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 초하루 영등날
어릴 때 영등날 아침 부엌에서 밥을 지어놓고 할머니께서 식구대로 숟가락을 꽂아 온 식구의 안녕을 비는 소지를 올리며 두 손 모아 비셨다. 그리고 검은 콩을 볶아 놓고 먹은 기억도 난다. 그리고 장독대에 영등할머니의 제단을 색천과 문종이, 지화 등을 나무가지에 달고 정화수를 떠다 만들기도 했다.
1.영등날의 탐구
음력으로 2월 첫째 날을 가리키는 말. 이월 초하루를 가리켜 머슴날, 노비일, 아드렛날, 하리아드렛날이라 부르기도 한다.
풍신(風神)날 아침에는 오곡밥, 명탯국, 냉수를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다. 어물(魚物)로는 북어를 주로 올리며 비린내 나는 생선은 올리지 않는다. 이월할머니는 스무날이 지나면 올라가는데, 이때쯤이 되면 바람이 심하게 분다. 이 바람을 두고 이월할머니가 올라가는 것으로 여긴다. 이날 다시 밥을 해서 할머니를 잘 올라가라고 위하기도 한다. 특히 이날은 풍신날로 강원도 횡성에서는 아침에 우물물이나 개울물을 장독간 위에 한 그릇을 올려놓고, “풍신할머니 가족들 건강하고, 올해 곡식 잘 영글게 해주십시오.” 하며 치성을 드리기도 한다.
경북 일원에서 풍신에 기원해서 액운을 면하고 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며 풍신제(風神祭)를 지낸다. 그리고 영등할머니가 올라가는 날이므로 소지를 올려 집안에 불길한 일이 없도록 하였다. 이날 풍신이 온다고 하여 물을 떠서 장독 위에다 올려놓는데, 풍신이 올라가는 날까지 날마다 물을 새로 떠다 놓는다. 풍신이 내려왔다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도 하는데, 음식을 장독대에 가져다 놓기도 한다. 또 풍신이 올라가는 날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이때쯤이면 1월과 마찬가지로 농한기(農閑期)가 계속되지만 땅이 해동(解冬)하는 시기로, 식물의 소생도 함께 이루어진다. 따라서 농사에 대한 준비가 활기를 띠면서 농한기가 끝나는 시점이 된다. 영등날은 농한기의 마지막 명절로서 농경신인 영등할머니를 잘 대접하여 농사의 풍년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했던 것이다. 또한 이때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관찰하여 한 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는데, 날씨와 딸, 며느리와 관련한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의 가족에 대한 관념을 잘 보여준다.
2.영등날 경북의 풍속
청송지방은 이월 초하룻날은 영등할머니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하여 제사를 지낸다. 영등할머니는 이월 초하룻날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20일 후에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바람과 농작물의 흉풍(凶豐)을 다스리는 신으로 농사가 잘 되게 해주고 재수가 항상 좋도록 해 달라는 뜻으로 제사를 지낸다. 여신이기 때문에 울긋불긋한 헝겊으로 제단(부억이나 장독대등)을 장식하여 정화수(井華水)를 떠놓고 아침 일찍 그 집 주부가 손을 비비며 집안의 편안을 빈다. 영등할머니는 해마다 딸이나 며느리 중 하나를 대리고 오는데 딸을 데리고 오는 해는 아무 일도 없으나 며느리를 데리고 오는 해는 심한 바람을 몰고 온다고 정해 내려오고 있다.
아침 일찍 세 바가지의 물을 담아서 장독대, 광, 부엌에 올려놓고 소원을 빌고 광주리에 밥, 떡을 담아서 빌기도 한다. 그리고 식구 수대로 소지(燒紙)를 올린다.
영천지방은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 청소를 깨끗이하고 오곡밥을 지어 그릇에 담지 않고 솥뚜껑을 열어 놓고 식구대로 숟가락을 꽂아 세우고 문종이를 대나무에 매달고 가족 개개인의 성명과 생년월일을 불러 가며 무탈 안락과 소원 성취를 빌고 소지를 올렸다.
3.우리 마을의 영등 행사
1)장독대에 제단(祭壇)을 만들었다.
‘자료화면’ 장독대에 제물 진설을 한 모습
(부산시강서구천성동 가덕도-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자료화면’과 다르게 장독대에 대나무를 꽂아 그곳에 색 천과 한지 그리고 지화(紙貨) 또는 동전을 달아맨다. 그리고 정화수를 떠서 상위에 올려놓고 제수는 없이 소박하게 제단을 만들었다. 마을에서는 남보다 먼저 정화수를 뜨려고 앞 거랑 샘물터에 가서 먼저 정화수를 뜨려고 경쟁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집은 우물이 있어 장독대에 우물 물을 떠다 놓고 제단을 만들었다.
2)아침에 소지(燒紙)를 올린다.
‘자료화면’ 식구 수대로 주부가 가족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부르며 소지를 올리며 빈다.
이월 초하룻날 아침에 오곡밥을 지어 솥에 식구대로 숟가락을 꽂고 풍신(風神)에게 식구 모두의 안녕을 빌었다. 한지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소지를 만들어 식구 한 사람씩 이름과 생년월일을 부르며 불을 부쳐 올리고 두 손 모아 할머니께서 비셨다.
3)연을 만들어 날렸다.
연날리는 풍속도
영등할머니가 2월 20일 하늘로 올라가면 장독대 옆에 차려둔 제단을 치운다
그때 걸어둔 문종이로 방패연을 만들어 장애물이 없는 ‘뒷번드기’에 가서 ‘새들’ 쪽으로 연을 날렸다. 연줄은 길쌈 할 때 쓰이는 무명 실꾸리를 꺼내어 연에 매어 신나게 날렸다. 할머니의 허락을 받지 않고 연줄로 썼기에 할머니의 꾸중을 많이 들었다. 센 바람에 연줄이 끊어져 연이 나라가며는 연을 찾아 ‘새들판’을 달리기도 했다. 또한 연을 날려 보내면 액운을 날려 보냈다고 좋아들 했다.
4)콩을 볶아 먹었다.
‘자료화면’은 초하룻날 볶아먹는 검은 콩
이월 초하루에 콩을 볶아먹는 것은 전국적인 풍습이다. 콩을 볶는 목적은 지역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대부분 벌레나 쥐, 두더지의 해를 막고, 새삼 같은 잡초의 번식을 막고 재액이나 질병을 예방[豫防]하여 농작물의 풍작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 또 곡식이 잘 여물라는 의미에서 콩을 볶기도 하는데, 콩이 톡톡 튀는 소리가 곡식 여무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주로 이월 초하룻날 식전에 콩을 볶으면서 “좀 볶자”, “해삼 볶으자, 콩 볶으자.”,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콩 볶아라.” 같은 주언(呪言)을 한다.
o이월(二月) 영등(燃燈) (인계의 망향가에서)
영등 할미 내려오는 이월 초하룻날은
농사흉풍(農事凶豊) 다스리는 그 할미 정성 쏟지
한 솥 지은 밥솥에다 식구대로 숟갈 꼽고
한지(韓紙) 소지(燒紙) 살며 식구 안녕 빌었다네
장독대 온갖 색 천 한지 지화(紙貨) 걸어놓고
정화수(井華水) 떠 다 만든 연등 할미 모신 제단
올해 딸 대러 와 큰바람 없애주고
풍년 농사 식구 안녕 그 집 주부(主婦) 두 손비네
o연날리기
연등 행사 쓰인 한지 연 만들어 날렸지
가오리 방패연 하늘 높이 올라갈 때
‘실꾸리’ 찾아오신 할머니 야단 소리
연날리기 신이 나서 들리지 않았다네
세찬 바람 불어와서 연줄 끊어지면
날아가는 연을 찾아 천길만길 뛰어갔지
아쉬움에 헐떡이는 손자(孫子) 손 잡은 할매
날아간 연이 모든 액운(厄運) 싣고 갔다 하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