆞ요이다/아니시며
거츠르신ᄃᆞᆯ 아으/殘月曉星이 아ᄅᆞ시리이다/ ……”
익재 이제현(益齋 李齊賢, 1287~1367)은 다음과 같이 「鄭瓜亭曲」의 해시(解詩)를 지었다. 악곡에서 님은 임금인
의종이다.
憶君無日不霑衣
正似春山蜀子規
爲是爲非人莫問
祇應殘月曉星知
님 그리워 옷깃 적시지 않는 날이 없으니
바로 봄 산의 소쩍새 같네
옳고 그름을 묻지를 마오
응당 새벽달과 새벽별은 알리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은 흑산도로 유배 가는 형인 정약전(丁若銓, 1758~1816)과 나주 율정에서
이별하면서 다음과 같은 「율정에서의 이별(栗亭別)」이란 시를 남겼다. 비감함에 가슴이 뭉클하다.
초가 주점 새벽 등불 깜박깜박 꺼지려 하는데
일어나서 샛별을 보니 아! 이제는 이별인가
두 눈만 말똥말똥 나도 그도 말이 없이
목청 억지로 바꾸려니 오열이 되고 마네
茅店曉燈靑欲滅
起視明星慘將別
脉脉嘿嘿兩無言
强欲轉喉成嗚咽
해가 뜨면 안개도 물러나려니 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약간 사나운 슬랩 올라 너른 암반인 조망처다. 배낭 벗어놓
고 첫 휴식한다. 고개 들어 사방 둘러보니 만천만지한 안개다. 하긴 어제 오늘 봄날처럼 포근하다. 봄 안개가 지폈
다. 바로 골 건너편 냉골 릿지와 미륵봉마저 흐릿하다. 벼르고 벼른 오늘 도봉산에서만 이렇다면 무척 서운하겠지만
서울을 벗어난 다른 산에서도 이럴 것이라 위안으로 삼는다. 암릉 잠시 지나고 지능선 갈아타고 한 차례 가파르게
올라 청룡사 터다.
4. 샛별과 그믐달
5. 청룡사 터, 암반 위에 석탑만 있다.
6. 등로 주변, 사방에 안개가 자욱하다.
8. 신선대 노송
9. 칼바위, 불과 몇 미터 앞인데 안개에 가렸다.
10. 오봉
11. 오봉 아래 558m봉
12. 여성봉(563m)
녹야원 쪽으로 몇 미터 내려가다 목책 넘어 능선을 잡는다. 그새 도봉산도 많이 변했다. 곳곳을 가지 못하도록 막았
다. 그러나 인적은 주등로 못지않게 훤하다. 배낭 벗어놓고 선인봉의 정면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바위에 오른다. 아무리 눈 비벼도 캄캄하다. 도무지 안개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러날 수밖에.
바윗길의 연속이다. 여느 때는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까마귀골이 눈앞이었는데 오늘은 막막한 무중이다.
곳곳 절벽마다 가까이 다가가 보지만 여전히 자욱한 안개 속이다. 529m봉을 넘고 다락능선 주등로에 든다. 오가는
이 없는 우리 둘만의 호젓한 산길이다. 다락능선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세 피치의 암릉이다. 쇠난간이 있어
어려운 구간은 없다. 예전에는 담력을 기르고자 쇠난간이 없는 옆의 말바위이던가 암릉을 기어오르기도 했다. 어떤
날은 돌부리와 암벽 홈이 손으로 움켜잡을 만큼 크게 보이고, 어떤 날은 그 암벽이 손톱 넣을 틈도 보이지 않았다.
첫 피치는 쇠난간 잡고 오르는 가파른 슬랩이다. 안개비에 젖은 슬랩이 상당히 미끄럽다. 통천문 지나고 짧은 출렁
다리 건너 둘째 피치다. 층층바위 직벽이다. 늑목하듯 쇠난간을 붙들고 오른다. 마지막 바위 턱이 높아 오르기 까다
롭다. 셋째 피치가 재미있다. 돌출한 암릉이다. 그 양쪽에 쇠난간이 튼튼하다. 암벽은 미끄럽고 암벽에 박힌 철주 밑
부분에 발을 디뎌가며 오른다. 다 오르고 고개 들면 사패산에서 이어지는 장릉과 암봉들이 가경인데 오늘은 무망이다.
바윗길 길게 올랐다가 얼른 내리면 ┫자 만월암(0.4km) 갈림길이다. 한때는 왼쪽 사면을 길게 돌아 식당바위로
가서 수직의 절벽을 오르기도 했다. 바윗길 한 피치 오르면 슬랩 덮은 긴 데크계단이다. 그러고 나서 그 끝은 포대
데크전망대다. 자욱한 안개는 불과 몇 미터 앞도 가렸다. 잠시 서성이며 가쁜 숨 고르고 Y자 계곡을 향한다. Y자 계
곡은 일방통행이다. 포대에서는 신선대 쪽으로, 신선대 쪽에서는 북쪽 사면의 우회로로 통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Y자 계곡. 우선 어깨에 멘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스틱 접어 손의 자유를 확보한다. 쇠난간을 붙잡고 내리고 오르는
게 아니라 쇠난간에 매달려 내리고 오른다. 암벽이 안개비에 젖어 미끄러워서다. 팔심이 부쳐 몇 번이나 오르다말고
쉰다. 내쳐 신선대도 오른다. 무망일 테지만 여기까지 와서 모른 체 할 수는 없다. 만장봉을 월곡 오원(月谷 吳瑗,
1700~1740)의 시 「만장봉(萬丈峰)」을 빌려 바라보려 했는데 글렀다.
만장봉 꼭대기에 아침 해 비치는데
일천 봉우리에 나뭇잎 지니 숲 언덕 정갈하네
나뭇잎 떨어지고 늦가을 풍상 모진들 어떠랴
구름 안개 다 걷히니 산이 더욱 높네
萬丈峰頭朝日照
千巖落木淨林臯
不妨搖落風霜晩
盡卷雲煙山更高
13. 오봉
15. 오봉능선 684m봉, 지도에 따라서는 ‘오봉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16. 오봉 앞모습
17. 오봉 제4봉. 오른쪽 슬랩을 오르는 암벽꾼이 보인다.
18. 오봉 제3봉, 제4봉, 제5봉
19. 오봉 제4봉, 제5봉
20. 오봉
21. 상장능선, 맨 오른쪽이 상장봉
22. 칼바위
23. 가운데가 만장봉
▶ 오봉(667m)
오가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서로 반갑다. 이때는 꼬박 수인사 나눈다. 뜀바위, 주봉, 기름바위는 다만 눈 돌
려 가늠해 보고 등로 따라 사면을 돌고 돈다. 데크계단 길게 올라 칼바위 직전 갈림길이다. 오봉능선을 향한다. 여느
때처럼 물개바위 왼쪽 밴드를 돌며 바라보는 칼바위가 오늘은 환영(幻影)으로 보인다. 쇠난간 붙잡고 슬랩 두 피치
내리고, ┫자 도봉주릉 갈림길 지나고 사면 도는 돌계단을 길게 내린다.
이제 쇠난간 붙드는 험로는 끝났다. 안개에 가려 보이는 게 없어 막 간다. 684m봉을 왼쪽 사면으로 돌아 넘고, ┫자
오봉샘 갈림길 지나 계단 오르고, 헬기장에 이어 여성봉 갈림길 지나면 오봉이다. 안개가 약간 걷혔다. 오봉 연봉이
보인다. 오봉은 볼 때마다 다정하고 수려한 모습이다. 오봉은 뒷모습이 앞모습보다 더 아름답다. 바위에 올라 내려
다보고 슬랩을 내려 다가가 올려다본다. 그런 다음 오봉샘 가는 길 바위 턱에 기대어 머리 내밀고 그 앞모습을 바라
본다. 제4봉 오른쪽 슬랩을 오르는 암벽꾼이 보인다. 힘내시라 응원한다.
김장호(金長好, 1929~1999)가 그의 명저 『韓國名山記』의 ‘도봉산(道峰山)’에서 오봉 오르는 대목이 아주 실감이
난다.
“처음 바위에 붙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바위로 우이암(542m)과 오봉(675m)이 있다. 그 중에도 오봉은 이 산줄기에
서도 유독 서쪽으로 나앉아 인적기마저 뜸하여 파트너끼리 호젓하게 바위타기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다섯 개 암봉
이 가지런히 감투를 하나씩 머리위에 올려놓고 줄지어서 암봉들이라, 피치는 그만큼 짧은대로 크랙, 슬랩, 침니, 버
트레스, 오버행 등 갖출 것 다 갖춘 제격의 겔렌데(Gelende, 바위타기 훈련장)로서 안성맞춤이다. 선두를 다툴 일도
없이 그야말로 호젓하게 다섯 개 암봉을 차례차례 섭렵한 뒤, 그 중 제일 뒤 끝머리에 붙은 마지막 제5봉의 감투위에
올라앉아 멀리 김포평야 앞바다로 지는 해를 바라면, 잠시 눈을 감고 싶도록 황홀할 밖에 없다.”
오봉을 오래 볼 수 있도록 능선 길 내리다가 목책에서 왼쪽 사면을 길게 내려 오봉샘이다. 오봉샘 주변의 너른 쉼터
에 석상으로 놓인 암반에 자리 잡고 점심밥 먹는다. 정호와의 삼십여 년 전 추억을 생각하여 사발면과 보온물통을
준비했다. 그때보다 맛이 훨씬 덜하다. 그때는 땅바닥에 흘린 라면발도 아까워서 주워 먹었다.
사면 돌고 돌아 오봉고개다. 칼바위 직전 645m봉에서 칼바위를 보고, 관음암 가는 길목의 전망암에서 에덴동산을
보려고 칼바위 쪽으로 방향 튼다.
단체등산객들에게 쫓기다시피 하여 잰걸음 한다. 자칫 그들 무리에 섞이기라도 하면 부지하세월인 산행이 될 터이
고, 걸음걸음 왁자한 그들의 즐거움에 쉽사리 동화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개가 아쉬운 대로 많이 걷혔다.
645m봉에서 보는 물개바위와 칼바위가 예전처럼 다기(多岐)하다. 또한 그 뒤의 만장봉은 심산유곡의 준봉이다.
바윗길 내린 안부는 ┣자 거북골 갈림길이다. 거북골 쪽으로 몇 미터 내려가면 왼쪽 사면 돌아 관음암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사면 돌아 관음암 가는 길은 바윗길의 연속이고 곳곳이 경점이다. 우이암 너머로 상장능선, 그 뒤로 북한산 연릉
연봉이 멋지게 보인다. 그러나 오늘은 가까운 보문능선과 우이암만이 그것도 실루엣으로 보인다. 우이암은 관음보
살이 부처님을 향해 기도하는 형상을 한 바위와 봉우리이다. 원래는 관음봉 또는 사모봉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보시
라! 온갖 풍상에도 굴하지 않는 경건한 자세로 기도하는 모습이다. 이 겨울에는 더욱 그러한 모습이다.
관음암 가기 전 오른쪽으로 몇 발자국 등로 비켜 소나무 숲 그늘진 암반이 전망암이다. 신선대와 그 주변을 한 눈에
일람할 수 있는 일대 경점이다. 기암괴석과 노송이 한데 어울린 현란 무비한 경치다. 눈이 시도록 바라보고 내린다.
야트막한 골짜기로 내렸다가 바위벽 오르고 내리면 관음암이다. 절집이 주위에 안개 장막 드리워서인지 더욱 적막
하다. 마당바위를 향한다. 가파른 돌계단 내리고 사면 돌 무렵 왼쪽의 슬랩에 바짝 다가가면 주봉(柱峰)과 신선대,
에덴동산, 그 너머로 만장봉이 12폭 병풍처럼 펼쳐진다.
다시 한 차례 돌길 내리고 사면 길게 돌면 마당바위다. 마당바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여기서는 멀찍이
보문능선과 우이암 연릉을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특히 기도하는 관음보살이 돋보인다. 곧장 내린다. ┫자 갈림
길에서 직진하여 능선을 이어가고, 내리막이 잠시 주춤한 소나무 숲에서 왼쪽으로 30m쯤 벗어난 전망암에 들른다.
선인봉의 옆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 이로써 아이맥스 파노라마영화는 끝났다.
┣자 갈림길에서 오른쪽 승락사로 내린다. 하늘 가린 한적한 소나무 숲길 한 차례 길게 내리면 문사동계곡 주등로와
만나고 조금 더 가면 왼쪽으로 승락사 절집이 있다. 도봉산에 절과 암자가 무려 60여개나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다.
배낭 벗어놓고 들른다. 암벽 앞의 극락전(極樂殿) 주련을 들여다보고 나온다. 一葉紅蓮在海中/碧波深處現神通
(바다 속 붉은 연꽃 한 송이 피어나/푸른 파도 깊은 데서 신통을 보이시네)
계곡 길로 내린다. 계류 잴잴거리며 법문하는 구봉사 지난다. 그 아래 금강암도 들른다. 절집 맨 위쪽에 있는, 독성
(獨聖)과 칠성(七星), 산신(山神)을 함께 모신 삼성각(三聖閣)의 주련이다. 독성은 독학으로 깨우친 수행자, 칠성은
사람이 수명과 재물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한다.
靈山昔日如來囑
威振江山度衆生
萬里白雲靑嶂裏
雲車鶴駕任閒情
옛날 영산에서 여래의 위촉으로
강산에 위엄 떨치며 중생 제도하시네
만리 뻗친 흰 구름과 푸른 산 속에서
학이 끄는 구름수레 타고 한가로이 지내시네
서원교 건너고 대로다.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이윽고 도봉탐방지원센터 나오고 등산용품가게 지나 문화광장이다.
아수라장이다. 정적(政敵)을 난자하는 핏발 선 플래카드와 목청 높인 구호가 난무하고 그 아래는 탈춤의 괭가리
소리가 요란하다. 오늘 여덟 시간 남짓한 산행이 한바탕 꿈이런가, 속세는 이러하다. 뒤돌아보는 선인봉과 만장봉도
이 꼴이 보기 싫은지 안개에 가렸다.
24. 왼쪽이 물개바위, 오른쪽이 칼바위
25. 우이암
27. 가운데가 만장봉
28. 신선대
29. 만장봉과 선인봉
30. 신선대와 에덴동산(오른쪽)
31. 신선대
32. 우이암, 관음보살이 기도하는 모습이다.
33. 선인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