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샤를 페로의 <어미 거위 이야기> 중의 <푸른 수염>
대본 앙리 메이약 & 루도빅 알레비
초연 1866년
배경 전설의 시대, 푸른 수염 영주의 성
<2019 리용 오페라 / 123분 / 한글자막>
리용 오페라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미켈레 스포티 지휘 / 로랑 펠리 연출
푸른 수염 영주...........................................................................................얀 뷰롱(테너)
불로트.................푸른 수염의 여섯 번째 아내..................................엘루아즈 마
포폴라니............푸른 수염의 부하........................................................크리스토프 가이
보베쉬 왕......................................................................................................크리스토프 모르탕
플로레트............양치기 소녀(오래전 실종된 에르미아 공주).....제니퍼 쿠시
오스카르 백작.............................................................................................티보 데 다마스
사피르 왕자.....목동으로 변장한 플로레트의 연인........................칼 가자로시안
클레멘타인 여왕.........................................................................................알라인 마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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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오펜바흐: 오페레타 <푸른 수염>, 2019년 리용 오페라 실황
잔혹동화 '푸른 수염'을 배꼽 빠지는 희극으로 바꾼 프랑스 오페레타의 걸작
샤를 페로 동화집의 <푸른 수염>을 다룬 오페라로는 버르토크의 <푸른 수염 영주의 성>(1911), 뒤카스의 <아리안느와 푸른 수염>(1907)이 유명하지만, 그보다 앞서 1866년 프랑스 오페레타의 맹주 자크 오펜바흐가 유쾌한 오페레타를 썼다. 물론 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원작을 심하게 비틀었고 등장인물도 동화와 많이 다르다. 푸른 수염이 살해하려던 아내들은 다 살아있고, 푸른 수염 자신도 벌 받는 대신 여섯 번째 아내 불로트와 재결합한다. 오펜바흐 작품에서 더욱 빛나는 연출력을 자랑하는 로랑 펠리는 이번에도 넘볼 수 없는 희극성을 맘껏 펼쳐냈다. 어느덧 중년이 된 프랑스 오페레타의 명테너 얀 뷰롱(푸른 수염)의 실력은 여전하고, 엘루아즈 마(불로트)는 여성 해방을 이끄는 듯 당당한 희극성을 발휘한다.
샤를 페로의 동화에서 푸른 수염은 아내들을 연쇄 살인하고 계속 새로운 아내를 맞이하고자 하는 살인마지만, 오펜바흐의 오페레타에서 이 잔혹동화는 떠들썩한 한 편의 희극으로 변신한다.
오펜바흐의 전속 대본작가가 다름없는 앙리 메이약, 루도빅 알레비가 원작의 골격만 남기고 크게 바꾼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양치기 소녀 플로레트는 오래 전 실종된 에르미아 공주임이 밝혀져 궁전으로 돌아간다. 왕은 딸에게 결혼 상대를 소개하는데, 양치기 시절 그녀가 사랑한 목동으로 변장했던 사피르 왕자다. 한편 푸른 수염의 부하 포폴라니는 주인의 여섯 번째 아내로 불로트라는 아가씨를 선발한다. 그런데 새 아내를 소개할 겸 국왕을 알현하러 온 푸른 수염은 공주에게 반해 포폴라니에게 불로트를 없애라고 한다. 하지만 포폴라니는 그동안 푸른 수염의 아내들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수면제로 기절시켰을 뿐이었다. 불로테 역시 잠에서 깨어나 푸른 수염의 전처들을 만나고, 힘을 모아 복수하기로 한다. 푸른 수염이 에르미아 공주를 빼앗아 일곱 번째 결혼식을 하려는데, 죽은 줄 알았던 불로트가 전처들을 이끌고 나타나 푸른 수염의 악행을 폭로한다. 궁지에 몰린 푸른 수염은 다시 불로테와 살기로 하고, 에르미아 공주는 사피르 왕자와 재회하며, 푸른 수염의 전처들도 각자 새 남편감을 얻는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들은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뮤지컬에 해당하는 대중적 작품으로 음악사적 가치는 크지 않다. 그러나 뛰어난 연출, 오페레타에 어울리는 가수를 만나면 이보다 더 재미있는 극음악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그 일등공신인 희극 오페라 전문 연출가 로랑 펠리, 오펜바흐 테너의 최고봉이라 할 얀 뷰롱이 나선 최강의 실황이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은진 글>
푸른 수염 영주의 성
벨라 바르토크
바르토크의 유일한 오페라 〈푸른 수염 영주의 성〉은 그의 가까운 친구 벨라 발라즈(Béla Balázs, 1884~1949)가 프랑스의 동화작가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대본에 붙인 단막 오페라이다.
묻힐 뻔한 오페라
발라즈는 처음에는 자신의 룸메이트였던 졸탄 코다이에게 이 이야기를 다룬 대본을 주기로 하고 2년 동안 집필에 매진했다. 그러나 1910년 이 대본이 출판되었을 때 발라즈는 코다이와 바르토크에게 함께 헌정한다. 발라즈의 대본에 매료된 바르토크는, 1911년에 예정되어 있는 헝가리 예술협회 콩쿠르에 출품할 작품으로 오페라를 기획하였다. 그러나 심사위원단은 오직 두 명의 가수가 동일한 배경 속에서 진행하는 플롯만으로는 극음악에 요구되는 극적인 효과가 부족하다고 평가하면서 바르토크의 작품을 선정하지 않았다. 바르토크는 이 일에 크게 좌절했고, 이 작품이 결코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로부터 7년이 흐른 뒤인 1918년, 1917년에 초연한 발레 〈허수아비 왕자〉가 성공을 거두면서 그 인기를 발판으로 마침내 〈푸른 수염 영주의 성〉이 초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19년, 대본작가 발라즈가 정치적 이유로 추방되면서 그의 모든 작품이 상연금지명령을 받았고, 〈푸른 수염 영주의 성〉 역시 1936년까지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고도의 상징으로 그려내는 남성의 내면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은 여성의 호기심에 대해 경고하는 이야기로, 오펜바흐, 뒤카 등 많은 음악가들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그 중에서 바르토크가 그려내는 푸른 수염 영주의 이야기는 매우 독특한 심리극을 보여준다. 바르토크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여주인공보다는 푸른 수염의 내면 심리를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그가 연출하는 심리극은 다양한 상징들을 통해 남성의 욕망과 정신세계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오페라는 푸른 수염과 갓 결혼한 유디트가 그의 성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두운 무대는 일곱 개의 문으로 둘러싸여 있다. 각각의 문이 열릴 때마다 서로 다른 색의 조명이 켜지면서, 각 방이 상징하는 푸른 수염의 내면심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푸른 수염은 유디트에게 그와의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경고하지만, 유디트는 영주의 어둡고 음산한 성에 자신이 사랑의 빛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빛의 세계를 대변하는 유디트는 푸른 수염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하고, 굳게 닫힌 일곱 개의 방을 보여 달라고 말한다. 이후 오페라는 각각의 방을 들여다보며 푸른 수염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본다.
첫 번째 방인 고문실은 남성의 잔인함을 상징한다. 붉은 조명으로 비춰진 첫 번째 방에서 유디트는 핏자국을 발견하지만, 다음 방이 품고 있을 비밀을 계속해서 보려 한다. 두 번째 방인 무기고는 남성의 호전성을 상징하며 황적색 조명으로 물든다. 세 번째 방인 보물창고는 그 이름에 걸맞게 황금빛 조명이 비춰지면서 푸른 수염 영주의 소유욕을 보여준다. 청록색 조명으로 물든 비밀의 화원은 남성의 권력욕을 상징하며, 푸른 수염의 성 주위를 보여주며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그의 욕망을 드러내는 다섯 번째 방은 창백한 흰 색의 조명으로 상징된다. 여섯 번째 방 눈물의 강은 상처 받기 쉬운 감수성을 지닌 푸른 수염의 내면을 보여준다. 이 여섯 번째 문이 열릴 때 전체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푸른 수염이 숨기고 싶었던 약한 심성을 암시적으로 재현한다. 푸른 수염이 가장 열기를 거부한 마지막 일곱 번째 방은 아내들의 방으로, 남성이 끝까지 감추고 싶어 하는 영원한 비밀을 상징하면서 은은한 달빛 같은 조명으로 비춰진다. 이 마지막 방에서 마침내 유디트는 자신의 운명을 깨닫는다. 그녀는 왕관과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채 ‘영원한 새벽’, ‘영원한 낮’, ‘영원한 저녁’으로 명명되어 전시된 영주의 전 아내들을 바라보며 경악하고, 영주는 그녀들과 똑같은 왕관과 보석으로 유디트를 치장한다. 왕관의 육중한 무게에 유디트의 머리는 아래로 떨궈지고, 그녀는 결국 푸른 수염의 ‘영원한 밤’을 상징하는 기념물로 일곱 번째 방에 남게 된다.
강렬한 음색으로 만들어내는 음악적 심리극
오케스트라의 느린 서주가 짧게 연주된 뒤 대사로 이루어진 프롤로그가 전개된다. 바르토크는 오페라의 교훈을 역설하는 음유시인의 대사를 헝가리의 전통시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이윽고 무대 위에 유디트와 푸른 수염 영주가 등장하면, 단2도 음정을 중심으로 한 선율이 전개된다. 이 불협화적인 음정은 슬픔이나 갈등, 위험, 충격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한편, 유디트가 각각의 방에서 핏자국을 발견할 때마다 사용됨으로써 ‘피의 모티브’라고도 불린다. 두 사람이 노래하는 성악 선율은 고도의 반음계 기법과 헝가리어 특유의 리듬을 사용하고 있어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한다. 헝가리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연주자에게는 더욱 난해한 선율이라 하겠다. 동시에 헝가리 민요의 어법을 적용하여 서구 음악과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음악의 구성에 있어 누구보다 논리적이었던 바르토크답게, 전체 오페라의 조성구조 역시 매우 세심하게 계획되었다. 그는 전체적인 음악을 F#음을 중심으로 한 선법으로 구성하고 있지만, 중간부분에서는 F#와 가장 거리가 먼 조성인 C장조를 사용함으로써, 푸른 수염의 어둠과 유디트의 빛을 극명하게 대조시킨다. C장조로 대변되는 유디트의 빛의 세계는 결국 F#조성으로 귀결됨으로써, 유디트가 푸른 수염의 성에 유폐되는 결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바르토크는 극 전반에 흐르는 강렬한 심리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사용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조성음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종종 복조성을 사용함으로써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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