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 반년도 안돼 청상과부 된 모숙
범상치 않은 관상의 아들 하나 낳는데…
모숙이는 시집간 지 반년도 안돼 청상과부가 되었다.
신랑이 급사하고 나서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자 헛구역질이 시작되었다.
모숙이는 퍼질러 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이 무슨 팔자가 새로 시집도 못 가게 뱃속에 씨를 뿌려 놓았나!
애를 떼려고 온갖 독한 약을 지어 먹고,
비 오는 한밤중에 공동묘지에 가서 뒹굴어도 보고,
바위에서 떨어져도 봤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마음을 바꿔 먹었다. 하늘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몇달 후 옥동자를 낳았다.
탁발 온 스님이 이름을 ‘주용정’이라 지어주며 범상한 관상이 아니라고 귀띔했다.
모숙이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
“미안하다 내 새끼야” 하고 잉태 중에 지우려 했던 죄과를 후회하며 꼭 껴안았다.
주용정은 무럭무럭 잘 컸다.
어미와 아들, 단 두 사람이 살아가게 되자 모숙이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신랑 주 서방이 저세상으로 떠나며 몇뙈기 논밭은 약값으로 묻어가고
남은 것이라고는 초가삼간 집 한채뿐이다.
모숙이는 아기를 등에 업고 팔을 걷어붙였다.
낮에는 큰일 치르는 집에 가서 허드렛일을 해주고,
밤이면 주단포목 집에서 받아 온 삯바느질을 했다.
용정이 다섯살이 되자 서당에 들어갔다.
오가며 서당에 들르면 모숙이는 불뚝 힘이 솟았다.
모숙이 자신은 걸레 같은 옷을 입어도 용정이에게는 항상 비단옷을 입혔다.
제 새끼라서 그런지 용정이가 학동들 중에 제일 잘 생긴 데다
훈장님의 칭찬도 끝이 없었다.
공부가 일취월장, 어떤 때는 훈장님이 답할 수 없어 홍당무가 되기도 했다.
용정이는 쑥쑥 자라며 어깨가 벌어지고 얼굴은 백옥을 깎아 놓은 듯해
뭇 여자들이 용정이를 보고 탄식했다.
열다섯살에 초시에 합격하더니 열여덟살에는 덜컥 대과에,
그것도 장원으로 합격했다.
왕을 알현하는 자리에 혼기가 찬 공주가 문틈으로 몰래 사모관대를
차려입은 용정이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왕은 용정이를 승지에 임명해 늘 곁에 두고 일을 시켰다.
도승지가 지명한 소문난 신랑감들, 경상감사의 셋째아들, 안동부사의
맏아들 등이 지방에서 말을 타고 올라왔다.
한양에서도 장 대감 조카, 이 참판의 둘째 등 모두가 신언서판이 만만찮은
신랑감들이 입궐해 도승지가 일차 면접을 볼 때 공주는 문틈으로 그
들의 면면을 자세히 봤다. 공주는 용정이를 점찍더니
그다음부터 아무도 보지 않았다.
성대하게 혼례식을 올리고 나서 궁궐 밖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부마(왕의 사위)와 공주의 집을 마련했다.
그러나 용정이는 언제나 고향 강원 영월에 홀로 계신 어머니 걱정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하루는 왕이 용정이를 옆에 앉혀두고 살아온 일을 물었다.
어머니가 유복자를 낳아 고생하며 자신을 키워 온 얘기를 했더니
왕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훌륭한 자당을 두셨다며 칭찬한 후
도승지를 불러 귓속말을 했다.
용정이와 도승지는 말을 타고 영월로 내려갔다.
영월관아의 현감 이하 육방관속이 모여들었다.
도승지가 용정이 어머니에게 큰절을 올리고 소리쳤다.
“어명이요∼. 영월현감은 부마의 자당 열녀비를 세우고 열녀문을 지으시오.”
“네∼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현감이 두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혔다.
모숙이가 갑자기 용정이의 소매를 당겨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를 했다.
“싫다! 나는 열녀비도 싫고 열녀문도 싫다.” 용정이가 깜짝 놀라 말했다.
“어머님, 이건 어명이에요. 어명!”
“어명이 아니라 염라대왕의 명이라도 나는 싫다.”
용정이가 무릎을 꿇어앉아 제 어미 두손을 잡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속 시원히 말씀 좀 해보세요.”
모숙이가 긴 한숨을 방바닥이 꺼져라 토하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열여섯살에 시집와 반년도 안돼 청상과부가 되고
그해말에 유복자인 너를 낳았다. 내 나이 이제 서른아홉살,
이날 이때껏 오로지 너를 위해 살았다.”
용정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또다시 한숨을 쉰 모숙이가
“이제는 내 인생을 살련다. 열녀비로 남은 내 인생에 족쇄를 채우지 말아라”
하자 숙연해졌다.
탁발스님이 지나가다가 마당에 관속들이 웅성거리는 걸 보고 안채에
들어갔다가 용정이 손에 이끌려 안방으로 들어갔다.
스님이 자초지종 얘기를 듣고는 하늘에 물어보기로 했다.
아직도 젖은 빨래가 처마 밑에 걸려 있는 걸 보고 내일까지 마르면
용정이 뜻에 따르기로 하고, 마르지 않으면 어미 뜻에 따르기로 했다.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고 바람은 불고 햇살은 봄볕처럼 내려쫴
어머니가 일부러 아들에게 져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게 무슨 천지조화인가.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비바람에 빨래가 더 젖기 시작했다.
며칠 후 용정이와 도승지가 입궐해 왕에게 보고하자 다시 어명을 내렸다.
“하늘의 뜻이다. 자당의 뜻에 따르도록 하라.”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에 혼례식이 치러졌다.
족두리를 쓴 신부는 모숙이요, 사모관대 차림의 신랑은 훈장님이었다.
용정이가 훈장님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아버님, 제 절 받으세요.” 왕이 큰 서당을 지어줬다.
[출처 ] 농민신문 사외칼럼 - 조주청의 사랑방이야기
첫댓글 재미잇게 쉬었다 갑니다
希望과 勇氣가 용솟음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自然이 調然의 아름다움과 風景和가 잘 어우러져 맑고 밝은 상쾌한 오늘은 高貴하고 神秘한 秘境은 세월이 흘러 멋진 모습 感銘 받았으며 맡은바 職分에 최선을 다하며 사랑하는 마음은 幸福하시고 훌륭한 作品은 寶石같이 빛나며 所重하고 올려주신 香氣로운 맛과 새로운 소식을 돋보이게 하고 또한 주어진 일에 調和가 잘 어울리는 모습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조상님이 물러주신 옥동자. 가 복덩이란
스님의 말씀이 영통 하시옵니다.
감사합니다
독수공방이 더 외롭다는...
감사합니다
사랑방 야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방 야화.좋은 글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하고 나갑니다 수고하여 올려 주신 덕분에
편히 앉아서 잠시 즐기면서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읍니다
즐거운 나날 되세요 !!
사랑바야화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내용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즐겨보도답니다
사랑방야화 잘보고 갑니다.고맙습니다,
사랑방 야화 줄독 하고 나갑니다.감사 합니다.
사랑방 야화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
사랑방 야화 잘 보구갑니다 감사합니다
옛날에는 있을수 있는 야화이네요.