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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카를로 고치의 극적 설화 <투란도트 Turandot>
대본 주세페 아다미 및 레나토 시모니
초연 1926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배경 전설의 시대, 중국의 베이징
<2019 바르셀로나 리세우 대극장 / 118분 / 한글자막>
리세우 대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호셉 폰스 지휘 / 프랑크 알레우 연출
투란도트.....중국의 공주, 알톰의 딸.........이레네 테오린(드라마틱 소프라노)
알톰...........중국의 황제, 천자(天子)........크리스 메리트(테너)
티무르........몰락한 타타르의 왕..............알렉산더 비노그라도프(베이스)
칼라프........티무르의 아들.....................호르헤 데 레온(테너)
류..............타타르의 어린 여자 노비.......에르모넬라 야호(리릭 소프라노)
핑..............총리대신............................토니 마르솔(바리톤)
팡..............재무대신............................프란시스코 바스(테너)
퐁..............주방대신............................미켈디 아탁사란다바소(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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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2019년 리세우 대극장 실황
미래 우주공간을 연상시키는 무대 연출, 에르모넬라 야호의 가장 감동적인 류
스페인의 '라 푸라 델스 바우스'는 곡예적인 움직임과 현대적으로 살아 숨 쉬는 무대를 창조하는 씨어터그룹으로 유명하다. 그 멤버였던 프랑크 알레우가 미래의 우주공간을 연상시키는, 하지만 의상은 상당히 보수적인 스타일로 새로운 <투란도트>를 바르셀로나의 리세우 대극장에서 구현해냈다.
이레네 테오린(투란도트)과 호르헤 데 레온(칼라프)은 이 오페라로 워낙 유명한 주역들이지만 더욱 돋보이는 스타는 알바니아 소프라노 에르모넬아 야호다. 눈물 흘리며 배역을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한 야호는 이번에도 몽세라 카바예를 연상시키는 놀라운 가창력과 영혼을 담아낸 해석으로 류의 사랑과 희생을 감동적으로 소화했다. 푸치니가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피날레 부분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프랑코 알파노의 판본을 사용했다.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죽고 2년이 지난 1926년에 초연되었다. 마지막 부분을 남겨둔 채 후두암 수술을 받았다가 세상을 떠난 탓이다. 류의 죽음 이후 15분 정도 남은 미완성 부분은 후배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가 푸치니의 메모와 앞 장면의 선율을 참고해 마무리했다. 최근 수십 년간 피날레를 새롭게 바꾼 판본이 여럿 등장했지만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여전히 프랑코 알파노의 악보다.
<투란도트>의 원작은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베네치아 극작가 카를로 고치의 우화로 알려져 있다. 고치가 참고한 것은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와 쌍벽을 이룬다는 아라비아 문학 <천일일화>에서 가장 긴 분량을 차지한 중국 공주 투란도트 이야기다. 하지만 '투란도트'는 '투르의 딸'이란 뜻인데, '투르'는 아라비아 신화에서 페르시아의 라이벌인 중앙아시아의 영웅적인 왕자를 가리킨다고 한다. 지금은 투르키스탄이란 나라의 이름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즉 중앙아시아 설화가 아시아의 보편적 지칭인 중국 이야기로 둔갑한 것이다. 프랑크 알레우가 시기와 장소가 불분명한 가상의 공간으로 무대를 설정한 것은 이런 배경과 관계된다고 볼 수 있다.
투란도트를 부른 이레네 테오린은 스웨덴 소프라노로 특히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의 반지>로 유명한 폭발적 성량의 가수다. 칼라프 역의 호르헤 데 레온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출신의 테너로 주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드라마틱한 역에 정평이 있다. 류를 부른 알바니아 소프라노 에르모넬라 야호는 목소리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영혼을 담아 노래하는, 특히 비극적인 역을 맡았을 때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서현 글>
투란도트
지아코모 푸치니(1858~1924)
〈투란도트〉는 중국 공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3막 구성의 오페라이다. 푸치니가 작곡한 이전 오페라와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갑작스런 죽음에 미완성 작품으로 남아있다. 1972년 10월 국립오페라단에 의해 국내초연되었다.
푸치니의 색다른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는 작곡가 스스로도 ‘창의적이고 독특한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소재와 음악적인 면에서 이전의 푸치니의 오페라들과는 다른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우선, 동화에서 소재를 가져왔고, 실제 있을법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환상적인 우화에 가까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푸치니는 18세기 극작가인 카를로 고치(Carlo Gozzi)의 희곡 《투란도테》(Turandotte)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920년 대본 작가 주세페 아다미(Giuseppe Adami), 레나토 시모니(Renato Simoni)와 함께 세심한 대본 작업에 착수한다. 푸치니는 기존의 투란도트 이야기가 가진 환상적이고 강렬한 사랑의 메시지를 오페라로 옮기기 위해 원작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작품 전체에 등장하는 4명의 현자를 세 명의 대신(大臣) 핑, 팡, 퐁으로 대체했고, 투란도트에게 사랑을 깨닫게 만드는 인물 ‘류’를 새롭게 창조했다. 이 작품은 대부분의 푸치니의 오페라처럼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지만, 그의 오페라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바로 ‘류’라는 여인을 통해 형상화되고 있다. 3막 ‘류’의 죽음 이후, 얼음처럼 냉혹한 투란도트 공주가 회심하고 칼라프와의 사랑을 확인하는 대단원의 결말로 이어지는 장면을 위해 작곡가는 매우 고심했다고 한다. 당시는 그를 괴롭히던 인후의 종양으로 건강도 매우 악화되어 있던 때였다.
미완의 역작, 세상과 만나다
푸치니는 결국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를 완성하지 못하고 1924년 11월 29일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끝까지 푸치니와 돈독한 우정을 유지했던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투란도트〉의 완성과 초연을 계속 추진하였고, 프랑코 알파노가 푸치니가 손을 놓은 류의 죽음과 장례 행렬 뒤의 음악을 이어서 완성시켰다. 우여 곡절 끝에 1926년 4월 25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 〈투란도트〉가 처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입장객들은 검은 정장을 착용함으로써 대작곡가의 죽음을 추도했다. 3막 1장 류가 죽는 장면이 끝나자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지휘를 멈추고 관객석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마에스트로 푸치니가 작곡한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무대에는 커튼이 드리워졌고 관객들은 그들이 사랑했던 최고의 작곡가의 최후의 길에 애도와 존경을 표했다.
중국적인 소재와 음악
푸치니의 〈투란도트〉는 중국적인 소재와 음악이라는 측면에서도 이전의 오페라와는 차별된 모습을 보인다. 이국적인 장치를 위해 푸치니는 상당히 신중을 기했고, 실제로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던 중국의 악기들과 리듬, 관련 연구 문헌들을 자세히 검토하였다고 한다. 중국적인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중국 음악에서 가져온 몇 가지 선율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공이나 탐탐, 종, 첼레스타, 글로켄슈필 등 여러 가지 타악기들을 오케스트라에 포함시켰는데, 다양한 타악기들은 오페라에 풍부한 색채감과 입체적인 음향 효과를 더했다. 5음 음계와 4음 음계의 사용, 불규칙적인 박자, 모호한 조성감을 주는 인상주의적인 화성 등은 이국적이고 신비스러운 정취를 풍기는 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 단순한 효과에 그치지 않고 전체적인 작품의 내러티브 구조에 맞도록 절묘하게 배치되었다.
1막
북경의 궁전 앞 광장에서 관리가 나타나 투란도트 공주의 칙령을 발표한다. 황제의 딸 투란도트 공주는 자신이 내놓은 세 가지 수수께끼를 푸는 구혼자와 결혼할 것이며,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는 자는 처형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한편, 광장 거리를 헤매고 있던 이국의 왕자 칼라프는 뜻밖에도 타타르 왕국에서 추방되어 시녀 류의 보살핌을 받으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자신의 아버지 티무르를 만난다. 부자의 재회가 이루어진 광장에서 궁중의 함성과 함께 성곽 위에 투란도트 공주가 모습을 보인다. 공주는 이미 자신에게 구혼했다가 세 개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페르시아 왕자의 처형을 집행하라고 지시한다. 칼라프는 투란도트의 모습을 본 뒤 그녀에게 사로잡히게 되고, 스스로 도전자가 되어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기로 결심한다. 티무르와 류의 간곡한 만류와 황궁의 대신인 핑, 팡, 퐁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칼라프는 징을 3번 울림으로써 운명의 시험대에 서게 된다.
2막
대신 핑, 팡, 퐁이 새로운 왕자의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내심으로는 새로운 왕자가 승자가 되어 이 어두움을 걷어내 주길 바란다고 노래한다. 이 장면은 푸치니가 의도한 ‘중국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칼라프는 투란도트가 낸 세 개의 수수께끼를 풀어 최후의 승자가 된다. 하지만 남자에 대한 증오를 간직한 투란도트는 이름도 모르는 이와 결혼할 수 없다며 결혼을 불허할 것을 황제에게 청하고, 황제는 투란도트에게 약속은 신성한 것이니 이행하라고 요구한다. 칼라프는 투란도트가 새벽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다면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고 기꺼이 목숨도 내놓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마땅히 자기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3막
공주의 포고령에 따라 모든 백성은 칼라프의 이름을 알아낼 때까지 잠들 수 없다. 핑, 팡, 퐁은 칼라프에게 이곳을 몰래 떠날 것을 제안하지만 칼라프는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서 어떤 희생도 감수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결국 티무르와 류는 체포되어 고문당하고 류는 자신만이 이 왕자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함으로써 티무르를 고통에서 풀어나도록 한다. 결국 류는 단검으로 자결하고, 왕자는 류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사랑에 대한 열정 속에서 투란도트에게 ‘죽음의 공주여’라고 외치며 그녀의 얼굴 베일을 벗기고 키스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랑에 빠진 칼라프는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이야기해주고 투란도트는 그를 이끌고 군중들 앞에 선다. 하지만 투란도트는 칼라프의 이름을 밝히고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는 대신 ‘그의 이름은 사랑’이라 말하며 포옹한다. 군중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주요 음악
1막 류의 아리아, ‘들어주세요 주인님’(Signore, Ascolta!)
1막에 나오는 류의 아리아. 투란도트에게 반한 칼라프가 수수께끼에 도전하겠다고 하자 왕자를 남몰래 연모하는 류가 이를 만류하며 부르는 아리아이다. 5음 음계에 바탕을 둔 서정적인 선율과 애절한 류의 마음이 어우러진다.
1막 칼라프 왕자의 아리아, ‘울지마라, 류’(Non piangere, Liu)
1막 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기로 하는 칼라프 왕자의 아리아. 혹시 자신이 잘못되면 아버지를 잘 돌봐드리라는 부탁의 말을 전한다.
2막 투란도트의 아리아, ‘옛날 이 황궁에서’(In quest regina)
2막에서 투란도트 공주가 부르는 아리아. 옛날에 궁전을 쳐들어온 타타르군인들에 의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로우링 공주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외국의 젊은이들에게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어 복수하게 되었으며, 아무도 자신을 차지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음정이 크게 도약하고 고음역이 많은 극적인 곡이다.
3막 칼라프 왕자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3막 첫 장면에 나오는 칼라프 왕자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제목의 원래 의미로 보자면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이다. 투란도트는 왕자의 이름을 밝혀내기 위해 아무도 잠들지 말라고 명하고, 왕자는 날이 밝으면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과 공주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유명한 아리아이다.
3막 투란도트의 아리아, ‘처음 흘려보는 눈물’(Del primo pianto)
3막의 후반부에 나오는 투란도트의 아리아. 칼라프 왕자의 열정적인 사랑에 서서히 녹아내리는 자신의 마음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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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2월 15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투란도트
푸치니는 3막 일부까지 작곡하고 사망, 제자 알파노가 마지막 부분을 완성
전 3막 구성으로 1924년 4월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되었다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를 듣고 있으면 그가 20세기 작곡가라는 사실을 얼른 깨닫기 어렵습니다.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같은 그의 대표작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멜로디들이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00년을 전후한 이 작품들과는 달리, 1926년에 초연된 푸치니의 유작 [투란도트]는 과감한 음악적 도약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을 작곡하면서 “이제까지의 내 오페라들은 다 버려도 좋다.”라고 말할 정도로 푸치니는 그의 [투란도트]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공주가 던진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중국 베이징의 황궁. 아득히 높은 계단 위에 ‘투란도트(Turandot)’라는 해괴한 이름의 공주가 서 있습니다(‘투란’은 중앙아시아의 지역 이름이고, ‘도트’는 ‘딸’이라는 뜻입니다. ‘투란의 딸’이라는 이름이죠). 수수께끼 세 개를 맞추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데도, 도처에서 숱한 외국 왕자들이 투란도트에게 청혼을 하러 찾아왔다가 다들 한 문제도 맞추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갑니다. 오늘은 전쟁에 패해 나라를 잃은 칼라프라는 이방의 왕자가 이 냉혹한 공주에게 한눈에 반해 목숨을 겁니다. 투란도트는 새로운 도전자를 맞이해 계단 꼭대기에 서서 평소와 다름없는 오만한 표정으로 출제를 하지요. “어두운 밤에 유령처럼 날아다니며 사람들 마음을 들쑤셔 놓고는, 아침이면 사라졌다가 밤마다 다시 태어나는 것은?” 이 괴상하고 비논리적인 질문에 칼라프는 놀랍게도 정답을 말합니다. “희망!(La speranza!)” 선문선답 혹은 ‘기 싸움’이라고 할까요?
중국의 광대한 영토를 사철 꽁꽁 얼게 만드는 ‘히스테릭 얼음공주’ 투란도트는 처음으로 한 문제를 맞춘 남자를 보고 너무나 놀라고 초조해져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살벌한 독신 여왕 대신 평범한 남자의 통치를 받고 싶은 보수적인 베이징 시민들은 한 문제를 푼 칼라프에게 환호합니다. ‘시작이 반이다. 수수께끼 하나를 풀 수 있다면 세 문제를 못 풀 이유가 없다.’ 다들 이런 희망을 품고 다음 퀴즈를 기다리지요. “불꽃처럼 타오르지만 불꽃은 아니다. 그대가 패배할 때는 차가워지고 승리를 꿈꿀 때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 목소리는 희미하지만 그대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방인 왕자의 입에서는 두 번째 정답이 나옵니다. “그것은 피!(Il sangue!)"
대체 어느 나라 백성인지, 군중 가운데 그 누구도 자기 나라 공주인 투란도트를 응원하지 않습니다. 모두 이방인 왕자에게만 미친 듯이 열광합니다. 이제 투란도트는 이 건방진 이방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보려고 계단 맨 아래까지 내려와 그를 정면으로 쏘아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를 던집니다. “그대에게 불을 붙이는 얼음, 그러나 그대가 뜨겁게 타오를수록 더욱 차갑게 어는 얼음... 그것이 그대를 종으로 삼으면 그대는 제왕이 되지. 그건 대체 뭘까?” 각본상 칼라프 왕자는 꽤 오래 고민합니다. 속이 바짝 타들어가는 베이징 시민들은 칼라프에게 힘을 내라고 외치고, 마침내 칼라프는 세 번째 정답을 말합니다. “투란도트!(Turandot!)"
위의 수수께끼 장면은 [투란도트]에서 극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입니다. 주인공 남녀가 엄청난 긴장감을 조성하며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2막의 이 장면에 앞서, 투란도트는 ‘이 황궁에서 In questa reggia’라는 첫 아리아로 자신이 왜 남자들을 그토록 혐오하게 되었는가를 밝힙니다. “누구도 꺾지 못할 긍지와 확신으로 엄격하게 나라를 다스렸던” 자신의 할머니 로우링 공주가 타타르 인의 침략 때 칼라프같은 이방인 사내에게 겁탈 당하고 죽었기 때문에, 그 할머니의 원한을 풀기 위해 자신은 청혼자들을 모두 죽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음악의 멜로디와 중국적 분위기를 살려낸 오페라
이 ‘투란도트’ 소재를 처음 작품화한 사람은 18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극작가 카를로 고치였습니다. 그의 [투란도트]는 이탈리아의 전통 희극 코메디아 델 아르테 형식을 따른 작품으로, 왕자는 안하무인이고 공주는 제멋대로인데다 잔인하기까지 한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러나 독일 극작가 프리드리히 쉴러가 개작한 [투란도트](1801)에서는 쉴러의 미적 이상(理想)에 따라 왕자는 진지한 사랑으로 기꺼이 공주에게 승복하고, 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사랑을 거부하던 공주가 차츰 사랑에 눈 떠가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쉴러 작품의 이탈리아어 번역판을 읽고 감동 받은 푸치니는 대본작가들과 함께 이 작품을 다시 각색해 오페라 [투란도트]를 만들었습니다. 1920년 런던 여행 때 알게 된 중국 음악들을 참고로 푸치니는 이 작품에서 중국 멜로디를 일곱 번 사용했고, 중국제 뮤직박스(오르골)로 ‘황제찬가’를 듣고 그 멜로디도 작품에 유용하게 썼답니다. 5음계 및 공(Gong), 탐탐, 종, 실로폰 등의 악기를 이용해 중국적 분위기를 살려낸 것도 작품의 인기에 일조했습니다.
투란도트는 [라 보엠]의 미미나 토스카, 나비부인처럼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오페라에서는 투란도트 대신 또 하나의 여주인공이 푸치니의 전형인 ‘희생적 여인상’을 보여줍니다. 나라를 잃고 구걸을 하며 떠도는 눈먼 왕 티무르를 극진히 돌보는 노예 류(Liu)입니다. 베이징의 군중 속에서 티무르의 아들인 칼라프 왕자와 마주쳤을 때 류는 “어느날 궁전에서 왕자님의 단 한 번 미소에 반한” 자신의 절절한 사랑을 고백합니다(‘왕자님, 들어보세요 Signore, ascolta’). 류는 사랑을 모르는 냉혹한 투란도트에게 ‘보상을 원하지 않는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가르쳐주려고 나중에는 목숨까지 바칩니다. 이런 비극은 수수께끼를 통과한 칼라프가 만용을 부려 투란도트에게 자기 이름을 맞춰보라는 문제를 내놓고 그 유명한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호기롭게 부르면서 시작됩니다. 어떻게든 결혼을 피하려는 투란도트는 필사적으로 칼라프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류와 티무르를 고문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류가 왕자를 위해 자결한 것입니다.
푸치니는 [투란도트]에서 의욕적으로 새로운 음악 형식에 도전했지만, 후두암 수술 후유증으로 류가 죽는 부분까지만 작곡을 한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류의 희생을 딛고 칼라프가 마침내 투란도트의 사랑을 얻게 되는 해피엔딩은 푸치니의 절친한 친구였던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감독 하에 푸치니의 제자 프랑코 알파노가 완성했습니다. 마침내 이 작품이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첫날 저녁, 토스카니니는 ‘류의 죽음’까지만 연주한 뒤 “푸치니 선생님은 여기까지 작곡하고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하며 숙연하게 지휘봉을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투란도트-칼라프-류 순
[음반] 비르기트 닐손, 프랑코 코렐리, 레나타 스코토 등, 로마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프라델리 지휘, 1965년 녹음(EMI)
[음반] 존 서덜랜드, 루치아노 파바로티, 몽세라 카바예 등,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존 올디스 합창단, 주빈 메타 지휘, 1972년 녹음(Decca)
[DVD] 에바 마르톤, 플라시도 도밍고, 레오나 미첼 등,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제임스 레바인 지휘,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1988년 공연 실황(DG)
[DVD] 가브리엘레 슈나우트, 요한 보타, 크리스티나 가야르도 도마 등,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합창단, 발레리 게르기에프 지휘, 데이비드 폰트니 연출, 2002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TDK)
[네이버 지식백과] 푸치니, 투란도트 [Giacomo Puccini, Turandot]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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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5월 19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이 궁전에는
푸치니 <투란도트>
푸치니 최후의 스펙타클한 오페라
전설 시대의 중국 북경을 무대로 하여 이국정서의 환상과 현실을 교묘하게 섞은 푸찌니(푸치니, Puccini) 최후의 유작(遺作)이다. 스펙타클한 미완(未完)의 오페라를 완성시킨 사람은 제자인 알화노(Franco Alfano, 알파노)이며 원작은 고찌(Carlo Gozzi, 고치)가 1762년에 발표한 희곡을 아다미(Guseppe Adami)와 시모니(Renato Simoni)가 대본으로 만들었다.
모든 남성을 혐오하는 투란도트 공주의 냉혹한 노래
북경의 황제의 아름다운 딸 투란도트는 옛날 다른 민족이 침입하여 그 조상이 능욕(凌辱)을 당한 일에 대한 보복심으로 불타고 있다. 세계 각지로부터 공주를 아내로 삼으려고 찾아드는 왕자들에게 그 조건으로 수수께끼를 풀라고 하고 풀지 못한 자들은 가차 없이 목을 베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모습에 매혹된 티무르의 왕자 칼라후(Calaf, 칼라프)는 아버지와 그의 하녀 류가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도전하여 승리한다. 실은 결혼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 공주가 그 약속을 없던 것으로 하고 싶어 황제에게 애원하는 것을 보고 그는 그러면 내일 아침까지 자기 이름을 알아낸다면 다른 왕자들처럼 기꺼이 죽겠다고 오히려 공주에게 수수께끼를 던진다. 다급해진 투란도트는 킬라후 아버지의 하녀 류를 고문하여 알아내려고 하지만 입을 꽉 다문 채 죽어도 왕자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지키려고 고문 속에 죽는 류를 보고 놀라는 투란도트는 이윽고 칼라후의 뜨거운 입맞춤에 드디어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 버린다. “이제 겨우 이름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사랑’입니다.”라고 알리는 그녀를 축복하고 일동이 두 사람을 칭송하는 노래를 높이 부르는 속에 푸찌니의 마지막 오페라는 화려하게 막을 내린다.
'이 궁전에는'
이 궁전에는 몇 천 년 전부터
절망의 외침 소리가 울려 왔다.
그 외침은 핏줄기를 타고 전해와
내 마음 속에 잠겨 있다.
나의 조상 로우링 여왕은,
온순하고 청초하게 나라를 다스려
백성이 편안한 삶을 누리게 했으나,
오랑캐의 위협에는 분연(憤然)히 일어나
단연 맞서서 싸웠으며 그 긍지(矜持)가 나에게 있다.
사람들이 다 아는 당시의
당황, 전율, 검투(劍鬪)의 메아리 속,
나라는 망했다! 나라는 망했다!
나의 조상 로우링은,
그대 같은 다른 나라 놈에게 능욕을 당하고.
그 두려운 한 밤 중에,
그 싱싱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갖가지 나라의 왕자들이
긴 대상(隊商)을 이끌고
그의 운명을 걸려고 오더라도,
나는 여왕을 위해 원한을 풀고,
그 순결, 고민, 죽음에 대한 보상(報償)을 받는다.
보상(報償)을 받는다!
나는 누구의 것도 되지 않겠다.
여왕을 죽인 공포가
내 마음 속에 되살아난다.
그렇다, 나는 누구의 것도 되지 않겠다.
어디까지나 오욕(汚辱)을 모르는 자의
자랑이 내 속에 숨 쉬고 있다.
이방인이여, 운명에 거역해서는 안 된다.
“수수께끼는 세 개, 죽음은 하나”
박력과 긴장감이 감도는 스케일 큰 투란도트의 아리아
신비에 싸인 투란도트가 드디어 무대에 그 모습을 나타내는 장면에서 부르는 이 노래는 압도적인 박력과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도는 매우 스케일 큰 아리아이다.
군중의 합창이 도중에 두 번, 투란도트의 이야기를 확인하고 마지막 한 줄은 투란도트와 칼라후의 2중창으로 되풀이된다. 칼라후의 가사는 No, no! Gli enigmi tre, una è la vita(아니, 아니야! 수수께끼는 세 개, 삶은 하나!)이다.
1926년 4월에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그때 토스카니니는 푸찌니가 못 다 쓴 부분에 이르자 ”여기서 마에스트로는 펜을 놓고 돌아가셨습니다.”고 연주를 멈춘 뒤 지휘대를 내려왔다. 그 후에 제2회 공연 때 다른 지휘자가 처음 전곡을 연주했다.
추천할 만한 음반과 DVD
[CD] 에레데 지휘, 로마 산타 체칠리아 관현악단/합창단(1955) 잉게 보르크(S) DECCA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전성기의 젊고 활달한 델 모나코와 역시 발랄한 시절의 색채감 넘치는 서정적인 테발디의 명창을 들을 수 있다. 그녀가 5년 뒤(1960녀)에 라인스도르후 지휘반(RCA)에서 다시 노래한 것보다 목소리의 투명함이나 다양한 극적 표현이 월등 뛰어나다. 무엇보다도 매끄러운 피아니씨모가 절묘하다. 잉게 보르크(Inge Borkh)의 투란도트도 강인한 개성을 잘 살리고 있고 코레나(Fernando Corena), 칼손, 화넬리의 핑과 퐁도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여 이 오페라에 기막힌 양념 구실을 한다. 그러나 에레데(Alberto Erede)의 지휘는 완급자재(緩急自在)의 오케스트라를 움직여 이탈리아 오페라의 풍부한 음향을 선사한다.
[CD] 세라휜(Serafin, 세라핀)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7) 칼라스(S) EMI
칼라스의 투란도트에 압도된다. 제2막의 귀기(鬼氣) 서린 표현에는 전율을 느낀다. 예리하고 힘찬 동시에 부드러운 아름다움까지 표현해야 하는 역할을 거뜬히 소화해서, 사랑을 모르는 차가운 여인과 이윽고 사랑을 안 여자의 몫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세라휜의 지휘도 극적인 전개 속에 유려한 노래를 한껏 펼치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 명연이다. 다만 류를 노래하는 슈바르츠코프가 너무 지적(知的)이어서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슬픈 사랑의 숙명을 타고난 다부진 여인으로는 적합지 않다. 그리고 칼라후 역의 훼르난디(Eugenio Fernandi, 페르난디)가 너무 평범한 것도 흠이다.
[CD] 몰리나리-프라델리 지휘/로마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65) 비르기트 닐쏜(닐손, Birgit Nilsson, S) EMI
오페라 [투란도트]의 특징은 여주인공 투란도트를 중심으로 한 비극적 긴장과 류를 위시한 서정적인 분위기, 그리고 가면을 쓴 세 대신이 벌이는 희극적인 재미라는 세 가지 요소가 혼연일체로 하나가 된 데 있다. 위의 세 요소를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재현한 지휘자로는 흔히 세라휜을 곱는다. 그러나 세 주역의 남다른 걸출한 노래를 이 음반이 담고 있다. 닐쏜과 코렐리는 거의 이상에 가까울 정도의 열창이다. 스코토의 류도 숙명적인 여인의 애틋한 모습을 가슴 저리게 그려낸다. 지휘자 몰리나리-프라델리(Francesco Molinari-Pradelli)는 오페라의 서정적인 면을 따라 다채로운 화성과 다양한 색채 및 복잡한 극적요소를 능숙한 솜씨로 치밀하게 표현하여 노래의 매력을 유감없이 이끌어 내고 있다.
[DVD] 레바인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발레단(1987) 마르톤(S) 제휘렐리 연출 DG
제휘렐리의 연출은 밀라노 스칼라 극장의 호화로운 무대(1983년의 시즌에서 초연)를 기반으로 하여 보다 광대한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무대용으로 확대한 새로운 공연이다. 뉴욕 시민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하니 보다 스케일이 크고 특히 제2막 제2장과 제3막 제2장의 금빛 찬란한 궁전 앞 광장 장면은 압도적인 것이며 또 각 장면의 대비(對比)와 색채는 제휘렐리 연출의 극치라고 할 만큼 뛰어나다. 연주도 그렇듯 호화로운 무대 못지않게 훌륭하며 레바인이 푸찌니의 마지막 음악을 웅변으로 생생하게 북돋운다. 가수진도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여, 이국(異國)의 왕자에 알맞은 가품과 스케일을 갖춘 도밍고의 칼라후는 모습과 노래가 다 함께 그 역할에 꼭 들어맞으며 마르론(Eva Marton)의 투란도트도 냉철한 마음에 차츰 여자로서의 고뇌와 연약함이 싹터 올라 사랑에 눈 뜨는 모양을 솔직하게 나타내고 있다. 미첼(Leona Mitchell)의 류, 이 공연 때 84세로 데뷔한 유구 쿠에노(Hugues Cuenod)의 알툼 노(老)황제 등 그 밖의 출연자들도 단역에 이르기까지 충실하다. 영상은 호화로운 무대의 질감(質感)과 색채를 선명하게 전하고 있으며 음향은 명쾌하고 음폭도 넓고 넉넉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 궁전에는 - 푸치니, [투란도트]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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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11월 10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말라
푸치니 <투란도트>
푸찌니(푸치니, Giacomo Puccini 1858~1924)가 작곡한 마지막 오페라이다. 벨지엄에서 후두암으로 죽은 푸찌니가 작곡한 것은 제3막의 전반(前半)의 류가 죽는 데까지이며, 그가 남긴 초고에 의거하여 3막의 후반을 써서 전곡을 완성한 사람은 알화노(플랑코 알파노, Franco Alfano)이다. 북경의 거리를 무대로 하여 펼쳐지는 이 오페라에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낯익은 중국의 음악이 몇 곡 들어가 있다. 푸찌니의 3대 걸작이라고 꼽는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을 제치고 이 오페라를 그의 최고 걸작이라고 평하는 평론가가 의외로 많은 것은 결코 그 특이성(特異性)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3대 걸작을 완성함으로써 이미 자기 음악의 정점(頂点)에 이른 푸찌니가 그 이상의 음악을 만들어 내려면 이미 그때까지의 음체계 속에서는 불가능함을 깨닫고 [서부의 딸]이나 [3부작]등의 작품에서 암중모색(暗中摸索)을 거듭한 결과 드디어 이 오페라 [투란도트]로 새로운 음 체계 속의 자기 음악을 찾아냈다는 사실에 대한 평가이다. 그리고 이 오페라는 주인공인 투란도트와 칼라후가 매우 드라마틱하고 어렵기 때문에 그리 쉽게 공연할 수가 없다. 참신한 화음, 관악기, 타악기의 효과적인 사용법 등 지금까지의 푸찌니의 이미지가 전혀 달라질 정도로 색다른 내용을 가진 아주 흥미 있는 작품이다.
투란도트 공주와의 승부에서 승리를 확신한 왕자가 부르는 노래
북경의 황제 알툼의 아름다운 딸 투란도트는 옛날 이민족(異民族)의 침략으로 한 여왕이 능욕(凌辱) 당한 일에 대한 복수로, 그녀의 미모(美貌)를 듣고 세계 각지에서 아내로 삼겠다고 찾아오는 왕자들에게 그 조건으로 수수께끼를 내, 풀지 못한 자는 목을 잘랐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에 반한 티무르의 왕자 칼라후(Calaf, 칼라프)는 아버지와 그를 사모하는 시녀 류가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도전하여 멋지게 승리한다. 그러나, 애당초 결혼할 생각이란 털끝만큼도 없는 투란도트 공주는 자기의 약속을 어떻게든 없던 것으로 하려고 아버지 알툼 황제에게 매달린다. 그런 그녀를 보고 칼라후 왕자는 그렇다면 내일 아침까지 내 이름을 알아낸다면 그녀가 내걸었던 조건도 없애고 다른 왕자들처럼 기꺼이 그녀를 위해 죽겠다고 오히려 거꾸로 수수께끼를 내놓는다. 그리고 승리를 확신한 왕자가 그날 밤 자신만만하게 부르는 노래가 바로 이 ‘아무도 잠들지 말라’이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
아무도 잠들지 말라!
아무도 잠들지 말라....
공주여, 당신도 역시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방에서
별들이 사랑과 희망으로 떨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허나 내 비밀은 닫혀 있어
누구도 내 이름을 알 리 없다!
그렇다, 당신의 입술에 내가 알려 주리다!
햇빛이 빛나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라고 내 입맞춤으로 침묵의 입을 열리라
당신은 내 것이라고!
밤은 꺼져라, 별은 가라앉아라
별은 가라앉아라
동 틀 무렵이면 내가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테너 아리아의 왕자, 빛나는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말라’는 테너인 주인공의 빛나는 아리아이다. 품격(品格)과 멜로디가 테너의 아리아 중 왕자라고 말할 만한 당당한 음악이다. [투란도트]의 무대는 전설 속의 중국 북경이나 실제 중국에서는 투란도트 공주 같은 인물이 있을 리가 없다. 이 ‘북경’ 은 동화적인 이야기가 일어날 수 있는 ‘어떤 고장’에 지나지 않으며, 무대도 실제와는 동떨어진 환상 세계가 될 것이다. 오페라 평론가인 디가에타니(J. Louis DiGaetani)는 “이 오페라에는 후로이트(프로이트)적인 뜻도 내포되어 있다. 제1막에서 투란도트가 남자에게 보이는 격렬한 증오는 분명히 강박관념(强迫觀念)에 사로잡힌 신경증 화자의 증상이며 거기에는 사랑의 감정이 역설적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또 고귀한 신분인 왕자 칼라후가 그 산분을 감추고 투란도트의 수수께끼 풀이에 과감히 도전하여 풀어낸다. 이것도 역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투란도트의 얼굴을 보자 그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칼라후는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목숨 걸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그에게 내린 유일한 선택이었다. 만약 그녀가 낸 수수께끼를 대답하지 못하면 목이 잘리는 형벌이 기다리고 뿐이다. 이 오페라는 증오와 사랑, 혹은 죽음과 사랑을 우화적으로 결부시키고 있지만 분명 이것은 후로이트적인 주제라 할 수 있겠다. 성악적인 면에서는 푸찌니 오페라의 표준적인 소프라노 역과의 비교로 말하면 투란도트는 좀 더 어려운 역이다. 이 역에 필요한 것은 연기도 할 수 있는 바그너 소프라노 적인 가수이다. 한편 리의 역에 필요한 것은 미미나 나비부인을 연상케 되는 서정적인 가련함을 지닌 목소리이다. 그리고 칼라후에게 요구되는 것은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힘찬 음향을 타고 넘는 웅장한 헬덴테너의 목소리이다”(An Invitation to the Opera)라고 분석하고 있다.
추천 음반 및 DVD
[CD] 라인스도르후 지휘, 로마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9) 뵤를링(T) RCA
닐손(Birgit Nilson), 테발디, 뵤를링(유시 비엘링, Jussi Bjoerling)의 주역 트리오는 레코드 녹음이니까 가능했던 출연진이었다. 당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라인스도르후(Erich Leinsdorf, 에리히 라인스트로프)의 패기 넘치는 명지휘 반이다.
[CD] 메타 지휘, 런던 휠하모니 관현악단/죠 올디스합창단(1972) 파바로티(T) Decca
메타(Zubin Mehta)의 지휘가 스케일이 크며 깊이 있는 조형(造形)에서 생기는 비극적인 감동은 비길 데가 없다. 목소리의 질도 안 맞을 것 같은 서덜랜드(Joan Sutherland)가 주역에 도전하여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이 사랑에 눈 뜨며 녹아 내리는 과정이 다른 어떤 드라마틱 소프라노보다도 풍성한 인간미가 넘치며 파바로티의 칼라후와 까바예(Montserrat Caballé)의 류도 더할 나위 없는 명연이며 또 중국 황제에 피터 피아즈가 기용되는 등 조역진과 합창단도 충실하다.
[CD] 카라얀 지휘, 빈 휠하모니 관현악단/빈 국립 가극장 합창단/빈 소년 합창단(1981) 도밍고 DG
도밍고를 비롯한 리치아렐리(Katia Ricciarelli), 핸드릭스(Barbara Hendricks), 데 팔마(Piero de Palma), 라이몬디(Ruggero Raimondi) 등 쟁쟁한 배역진이다. 그러나 진짜 주역은 카라얀이다. 그의 이탈리아 오페라는 모두 음악이 아름답게 흘러 절대로 가수를 방해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요소(要所)는 틀림 없이 챙긴다. 카라얀의 레퍼토리는 매우 넓으나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그의 미학이 가장 잘 빛난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무도 잠들지 말라 - 푸치니, [투란도트]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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