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당연하지. 딸이 아프다는데. 어느 병원인지 병실이랑 문자로 보내줄래? 곧 갈게.]
"응. 있잖아, 나 옷이랑 속옷 좀 들고 와 줘."
[그래. 조금 있다 보자, 딸.]
뚜- 뚜- 뚜- 뚜-
전화가 끊겼다. 생각외로 말 하는데 어렵진 않아 괜히 긴장한 내게 웃음이 나왔다.
"왜요?"
대충 문자를 보내고 휴대폰을 병원복 주머니에 넣으며 여자를 쳐다보자 이상한 눈을 하고 있다. 참담함, 분노, 막막함. 뭐 그런 것들이 섞여 있는?
"-원래 그럽니까?"
조금 떨리는 목소리. 왜 저러지?
"뭐가요? 뭐 잘못된거 있어요?"
"당신 가족들은, 원래 그렇게 정이 없습니까. 수화음이 커서 다 들었는데 말입니다, 반응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겁니까...?"
여자는 혼란스러워보였다. 이런 질문이 무례하다는 것은 알고 있는지 의문아 들었다. 하지만 답은 해 주기로 했다. 나 역시 궁금한게 있으니까. 그리고 경고해 주어야 할 것도 있고.
"우리는 이게 다에요. 아주 어릴때부터요. 물론 저는 알아요. 아니, 정확하게는 몰라요. 하지만 대충 눈치는 채고 있어요. 우리가 조금-이상하단 거요. 하지만 아빠랑 오빠는 모르죠. 부전자전이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가봐요. 엄마는....글쎄요, 이십년을 넘게 아빠랑 살다보니 같아졌나 봐요. 근묵자흑이라고, 더러운 것을 가까이 하면 그 자신도 더러워지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제가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고요. 아, 고모도 고모할머니도 독신이에요, 그래서."
나는 눈치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여자의 행동들로 미루어 보아 대충 알 수는 있다. 카페가 처음 생긴지 적어도 5년은 지났다. 내가 기억하는 이래 이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말을 많이 하는 동안 기침을 참기 위해 꽉 쥐고 있던 오른손을 폈다. 길지 않은 손톱이지만 손바닥을 파고 들어 손톱자국대로 껍질이 벗겨졌다. 쯧. 가볍게 혀를 차고 여자를 살폈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언제부터 다른 사람을 신경썼다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우리는 그래요. 그래서 말인데요, 몇 가지 물어 봐도 될까요?"
"....말 해."
여자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반말.
"그쪽이 생각하고,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생각하는 가족은 뭐에요? 그리고 사랑은 뭐에요? 정이란거, 그건 또 어떤 거에요?"
"그게 왜 알고싶어? 느끼고 싶어?"
느끼고 싶다라. 솔직하게 대답하자면 yes인데.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나는 나 좋자고 다른 사람을 피해입히는 이기주의자는 아니니까. 물론 나를 위하는 개인주의자는 맞지만.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그러니까 왜 궁금해?"
왜. 왜냐니, 단지 알고 싶은건데. 아니, 잠깐. 그런 것을 '알 수'있나? '느껴야' 하는 것이던가?
첫댓글 갈까요~~엄마가 온건가
오랜만에 나왓네요.잘 읽엇답니다.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정말 궁금하다
잘읽었어요...
다듬편도 기다립니다....
이제 연재 그만하시나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