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황홀했습니다. 한달반 여정의 유럽 17개국 횡단...
살아숨쉬는 동안 내 자취를 이 땅에 남기고 싶은 이유에서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아랍에미레이트항공을 타고 두바이를 거쳐 영국 히드로공항에 입국하였습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빨간 티셔츠에 무게 17킬로가 넘는 배낭을 무기로
유럽을 쏘아다녔습니다. 한달반의 여정... 잠자리는 민박과 가끔 역대합실이었구요.
특히 런던에서 묵을 때에는 면세점에서 산 말보르라이트 4보루(싯가 육만원)로
살인물가의 런던에서 6박7일의 잠자리를 해결했고...맘씨 좋은 민박집 천개의 태양
여사장께서 주말 푸짐한 바베큐 파티까지 열어주셨구요.^^ 떠날 때는 노잣돈까지
챙겨주시더군요.
버킹검 궁전, 트라팔가광장에 우뚝 선 넬슨제독...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 주연영화 "노팅힐"
거리와 서점도 보았고, 빠알간 2층버스를 타고 대영박물관, 역사박물관 그리고 로열파크를
하루종일 쏘아 다녔습니다.
때는 무더운 여름, 그 물가 비싼 런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음료수 하나도 대형마트에서
사서 마셨습니다. 냉장이 안된 콜라팩을 아이스크림통에 묻어두고, 가까운 여행지를 돌아다니다
몇시간후 계산하고 마시던 그 때...살얼음이 살짝 얼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황혼이 지는 런던타워...그곳에서 만난 구소련연방에서 분리독립한 벨드루시의 소녀댄서 나타샤와의
만남... 올해 봄에 한국의 나이트클럽으로 취업차 온다는 소리에 반가웠고...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그 미소녀의 뒷모습에서 내 젊은 날의 한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템즈강변에서 바라 본 웨스터민스터사원의 야경... 한때 해가 지지않는 나라로 세계를 호령하고,
일개 섬나라에서 약소민족을 협박하고, 학살하며 구슬려 세계 각국에 백인종의 나라의 부동산투기로
졸부가 되었던 영국의 치부가 이제는 움추린 영국 노신사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느껴집니다.
그리니치공원에서의 샌드위치와 초콜렛우유의 점심...피카디리거리의 극장의 연극 "캣츠"
그리고 대영박물관에서의 제국주의 침탈에 의해 인질처럼 끌려 온 그리스 파른테논의 말조각과
앗시리아 문명의 고분벽화... 그리고 이집트 왕조의 미이라, 로제타스톤에 감탄보다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의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음모와 힘에 희생 된 약자의 숙명... 몇백년이
흘러도 약육강식의 논리에 의해 잊혀진 피맺친 절규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니이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외친 절규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런던거리에서
마주치는 구식민지인 아프리카, 아랍계의 남루한 행색과 삶에 지친 모습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거리를 쏘아다니다 들어 온 민박집에는 어릴 때 프랑스로
입양되어 간 26살의 청년 미쉘과 나처럼 배낭여행객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는 이후 며칠전 엠비씨에서 방영한 입양아 특집프로를 통해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르세이유의 백인가정에 입양되어 사춘기에 피부색이 다른 것 때문에 옆집 베트남가정의
아저씨를 아버지로 알고 부르다 양부와 마찰로 가출하여,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비를 모아
한국으로 오게된 청년이었습니다.
런던에서 아쉬운 6박7일을 보내고 유로라인을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유럽대륙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덧글주십시요. 그럼 제가 격었던 에피소드를 계속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글 잘 읽고 감니다..감사 합니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2달가량 유럽여행을하고 돌아 온 후배놈이 부럽더만....님의 여행도 부럽네요. 런던에서 담배 한갑을 만원에 주고 샀다더니 맞군요...살인적인 물가네요.
멋진 여행 경험 잘 읽었어요. 저는 전문 TC가 동행한 여행사 패키지상품으로 매년 1번씩 서너번 갔는데도 지금 사진을 보니 새롭기만 한데 어쩌면 배낭여행을 다니셨는데도 그렇게 세계사를 잘 아시는지 정말 대단하세요. 계속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