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서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내가 찾은 독도법》은 한 인간이 삶의 무게를 견디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의 언어로 정제해 낸 작품집이다. 시인은 “이상은 언제나 반짝이는 신성(晨星)”이라 말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와 내면의 빛을 잃지 않는 삶을 노래한다.
그의 시는 언제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명심보감을 읽어주던 아버지의 손길, 자취하며 자립을 배운 청년 시절, 그리고 ‘여자 나이 마흔둘에’ 문학을 만난 순간까지, 그의 인생은 고요한 깨달음과 단련의 시간으로 이어져 있다.
시인은 그 모든 경험 속에서 ‘주체화된 삶’의 의미를 찾았고, 그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독도법’의 본질이다.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용수철처럼, 상처 속에서도 스스로를 세워 나가는 법 말이다.
그의 시에는 따뜻함이 있다. “흙돌담을 찾아가고 싶다”는 구절처럼, 시인은 늘 고향과 어머니, 그리고 잊히지 않는 추억의 향기로 되돌아간다. 「아보카도의 꿈」에서는 생명의 탄생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고, 「부부」에서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랑을 삶의 물지게에 빗대어 표현한다. 「유리벽 속의 봉황」에서는 아버지의 장인정신과 그리움을 담아내며, 「황토의 꽃」에서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자식에게 흙냄새 같은 어머니의 사랑을 전한다. 그 모든 시가 결국 하나의 큰 울림으로 모여 ‘삶을 믿는 힘’이 된다.
임진서 시인의 언어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는 삶을 향한 따스한 믿음과 진심이 고요히 흐른다. 그는 말한다. “문학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반추하며 정제하여 삶의 언어로 승화시키는 일”이라고. 그의 시는 바로 그 말의 증거다. 고통조차 품어 안아 다시 생명으로 되돌리는 과정, 그것이 그의 문학이다.
시집의 마지막에서 시인은 “그래서 나는 내가 참 좋다고” 고백한다. 그 한 줄에는 오랜 시간 자기 자신과 싸워온 사람의 단단한 온기가 담겨 있다. 삶이란 결국 자신을 믿고 걸어가는 길, 그 길 위에서 상처와 사랑, 현실과 이상을 함께 안아내는 것임을 그는 보여준다.
이 책 《내가 찾은 독도법》은 우리 모두에게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법으로 걸어갈 용기를 건넨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그 자체가 이미 삶의 방향이라 말한다. 시인의 언어는 다정한 등불처럼 독자의 마음에 남아, 우리 또한 자신의 내면을 향해 조용히 되묻게 한다.
“괜찮다, 지금 이 길이 바로 너의 독도법이다.”
<작가소개>
시인 임진서
■ 약력
• 본명 : 임진서(林辰書) | 호 : 佑命 | 화가명 : 賢姈
•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회원
• 한국문인협회 회원 | 은평지부 시화전 분과 이사
• 문학신문 예술원 이사
• 사)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원
•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원
• 前)한국시사랑 문인협회 운영이사
• 천상병 “귀천” 시비 건립 동인
• 前)영천신문 연재시인
• 국립세종도서관 인문예술자료 도서 소장
• 화가 - 성화, 인물화, 사실화 주문제작, 효해기법 교육
• 국방대학원 명예석사 학위 이수
• 한국시사랑문인협회 “2001 최우수 詩” 선정
• 임진서 詩노래化 - 김성관 음반(2집, 3집) 5곡 수록
• 詩노래 中 “인동초” 극 中 삽입곡 선정 - 극단 “고도”
• 여성신문 “미즈플러스” 인터뷰 표제기사
• 문학신문 표제기사
• 경남도민일보 詩노래 공연 기사
• 불교방송, 불교일보 詩 “因과 緣” 발표
■ 저서
• 제1시집 - 내가 하늘을 쳐다보는 것은 / 아이올리브
• 제2시집 - 밤나무가 제 꽃향기에 취해 휘청거릴 때 / 청연
• 제3시집 - 미완성의 반추상화 / 청연
▪ 글 | 그림 | 사진 | 편집 - 임진서
▪ 표지 그림 | 한강의 봄 - 임진서
▪ E-mail : limpicture7@hanmail.net
<이 책의 목차>
제1부. 저 산은 묵묵히 시간을 쌓았고
아보카도의 꿈
The Avocado’s Dream
봄비 오면
4월의 기다림
여자 나이 마흔둘에
초록 메뚜기
광대와 망초(望草)
어떤 꿈
황토(黃土)의 꽃
유리벽 속의 봉황(鳳凰)
그믐밤 향기
황원(荒原)의 기린
만미주(萬味酒)
고욤나무
구절판(九折坂) 타령
너를 향한 이 마음
학춤
부부(夫婦)
대추나무 새순 튼다
새야, 너의 부활을 믿고 싶어
행주나루 바람개비
제2부. 이 강은 유유히 시간과 흐른다
봄날의 아침 향기
미완성의 반추상화
그리운 선동(仙洞)
흙돌담
인동초(忍冬草)
찔레 열매
모시 적삼
정황(情況)
패랭이꽃
감자꽃을 따다가
슬픈 모자이크
꽃다지 봄
도시 모퉁이의 밤비
동상이몽(同床異夢)
상큼한 아침
물구나무서기
겨울 민들레
두꺼비를 찾는다
망아지의 울음
제3부. 여기, 저마다의 독도법으로 길을 찾는다
도예공의 애환(哀歡)
이매탈
초배기
거미줄
방향치(方向癡)
어느 날의 배경
첫사랑
지난 사랑
향일화(向日花)
탱자나뭇길
연(軟)달래꽃
청매화
홍매화
밤비가 된 사랑
만 세 살의 꿈
내 스무 살 세 번째 생일
황새냉이꽃이 지기 전에
만도린 소리
산(山)
제4부. 잎이 되고 꽃이 되며 서로에게 향기 되어
내 일곱 살 그때처럼
자운영과 청개구리
호수의 아침
낮달
철없는 님
기다림
상실(喪失) 앞에
가슴 아린 그리움
소라게
어떤 소리들의 전쟁
꽃배추의 언덕
그대 가는 길에
물빛
밤의 비가(悲歌)
해무(海霧) 속의 슬픈 갈매기
솔향기
만추(晩秋)
까미 딱지
제5부. 우리는 꿈이 되고 빛이 되리
인과 연(因과 緣)
유리벽
어떤 비애(悲哀)
망초의 비상(飛翔)
사계절의 생(生)
한숨
여기는 대체 몇 번지요
참꽃
내 화단
그 뉘라 못 알아듣겠소
겨울 집시
겨울 바닷새
성찰(省察)의 기회
겨울 나그네
수레바퀴
벗 하나 있다네
내 벗님의 노래
헌시(獻詩)
백단심화(白丹心花)
우리는 하나다
<본문 詩 ‘아보카도의 꿈’ 전문>
모난 데가 없이 이뻐서
손안에 쥐고 있던 둥근 씨 하나
그저 그렇게
칸나 화분에 올려놓았다
새벽 닭이 울어 해가 뜨고
저녁 달에 개가 짖던 날들
무심하지 않았던 햇빛과 달빛 속에
남모를 꿈을 잉태했다
칸나가 자라는 동안
함께 자란 열정의 불꽃이 솟아
마침내 둥근 세상 바위가 쩍 갈라졌다
봄! 봄이 왔는갑다
어둠에서 솟아난
우주의 당찬 꿈이
서광(曙光)의 나무로 자라
영광(榮光)의 아침을 맞으며
여기,
황로(黃鷺) 한 마리
맘껏 나래 펴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먼 캐나다의 지성들 앞에서도
조국의 빛을 전했고
이탈리아 오래된 돌길 위에서도
학문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참말로
잘했다
자랑스런 아보카도.
<추천사>
“따뜻한 예술세계의 단아한 기품”
“내가 찾은 독도법”의 저자 임진서 시인은 이번에 네 번째 시집을 상재한다. 임 시인은 문단의 중견 시인으로 그의 약력사항을 보면 대단히 화려하다. 그동안 걸어왔던 그의 발자취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집의 작품세계는 이전의 시집에 나타난 의식세계와는 다소 괘(掛)를 달리하고 있다.
시인은 자신을 ‘화가 시인’이라고 소개한다. 시인과 화가를 동등시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화가를 시인 앞에 배치한 것은 먼저 화가의 길을 걸어왔으며 시인이기 전에 화가로서 그만큼 그림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의 문학작품 역시 한 폭의 수채화다. 다양한 주제에 따른 시작(詩作)에 색채를 입히고 있다. 색채감과 더불어 그의 작품 가운데는 음악이 흐르고 있다. 어느 작품 어느 구절을 읽어봐도 하나 같이 내면의 음악적인 율조가 내재되어 있어 작품이 편안함을 주고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그만큼 친숙하게 다가온다.
시인은 이번 제4시집의 제목을 ‘내가 찾은 독도법’이라 정했다. 독도법(讀圖法)이란 지도를 보고 이해하는 방법이다. 지도를 통해 어딘가를 찾아가기 위한 것이며, 시를 쓴다는 것은 일종의 독도법이다. 결국 인생의 행로 가운데 어딘가를 찾아가는 수단이요 방법이다.
시인이 ‘독도법’이란 용어를 그의 시집 제목으로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단히 중의적이다. 시작을 뜻하는 의미와 더불어 가족사와도 연결된다. 그의 작품 곳곳에 나타나는 남편과 두 아들에 관한 내용이다. 그들은 모두 군 출신이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군의 장교로 복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결국, 독도법이란 창의적인 성격의 시어는 군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 가족을 향한 시인의 애정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현재도 시인의 자제는 해외 유수한 연구기관에 나가 활약하고 있다. 가족에 관한 애정을 근거로 하고 있어도 이를 문학작품으로 형상화한다는 것이 쉬운 작업이 아닌데 임 시인은 성공적인 작업을 실천하고 있다.
시인 자신도 군 출신인 가족 못지않게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강 주변을 따라 수십 키로에 걸쳐 마라톤을 실시한다. 이와 같은 강인함은 결국 그의 의식과 문학세계에도 투시되어 있다.
시인의 작품세계는 온화함과 따뜻함을 나타낸다. 이번 제4시집에는 유난히 주석이 많다. 시작을 하면서 주석을 활용하는 것은 그리 흔치 않다. 그러나 시인의 이와 같은 작업은 독자에 대한 호의요 배려이다. 마치 논문에서 많이 사용하는 형식을 문학작품에서, 그것도 시작에서 활용한다는 것은, 모르는 사실이나 지식의 전달이 아닌 독자에 대한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요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임 시인과 인연이 된 것은 은평문인협회를 통해서였고 어느덧 몇 개의 성상이 지났다. 그럼에도 그동안 가끔씩 나눈 대화가 그의 작품세계에 그대로 반영된 것을 보며 시인의 일상과 창작의 세계가 일체를 이루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만큼 시인의 진솔함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부디 이번 제4시집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전환점이요 변주가 되기를 간구한다. (이길연 / 문학평론가, 고려대 외래교수)
(임진서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48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