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21) – 변산바람꽃(안양 수리산)(1)
변산바람꽃
2024년 3월 6일(수), 안양 수리산
금년이 작년보다 시절이 더 이르다고 한다. 바쁘다.
변산에는 변산바람꽃이 이미 지고 있으니 안양 수리산이 급해졌다.
전철 타고 안양역에 내려서 광장으로 나와 택시 타고 병목안삼거리 지나 수리산 성지 위쪽 주차장까지 갔다.
택시요금은 8,600원 나왔다.
군사작전도로를 따라 걷기보다는 수암천 왼쪽 데크로드를 걷는 편이 더 낫다. 데크로드 끝나는 데서 도로 따라 약간
더 오르다 가드레일 넘어 계곡으로 내려갔다.
인적 쫓는다. 인적 중에 땅바닥이 반질반질한 데는 그 주변에 변산바람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어쩌면
변산바람꽃보다 이를 탐화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들이 몰려 있거나 엎드린 데 또한 멋진 변산바람꽃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납작 엎드린다.
이굴기의 『꽃산행 꽃詩』(2014, 궁리출판)에서 인용된 시 중 몇 수를 재인용하여 변산바람꽃과 함께 올린다.
내 마음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미당 서정주, 「동천(冬天)」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전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백석, 「여승(女僧)」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그 꽃」
路傍一孤塚
子孫今何處
惟有雙石人
長年守不去
길 옆 외로운 무덤 하나
자손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나란히 서 있는 문인석 둘뿐
오랜 세월 지키며 떠나지 않네
—— 김상헌(金尙憲, 1570~1652), 「노방총(路傍塚)」
渡水復渡水
看花還看花
春風江上路
不覺到君家
물 건너 다시 물을 건너
꽃을 보며 또 꽃을 보며
봄바람 부는 강 언덕길을 오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대 집에 다다랐네
—— 고계(高啓), 「심호은자(尋胡隱者)」
空山足春雨
緋桃間丹杏
花發不逢人
自照溪中影
빈산에 흠뻑 봄비 내리고
복숭아꽃 살구꽃 울긋불긋 피었네
산중이라 피어도 보는 이 없어
혼자서 시냇물에 제 그림자 드리웠네
—— 대희(戴熙), 「공산춘우도(空山春雨圖)」
馬蹄踏水亂明霞
醉袖迎風受落花
怪見溪童出門望
鵲聲先我到山家
말발굽 물 밟으니 물에 비친 그림자 흐트러지고
취한 이 소맷자락에 바람 따라 꽃잎 쌓이네
개울가 동자 어찌 알고 문밖에서 날 기다리나
까치가 먼저 와서 알렸던 게로군
—— 유인(劉因), 「산가(山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